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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Apr 13. 2022

몽롱한 일상

코로나 자가 격리자의 하루 

결혼과 신혼여행도 끝났겠다, 아이는 일 년 뒤쯤 계획하고 있겠다, 이제는 변명거리도 없어 돈을 벌려고 하던 찰나에 코로나에 걸렸다. 결혼식과 신혼여행까지 마치고, 양가 어른들의 이바지를 나르고 양가 할머님들까지 다 뵙고 온 다음날이었다. 할머님들을 만나고 저녁에는 음성이었는데, 월요일 점심부터 목이 따끔거렸다. 결과는 양성, 남편은 이틀 뒤인 오늘 양성이 나왔다.



한창 붐비는 퇴근시간에도 이상하게 남편이 주차장에 가면 늘 자리가 나고, 가만히 있어도 회사가 성장해서 공돈이 들어오고, 연봉을 쑥쑥 올려준다. 그는 늘 매사에 운이 좋다. 그런 남편과 결혼하고 나니, 나도 덩달아 운이 좋아졌다. 이번 코로나 시기도 아주 땡큐였다. 마침 중간고사 바로 전 주였고, 마침 결혼 준비하느라 바빠 밀린 강의들이 많았는데, 일주일간 격리기간이니 다른 일정들이 싹 사라졌다.



역시 럭키택, 운 좋은 그는 전혀 아프지도 않지만, 나는 꽤나 아팠다. 이틀째에는 자는데 기침이 자꾸 나와 잠을 설쳤고 낮잠을 세 시간이나 잤다. 계속 나오는 기침에 목은 뾰족해졌고 정신은 몽롱하다. 약을 먹고 바로는 좀 괜찮은데, 조금 지나면 다시 몽롱해진다. 평소에 집중력 하나는 참 좋은 편인데, 이번 주는 계속 흩트려진다. 그냥 기분 좋게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두자 싶다.



마침 이번 주에 카카오톡 이모티콘 만들기 수업을 몰아 들으려고 했는데, 시간이 많으니 딱 지금이다 싶다. 요즘은 새벽에는 책을 읽고, 오전에는 대학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낮잠을 자고 그림을 그리고, 저녁에는 이모티콘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다.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서재에 있는 셈이다. 서재 공간을 정말 잘 마련했다 싶다. 강의는 pc로 잘 들었었는데, 모니터가 너무 커서 서재에서 노트북으로 들으니 눈도 덜 아프고 훨씬 편하다.



집에만 있는데 하루가 꽤 바쁘다. 남편은 침실과 거실에서 편히 쉬며 거의 하루를 보내고, 나는 서재와 작업실에서 분주하다. 보통 남편이 요리해서 나를 부르는데, 세끼를 먹을 때와 잠깐의 쉬는 시간 외에는 그다지 얼굴을 보지도 못한다. 내일이나 모레쯤은 영화나 하나 다운로드하여 함께 볼까 싶다. 실제로 하는 게 많아서 하루가 바쁘기도 하지만, 컨디션이 더 좋았다면 금방 끝낼 일들도 질질 끌리고 있다.



아마 격리상황에서 해지되면 진짜로 분주해질 것이다. 이번 달엔 이모티콘도 만들고, 전자책도 쓰고 싶으니까. 난 놀 땐 푹 쉬지만 일할 땐 달려들어서 정말 열심히 하는 편이기도 하다. 농부의 손녀인 만큼, 한국인의 부지런함 DNA가 꽉 들어 쳤다고나 할까. 이렇게 몽롱한데도 아침저녁으로 서재에 붙어있는 걸 보면, 딱 각이 나온다. 그럼에도 할 것을 다 마치고 뿌듯하게 잠드는 성취감은 행복함의 동력이 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분주히 바쁘지만 중간중간 쉬고, 또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실컷 들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밥을 먹고 메뉴를 정할 수 있으며, 서재에서 혼자 집중해서 작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유롭다. 하는 일은 많지만 기분은 여유롭다고나 할까. 나는 앞으로 이런 일만 할 생각이다. 출퇴근하고, 남들이랑 하루 종일 붙어있는 것은 기질상 맞지 않는다.



이번 주부터 '하고 싶은 거 다해! 프로젝트'인 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룰은 아주 간단하다, 내가 앞으로 1년간 내가 원하는 돈벌이를 다 도전해보는 것이다. 나는 뭐 당장 부자가 될 특별한 지식과, 기술과 잘난 점이 딱히 없는 사람이다. 내게 있는 것은 시간과 부지런함 뿐이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어 보이면서, 하고 싶었던 걸 도전해보는 수밖에. 일단 첫 번째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만들기고, 두 번째는 전자책 글쓰기다.



1년간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도 있고, 앞으로 집에서 육아하면서도 할 수 있는 탄탄한 돈벌이 루트를 만들지도 모른다. 혹은 전부 실패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나는 그간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도전했을 거라는 거다. 나는 분명히 노력할 거고, 애쓸 거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과정과 결과들을 브런치에 남겨보려고 한다.



코로나로 몽롱한 일상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좋아하는 과일을 실컷 먹으며, 친구들과 카톡으로 수다를 잔뜩 떤다. 외주로 들어온 로고 디자인도 그려서 하나 보내주고, 건식 족욕기로 따뜻한 족욕도 한다. 내일부터는 집이지만, 잠옷 말고 외출복을 입고 움직여야겠다는 다짐도 한다. 욕실 청소와 집 청소도 조금 할 생각이고, 잠도 푹 자고 읽고 싶은 책도 실컷 읽을 생각이다. 



조금 아프긴 하지만 선물 같은 일주일. 이 일주일도 감사한 마음으로 귀히 쓰려한다. 모든 일은 일어나야 할 제때 내게 일어난다는 글귀를 믿으면서, 평소의 건강과 자유로운 외출에 감사하면서. 충분한 숙면과 규칙적인 생활로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몽롱함 속에서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본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푹 쉬면서 다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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