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약 Feb 13. 2022

백수 7개월 차 ENTP

새로움이 필요해 

벌써 백수가 된 지 7개월 차가 되어간다. 본인이 최우선이며 야망과 성공에 대한 열정이 삶의 동력이라는 ENTP에는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내가 일을 하던 집에 있던 별 관심도 없는 택이에게 자주 물어보곤 한다. "내가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일 안 하고 노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MBTI가 나와 정반대인 그는 역시나 관심이 없다.. 오히려 매번 물어보는 일이 더 성가신 듯하다.



어떻게 내가 7개월이나 일을 쉴 수 있지, 신기하면서 꽤나 신경 쓰인다. 일을 시작하면 칼 같고 욕심 있는 성격 탓에 너무나 바빠진다.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나는 매번 굳이 그렇게 하고야 마니까. 그래서 일을 할 때는 매번 장기여행 가서 푹 쉬고 싶다는 말이 입에 붙어있다. 막상 오래 쉴 때는 여행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독립한 사람 없는 지역에서 사는 탓에, 현실도 충분히 여유롭고 여행 같으니까.



작년에는 그래도 처리할 일들이 좀 있어서 바빴었다. 강의도 몇 개 들어와서 준비하기도 했고, 겨울부터는 신혼집을 마련하고 이사 가고 인테리어하고 결혼 준비하느라 또 바빴고, 이제 시간이 필요한 일들만 남으면서 다시 심심해지기 시작했다. 원체 밖순이인데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축축 처지기 시작한다. 평소 같으면 오전 9시에 시작했을 일을 오후 3시에 시작한다거나,, 사실 이게 싫어서 집에 잘 안 있는다.



꽤나 외향적인 편인데 코로나 때문에 누구와 만나기도 애매해지고, 다들 바쁘기도 하고 해서 삶에 생동감이 없다. 원래 이맘때쯤이면 이 사업 저 사업 쓰고, 올해 할 새로운 도전들에 가슴이 부풀곤 했는데 올해는 괜히 곁가지를 많이 만들지 않을 요량이다. 물론 지금도 못 받은 보증금도 받아내야 하고, 청첩장도 만들어야 하고, 폐백 옷도 대여해야 하고, 도서관 강의도 해야 하고 해서 영 한가하지만은 않다.



앞으로 뭐해먹고살아야 할까, 7개월 동안 고민한 바로는 모르겠다는 결론이 난다. 요즘 대세라는 아마존 셀러를 해볼까, 타로와 자소서 첨삭으로 쿠팡 프리랜서를 뛰어볼까 하다가도 뭘 하는 걸 고르는 게 아니라 사실 돈 벌려면 뭐라도 해야 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더 고민을 하더라도 큰 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내가 고민하다기보다는 새로운 기회가 오는 게 더 빠를지 모른다.



국가사업이 시작하는 4월 이후부터는 아무래도 강의나 문화활동 일용직으로 바빠질 가능성이 크다. 3월 말에 결혼을 하니, 그 전에는 사실 여유로운 삶을 만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 모른다. 이젠 스스로의 업무능력을 믿기에 불안하진 않다. 다만 아무래도 너무 심심해서 그때까지 가만있지 못할 각이다. 벌써 다양한 사람들과 한 협업 사업계획은 허물어졌다. 씁쓸하긴 하지만 함께 하는 일은 내 맘처럼 되지 않는다.



ENTP로써 나는 이상에 산다. 가지고 싶은 차와 집, 성공들을 정말 매일 꿈꾼다. 눈 뜨고부터 감을 때까지 어떻게 가질 수 있을지가 인생 최대 고민이자 목표다. 한 시간 걸릴 일을 10일 만에 하고, 10일 걸릴 일을 한 시간만에 한다는 기질처럼, 미루는 일은 끝이 없는데 막상 하자고 맘먹은 일은 집중해서 바로 끝내고 만다. 자기 객관화도 꽤나 잘되고, 나름 끈질겨서 원하는걸 어떻게든 끝까지 얻는 편이다.



발전과 성장에 대한 욕심도 크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당연히 성공에 관한 유튜브 강의를 듣고, 세바시나 테드 강의류를 아주 좋아한다. 성장과 상관없는 일든은 시간 낭비로 느껴지기도 하고, 저급한 콘텐츠들은 혐오한다. 나는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지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러니까 맨날맨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거다. 잔뿌리에 걸려 넘어지면 일어나는 법을 배웠다며 좋아하는 거다.



그러니 이 무자극 백수 상태를 즐길 수 없다. 마이너스가 되던지, 플러스가 돼야 하는데 제로베이스에 갇혀있는 느낌. 전력질주를 할 준비는 되어있는데 도대체 어디로 언제 스타트를 끊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이제는 도저히 이 지루함과 처짐의 상태를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때를 기다리며 참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타이르곤 한다. 너무 빡빡한 스케줄은 새로운 발견을 하지 못하게 시야를 가린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영어와 중국어도 한 2년간 꾸준히 배워보고 싶고, 진로를 바꿔서 다른 방향으로 돈도 벌어보고 싶다. 사무실도 하나 만들어서 독립적으로 출퇴근을 해보고 싶다. 무엇보다 맘 맞는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서 소통하고 싶다. 그런데 난 언젠가 이 모든 것들을 다 하겠지. 그러니까 인생이 바쁘고 즐겁다고 느끼나 보다. 새로운 기회야 언제든 오겠지, 일단은 꾸준히 글을 쓰자.  

매거진의 이전글 자연의 스냅사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