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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Nov 11. 2022

낭만은 뭐고 현실은 뭘까?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읽고

요즘 세 명이서 '야망'이라는 독서 스터디를 하고 있다. 돌아가면서 책을 읽는데, 이번에 선정된 책은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다. 소설책을 가끔 기웃거리긴 하지만 평소 여행을 가지 않는다면 잘 읽지 않을 장르라서, 혼자라면 절대로 선정하지 않았을 류의 책이었다. 우연에 기대 다양한 책을 읽어볼 수 있다는 점이 독서 스터디의 매력이 아닐까. 


책의 내용은 만남과 결혼의 적나라한 이야기들이었다. 최근에 장기연 애후 결혼을 한 터라, 나도 사랑에 대해 가끔 생각해보곤 한다. 미디어에서, 어릴 때부터 사랑을 참 환상적으로 알려주는데 막상 해보니 딱히 그렇지만도 않았다. 특히 여자들은 어릴 적 읽는 동화부터, 사랑받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범람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고작 사랑받는 것쯤. 사랑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사람이 100이면 100 다, 생각하고 경험한 사랑이 다를 테다. 내가 그 넓은 사람의 범주 속에서 어떤 사랑들을 경험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뭐 그렇게 환상적이고 아름답고 드라마틱하지많은 않았다. 드라마와 달리 현실에는 박보검도, 서강준도 없다. 나는 쉽게 뭐 그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호르몬의 농간이라더니 정말, 설렘은 너무 쉽게 안정이 되었고, 따뜻함으로 변했다.


지난 연애들을 생각해봐도 같이 밥 한 끼 먹는 약속이 그렇게 설레 며칠 전부터 옷을 구매하던 적도 있었는데, 다 하나같이 시간이 지나면 여행도 편안해졌다. 최근에 남편이랑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처음 제주도 여행을 갈 때가 많이 생각났다. 지금은 해마다 가서 숙소 예약도 가서 하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25살, 처음 함께 제주도 가는 길엔 얼마나 설레던지. 계획을 표로 다 짜 놓고도, 마치 그것도 부족한 것만 같았다.


사랑은 호르몬의 농간이라는, 그래서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말을 나는 어느 정도 믿는다. 치기 어린 연애감정이 난무하던 20대를 지나, 이제는 안정적인 사람과 함께하고 있다. 50대가 되면, 80대가 되면 설렘과 두근거림에 기대지 않게 될까? 난 아니라고 본다. 실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에서도 노인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게 '사랑'과 '연애'라고 나온 적도 있었다.  


이 책은 사랑의 과정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살짝 불편하리만치 로망이 빠지는 순간들이 담겨있었다. 도대체 낭만은 뭐고, 사랑은 뭐고, 현실은 뭘까? 아직 나는 신혼까지의 사랑밖에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로망이 빠지는 순간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다. 사랑은 뜨거운 핫팩이 아니라 은근한 구들장이라는 것도. 그런데  왜 이렇게 사회는 사랑이 아주 별거라는 것처럼, 매직이라는 것처럼 알려주는 걸까? 모든 스토리는 해피엔딩에서 끝나는 걸까?


사랑에 찾아오는 다양한 균열의 순간들은 누구에게나 있을 테다. 누군가의 행동에 살짝 설렐 수도 있고, 함께 하고 싶은걸 하지 못해서 서운할 때도, 감정이 폭파해서 와구와구 싸울 때도 있을 테다. 이러한 순간을 상처로만 간직하지 말고, 상처가 나고 재생되면서 관계가 나아간다는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서로를 더 알아가고, 이해하는 그 진부하고 고통스럽고, 때로는 따뜻하고 불온전한 그 과정 과정을 느끼는 게 바로 사랑이라고.


미디어에서 비추는 매직 같은 사랑과 실제 사랑의 간극은 이런 차이라고 본다. 종소리가 울리고, 맺어지는 순간은 사랑의 시작일 뿐이고, 사실은 동적으로 구르고 흘러가는 순간순간이 모여 사랑이 된다고 본다. 상처가 있기에 나아갈 수 있고, 재생이 되기에 더 앞으로 나가는 것. 복잡하지만 더 견고해지는 게 바로 사랑이라 본다. 그리고 그 과정 과정에서 앞으로 취하려는 방향성을 고민하고, 나아가려 애쓰는 게 바로 낭만이 아닐까.


오늘도 낭만 가득한 사랑을 하고 싶다. 사랑하기에 평생은 너무나 길고, 우리는 지지부진하게도 굴러가고 있다. 꼭 이성간이 아니더라도, 나라는 사람과 스스로 하는 사랑도 있다. 평생을 함께 해야 할 나와의 존재와의 동거도, 지지부진하고 지겹도록 비슷한 일상 속에 상처 입히고, 치유하고, 가끔은 환희도 만나며 아주 낭만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바로 사랑에 대한 세뇌가 가득한 현실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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