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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Apr 16. 2022

팔리지 않는 취미

나는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산다 

일을 쉬다 보니 시간이 많아졌다. 벌써 10개월이 지나는데, 날이 갈수록 별 생각이 다 든다. 요즘은 내 삶과 인생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한다. 지금은 이렇게 많은 생각이 떠오르고, 답을 찾던 못 찾던 고민할 때인가 보다. 부정적인 생각만 드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수많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유영하는 게 재밌다. 하루 종일 나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생각하고 고민한다. 심지어 풀리지도 않는 문제들을 가지고.





나는 유약한 면도 있지만, 분명 강하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부지런하고 손기술도 많다. 또 생각하는 것도 좋아하고 기획력도 분명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보면 약간의 매력도 있는 것 같고. 믿어주는 사람들도 많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야망이 커서 현재는 항상 부족하지만, 좌절함에도 스스로 치유하고 생각하면서 또 나아가는 강직한 면도 있다. 





워낙 관심 있는 분야가 많은지라,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해서 다양하고 꾸준하게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나서 또 사이버대로 문화예술경영학과와 한국어문화학과를 복수 전공하던 차에, 회화학과가 신설돼서 또 복수전공을 하려고 한다. 대학 졸업은 늦어지겠지만, 졸업하고 나면 4개의 전공이 생기는 격이다. 호기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은 나는 늘 느리지만, 꼭 끝까지 완성하곤 한다.





먹고살면서 4가지의 전공은 별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꼬박꼬박 학비를 내며 다니니 오히려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 한 가지만으로도, 사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는 별 영향이 없는 요즘이다. 사실 몇 전공은 필요해서 공부한 것도 아니다. 그저 궁금해서 공부해본 거지. 솔직히 한국어문화학과 수업은 꽤나 어렵고 맞지도 않는다. 대학교 때 배웠는데, 그때도 전공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산다. 취미만 해도 여러 갠데, 팔리는 취미는 하나도 없다. 그나마 디자인은 간간히 외주가 들어오긴 하지만, 사실 외주도 별로 반갑지 않다. 사실 그중 딱 하나로, 딱 하나만 반복해서 팔아도 팔린다. 예를 들면 강아지 옷을 하나 개발해서 계속 그 상품만 만들어 팔면 된다. 그런데 그 간단한 걸, 나는 도저히 못하겠다. 그 시간에 또 새로운 내 옷을 만들고 싶고, 하루 종일 같은 옷만 만드는 건 지루해서 못하겠다.





친구들은 다 한두 자리씩 꿰차고 나아가는데, 나는 직장도 때려치우고 다시 원점에 섰다. 누구는 연봉을 올려 이직하는데, 나는 모은 돈도 쓰고 있는 꼴이다. 가끔은 이 차이에 현타가 오기도 한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나는 딱 이럴 때다. 일이 하기 싫어서 맘 편하게 쉬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일은 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은 욕심도 많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주 종종 대며 바쁘기도 하다.





남편은 네가 할 일은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한다. 아니, 내가 직장이 없다는데, 돈을 못 번다는데 양가 어른들도 별 관심이 없다. 나에겐 내가 할 일을 찾지 못했다는 게 큰 일인데, 아무래도 나한테만 큰 일인가 보다. 다 나보고 쉬라는데, 쉴 수가 없다. 쉬려고 쉬는 게 아니니까 그렇지.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약간의 뒷걸음질이다 지금은. 나는 사방의 눈치를 살피며 숨을 죽이며 숨어있다. 사실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 걸 안다.





세상에는 컵도 있고, 밥그릇도 있고, 대야도 있고, 양푼도 있다. 나는 얼마나 넓은 쟁반이길래 아직도 가장자리 까치 물이 차지 않은 걸까?  천천히 물을 따르다 보면 언젠가 닿을 일이건만, 알면서도 빨리 닿고 싶어 마음이 조급해진다. 확실한 건 나는 내가 아주 넓은 쟁반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다는 것이다.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음에도 더 좋은 선택지를 위해 하지 않는 것이니까.





살면서 했던 선택들 중에 지금 후회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나는 주식으로 많이 잃어도 그때 구매한 것, 혹은 판매하지 않은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고로 지금의 선택 또한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결과가 어찌 되었던 했어야 했던 일을 아주 적당한 때에 잘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마음에 기대서 많이 움직인다. 즉흥적으로 마음이 일면 추진하기도 한다. 그런 우연성을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내가 하는 일은 모두 아주 적당한 일에 적당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을 괴롭히는 바람도 일어야 할 때에 적당히 일어준 것이고, 남들에게 느끼는 현타들도 다 느껴야 하는 일들이다. 이렇게 고민하고 그럼에도 용기 내 불확실성 앞에서 한 발 나아가는 것도 딱 맞는 선택이다. 물론 지금은 보이지 않겠지만, 미래의 시점에서 보면 아주 적당한 일들이다.





결국 나는 또 원하는 걸 치열하게 고민해봐야겠다. 그리고 고민보다 빨리 행동으로 움직여야겠다. 마음이 가면 가는 대로, 떠오르면 떠오르는 대로, 손이 닿고 눈이 닿는 대로. 원했지만, 그간 못했던 것들도 다 처음부터 시작해보고. 부지런하고 열심히만 산다면 뭐라도 되긴 될 것이니까. 느리지만, 다 하고 나면 누구보다 빠른 전환이었을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것들로만 삶을 재배치하는 것, 사실 아주 순탄치만은 않지만 꼭 지금 이 순간 해야만 하는 일다. 쉬워서가 아니라 해야만 하는 적재적소의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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