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이 시켜주는 현지 투어
배가 슬슬 고파서 나갈 채비를 하러 방에 들어가니, 파키스탄 룸메이트가 말을 걸어온다. 아제르 친구랑 같이 나가서 점심을 먹었으면 하고, 아제르 친구도 본인이 좋아하는 레스토랑을 소개해 준대서 같이 나왔다. 숙소 근처에서 첫 레스토랑에 들어왔다. 직원이랑 친한 듯 장난을 치다가, 도네르와 하르츠를 시킨다. 하르츠는 수프 같은 건데, 나는 밀크 하르츠를 시키고 파키스탄 친구는 도네르와 고민하다 치킨 하르츠만 시켰다. 꽤 소식하나 보다.
아르젠 친구가 코크? 하면서 본인은 콜라를 좋아한다고 한다. 아르젠 친구는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해서 구글 번역기로 소통한다. 콜라는 설탕이 들어가 많이 먹지 않으려 한다. 물을 시켰다. 준비된 음식이 나왔다. 밀크 수프 같은 하르츠는 아주 맛있었고, 말린 빵을 말아서 먹는다. 또 터키식 쫀득쫀득한 빵도 같이 나오는데, 내가 여행화서 먹은 빵 중에 제일 맛있었다. 무엇보다 삼삼하니 간이 안되어있어서 맛있었다.
곧 도네르가 나온다, 의사소통 미스인지 파키스탄 친구의 케밥도 같이 나온다. 저녁으로 먹겠다고 한다. 아제르친구는 어제 먹은 도네르는 도네르도 아니라면서 이게 훨씬 맛있다고 한다. 가격이 두 배 차이가 난다. 앙 하고 무니 파삭거리면서 훨씬 맛있다. 훨씬 맛있고, 더 기름지다. 따뜻하고, 파삭거리는 빵에 고기와 야채들이 버무려 들어가 있다. 연신 맛있다고 했고, 꽤나 만족하는 표정이다.
같이 밥을 맛있게 먹고, 파키스타 친구는 대학에 다시 공부하러 들어가고, 아제르 친구는 내게 피곤하지 않다면 산책하겠냐고 물었다. 함께 산책하는 길에, 본인은 아제르는 고대 도시이며, 이를 소개해 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현지인 그녀가 귀한 시간을 내서 투어 해주는 게 고마웠다. 이곳 사람들은 멋쟁이가 아주 많은데, 그녀도 볼드한 액세서리를 좋아했다. 같이 쇼핑을 하는 때에 그녀가 고른 목걸이와 팔찌를 내가 선물했다.
그녀의 단골집인지, 가격을 많이 깎아주었다. 8마 낫. 한국돈으로 약 6000원대에 그녀는 매우 고마워했다. 이곳은 리액션이 많아서 대화를 할 때마다 5분에 한두 번은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포옹을 을 할 수 있다. 그녀만 그런지 전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그랬다. 우리는 올드시티에 가서 곳곳을 구경했다. 덕분에 모스크에 있는 화장실도 편하게 쓰고, 동굴처럼 생긴 기념품 샵도 들렸다. 모든 건물디자인이 통일되어 있는 거리는 고전적이고, 아름답고, 독특했다.
걷다 보니 내가 예약한 테스 여행사가 나왔다. 오지 여행투어를 예약했는데, 취소되었기에 궁금하던 차에 양해를 구하고 들어가 문의를 했다. 기념품을 구경할 때 옆에서 발건던 아저씨가 나와 서로 놀랐다. 요즘은 비수기라 투어가 매일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금요일에 내가 원하는 투어가 있어서 인터넷으로 예약을 한다고 하고 나왔다. 예쁜 암벽도 보고 싶었는데, 가까운 시일 내에 그 투어는 없는 듯싶었다. 그래도 가길 잘했다 싶었다.
나는 풍경을 있는 그대로 찍는 걸 좋아하는데, 그녀는 내가 찍는 걸 보더니 자꾸 그 자리에서 나를 찍어주었다. 덕분에 인생샷이 꽤 생겼다. 그런데 사진들이 다 대각선으로 찍혀있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뭐 크롭 해서 쓰면 될 일이다. 아마 그게 이쪽에서 유행인가..
그녀는 늘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나는 주로 들었다. 그녀의 리액션은 사랑스러웠다. 이런 리액션은 흔하게 볼 수 없어서 매번 신기했다. 그녀는 eeeeeee인 것만 같았다. 나는 그냥 e였던 거야...ㅋㅋ 본인은 스스로가 살집이 있어서 맘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볼륨감에 훨씬 가까운 거 같은데.. 11살의 아이가 있는 28살의 그녀. 이름은 들었지만 낯설어서 잊어버렸다. 길을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무뚝뚝해 보인다. 다 말을 섞으면 그녀만큼 사랑스러운 리액션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길에는 그림들이 걸려있었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만큼 관심이 많았다. 석류와 말 그림들이 많았다. 파스텔톤의 예쁜 그림들과 함께, 정물화도 풍경도 참 좋았다. 귀엽고 동글동글한 러시아 모자들을 지나왔고 다양한 티르키에 카펫들을 만지고, 보고 구경했다. 러블리 빈티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카펫은 매우 매력적이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동굴 속에서 화려하게 빛났다.
걷다 걷다 발바닥이 아파올 때쯤, 함께 카페를 갔다. 날이 추워 따뜻한 아제르바이잔 티를 시켰다. 전통티에 설탕을 섞어서 먹는 거였는데, 꽤나 맛있었다. 사장이 그녀의 친구라고 했다. 추운 날씨에 직접 투어를 시켜준 게 고마워서 내가 사려고 했는데 한국인이라고 사장이 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슬리퍼와 마스크를 사고, 그녀가 선물해 준 시계의 배터리를 갈고 숙소로 돌아왔다. 공산품은 한국가 가격이 비슷했다. 러시아에서 넘어오는 게 많아서 그렇다고들 한다.
숙소에 돌아와서, 그녀는 립펜슬을 선물이라며 줬다. 누디한 색이었는데, 아주 부드럽게 잘 발렸다. 추운 날 피곤했던지 들어와서 이른 시간임에도 거의 쓰러져서 잤다. 월경 첫날이라 그런가, 시차적응 때문일까, 뭔가 알 수 없게 계속 피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