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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May 22. 2020

자연의 스냅사진

봄의 스냅을 찍은 박약 독백 

봄의 스냅을 찍었다. 초등학생부터 알던 교회 오빠가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고, 직장을 다니다 취미 붙인 사진으로 직장의 숨이 끝나자 프리랜서를 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스냅사진을 찍어주는데, 봄의 생동감이 터질듯한 향기를 내뿜는 지역에 사는 나로서는 매번 고맙기 그지없다.


촬영 장소는 조그마한 섬안의 섬이었는데, 그 조그마한 공간을 어떻게 알았는지 캠핑객들이 붐볐다. 요금도 받지 않는 사각의 캠핑장의 영역을 무시하고, 바다가 보이는 모든 공간에는 캠핑카와 돗자리, 텐트들이 줄을 지어있었다. 밤에는 별이 쏟아지는 곳이라 한적히 거닐곤 했는데, 아무도 없을 거라 예상하고 결정한 장소가 이렇게 사람이 넘친다니 의외였다. 의외를 넘어 이 지역의 일상에서 이렇게 많은 관광객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여전히 바다는 푸르렀고, 섬과 섬안의 섬을 닿게 하는 보도교를 거닐며 내려다보이는 시선엔 고기떼가 줄지어 흘러갔다. 섬안의 섬까지 도달하자 사람이 없었다. 해를 맞서고 그늘 한 점 없이 꽤나 걸어와야 하는 보도교는 관광객들에겐 꽤나 부담이었을 것이다.


이번에 거금을 들여 바꿨다는 카메라는 꽤나 실용적이었다. 그 오빠에 말에 따르면, 눈동자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이전 카메라로는 핀 맞추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었다. 이제는 눈동자에 자동으로 초첨을 맞춰주는 카메라가 생겨 촬영 시간이 꽤나 줄었다. 전문 모델이 아니라 외모도 포즈도 엉망이지만 매번 잘한다 추켜세워주는 태도가 고마웠다.


바닷가는 언제나 지평선이 낮다. 하늘과 닿아있는 바다의 끝은 눈이 시리도록 아득했다. 흔들리는 나뭇잎들과 지저귀는 새소리와 거칠게 깎인 돌들이 가득한 바다는 오늘도 평화로웠다. 꽃을 찍기 좋은 날씨라는 말에 장미가 피었다는 장미공원으로 향했다. 장미공원에 꽃이 필 무렵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따로 가보지는 않았다.


장미공원에는 장미가 만발해 아름다웠다. 더운 날씨라 그런가 사람들은 사진만 몇 컷 찍고 떠나곤 했다. 이전에 광주의 어떤 대학교에서 열었던 장미축제가 떠올랐다. 우연히 가게 되었는데 장미 꽃송이만큼 사람이 있었다. 빽빽한 사람들은 사진 속의 한 줌의 여백도 허락하지 않았다. 꽃보다 사람 구경이 더 재밌었다.


장미꽃 다발 아래 앉아 몇 컷 찍고, 흩어진 꽃잎들을 들고 와 불며 몇 컷을 찍고, 나무 둔치에서 몇 컷을 찍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만 함께보다는 내가 보는 1인칭 시점에서 찍는 걸 좋아하는 터라 풍경만, 사물만 찍고는 했는데. 이 향기로운 봄을 남겨준 작가 오빠에게 감사했다.


이번 주말엔 아이패드로 캐릭터를 열심히 그려 선물해주어야겠다. 건강한 재능을 서로 기부할 수 있는 관계. 그러한 관계가 앞으로도 늘어나면 좋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나도 내 재능이 필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건강함은 역시 일상의 성실에서 나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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