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하게 생긴 낙타
원래라면 오늘 현지 투어를 예상했던 날인데 투어가 취소되어버렸기에, 혼자서 이곳, 저곳을 가보기로 했다. 우선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이다. 평소 박물관과 미술관과 건축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DDP를 지은 자하 하디드 건축가가 지은 곳이였다. 처음으로 시내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내려서 걸어갔다.
11시 오픈인데 30분쯤 먼저 도착하니 공원에서 사람들이 꽤 걷고 있었다. 배가 고파와 남편이 한국에서 싸준 하리보를 질겅질겅 씹었다. 평소 집에서는 있어도 손도 안대던 간식인데, 아 하리보가 이렇게 맛있었었나. 되게 새콤달콤하네.. 하면서 열심히 씹었다. 까마귀들이 왔다갔다 했다. 사람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고 총총 따라오며 아무 가까이 있었다. 생각보다 꽤 커서 내가 더 무서웠다.
조금 있으니 오픈 시간이라 아무 게이트나 다가갔더니, 게이트 D에서 티켓을 사오라고 했다. 게이트 D에서 15마낫을 주고 티켓을 샀다. 총총총, 다시 다른 게이트로 넘어가 짐검사를 하고 들어왔다. 내부는 굉장히 모던했고 생태적이였다. 생태의자의 위에는 나무와 풀들이 있고, 아래는 곡선의 의자가 있었다. 꽤나 현대적이면서 미래 기술적이면서 뭐랄까, 깔끔하니 이뻤다. 중간 라운지가 정말 예뻤는데, 배가 고파서 커피를 먹을 기분은 안났다. 중간이 트여있는 공간 특유의 시원한 느낌이 났다.
오픈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도 거의 없었고, 오늘은 3층까지만 불이 켜져있었다. 엘레베이터로 3층에 올라가 내려오면서 전시를 봤다. 형형색색 예쁜 카펫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평소 러블리빈티지를 좋아하기때문에 한껏 집중해서 봤다. 예쁘고 또 예뻤다, 맘에 드는 까펫들을 열심히 찍었다. 옆에 도안이 함께 있었는데, 눈 빠지겠다 싶었다. 마치 십자수처럼, 사람도 넣고 동물도 넣는다. 화려한 꽃도 피어났다.
촉감은 매우 부드럽고, 까펫 3개를 이어서 만든 대형작품도 있었다. 물론 너무 멋졌다, 나중에 아주 크고 좋은 공간이 생긴다면 제작한 까펫을 깔고 싶다. 파스텔 톤도, 원색의 톤도 까펫 위에서 예쁘게 녹아들어갔다. 다양한 디자인들과 형형 색색의 화려함, 중동 특유의 기하학적인 무늬들이 매력적이였다. 우리집 서재와 작업실에도 빈티지 까펫이 있다. 이사오면서 내가 아주 고심하며 고른 것들이다. 캐리어가 좀 컸더라면 까펫도 사갔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더 짐을 늘리면 아주 무거워서 여행 내내 고생할 것을 안다.
인형 전시도 있었는데, 대부분 러시아 인형들이였다. 무서운 인형도 있고 화려하고 귀여운 인형들도 있었다. 내 취향은 아주 귀여운 인형이 좋다. 아름다운 인형들을 보니, 나도 인형이 만들고 싶어졌다. 설치미술도, 입체작품도 하고 싶어했는데 입체작품으로 인형은 어떨까? 옷만드는 것도 배웠으니 생각해본다. 최근에 본 국내 입체작 중에 독특하다 싶은게 있었는데, 여기 전시된 러시아 작가 작품과 거의 흡사했다.
인형들은 생김새부터 분위기까지 너무나 다양했다. 당장이라도 흑마법을 쓸 것 같은 인형들도 많았다. 작가의 손을 타는 것이겠지만.. 보고 있으니 러시아라는 나라가 궁금해졌다. 이렇게 다크한 분위기도 잘 내고, 맑고 고전적인 분위기도 잘 내고. 러시아의 문화는 어떤 것일까? 언젠가 또 가서 볼 기회가 있겠지. 언젠가 또 인형을 만들고 싶어 사진을 잔뜩 찍어왔다.
아제르바이잔의 유명 명소를 미니어처로 만든 모형들이 보였다. 대부분 비슷하게 생긴 건축물들이다. 고전적이거나, 혹은 현대적이거나. 그 두가지가 잘 어우러져있는 도시가 바로 바쿠다. 놓친 곳이 있나, 하면서 몇 개 찍어왔다. 아, 미니베니스도 가야지, 오늘은 포트바쿠를 가야겠다. 근데 정확히 뭐가 포트바쿠인지 모르겠네.
아제르바이잔을 소개하는 코너도 있었다. 영상관에서 걸어서 세계속으로 같은 영상을 틀어주는데 한 5분일까? 되게 짧은데 흡입력있어서 집중해서 봤다. 까펫디자이너라는 직업도 있나보다. 그런것도 꽤 재밌어보인다. 대신 역사와 문양들을 잘 알아야겠지. 그리고 다양한 전통악기들이 있었다. 소리는 다르지만 북과 기타와 흡사하고 해금같은 것도 있었다. 이 세가지의 형태는 어느 나라 전통악기에도 다 있는 것 같다. 다 소리는 다르지만, 어쩜 짠 것 같이 이렇게 비슷한 형태람.
내려와 다시 반대쪽도 봤는데, 현대적으로 아제르바이잔을 설명하는 작은 공간이였다. 가이드가 열심히 영어로 설명하고 있었고, 중국인 부부로 보이는 동양인도 있었다. 천천히 내려와서 시간을 보니 벌써 두시간이 가까이 지났다. 글로는 간단한데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1층에는 올드카가 몇 대 있었는데 관심없어서 그냥 지나왔다.
건물 외관도 곡선이지만, 내부에도 곡선처리한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부드러우면서도 세련되보였다. 어느정도 특별해보이기도 하고. 완전 원이 아닌 라운드의 곡은 꽤 중요하다. 무엇보다 높고 넓은 트인 공간이 있어서 더욱 세련되 보이는 것이겠지만.. 건물 뿐만 아니라 앞에 물이 흐르는 곳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난 물흐르는 건축물을 아주 좋아한다. 소리도 좋고, 미관도 좋고. 게다가 넓게 물이 흐른다면 금상첨화지.
내려와서 이제는 또 버스를 타고 이동할 시간. 이동해서 주 근처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첫번째로 나온 레스토랑은 아무도 없어서 패스, 그냥 보이는 두번째 레스토랑에 앉았다. 어짜피 메뉴판은 읽지 못하니까, 아무꺼나 감으로 시켰다. 도네르는 이제 제발 그만. 평소 빵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먹는게 좀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얇게 구워서 양념한 빵 하나, 샐러드 하나, 주는 빵, 아이린. 선택은 좋았다. 샐러드는 아주 짰다. 어떻게 오이샐러드가 아니라 절임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빵이 목멕혀서 스프를 시켰는데, 스프가 아니고 하르초라는 거다. 흰색에 찻잎이 둥둥 더있더니, 말로 형용할수 없는 신맛과 독특한 맛이 나서 못먹겠다. 빵만 좀 찍어먹다가 고대로 남겼다. 좀 미안하긴 하네.. 배를 치우고 자리를 옮겼다.
지구 반대쪽에는 어떤 동물이 있을까? 평소 동물원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동물은 자연에 있는게 맞기 때문이다. 아파서 적응을 못한 동물이면 모를까, 또 어딜 가든 갈때마다 동물들이 많이 무기력해 보인다. 그럼에도 지구 반대쪽에 왔으니 동물들이 궁금해 발걸음을 옮겼다. 작고 깔끔하다는 리뷰들이 많았는데, 말 그대로였다. 관광객은 10마낫. 이곳 물가치고는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비할바가 아니다.
하지만 난 곧 주에 온걸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게 된다. 왜냐면 내가 생애 처음으로 낙타를 봤기 때문이다. 전혀 기대치도 않았던 낙타와의 만남. 보자마자 되게 기묘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 한참을 떠나지 않았다. 낙타는 생각보다 아주 컸고, 참 이상하게 생겼다. 큰 혹도 이상하지만, 목이 엄청 굽어있었다. 대여섯마리가 함께 있으니, 진심으로 이상하고 무서웠다.
더 이상한 점은, 걸을때마다 혹이 흔들리는거였다. 아니 저 혹이 단단한게 아니였어? 낙타는 천천히 걸어서 더 기묘한데, 하이튼 자연스럽지 않은 생김새다. 기묘해서..무서웠다. 나중에 내 아제르, 파키스탄 친구는 낙타를 처음 봤다는 내 말에 굉장히 놀라지만, 내가 인스타그램에 낙타의 기묘함을 올리니 신기하다고 몇개의 DM이 왔다. 아마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낙타가 살 수 없겠지.
두번째로 인상깊었던 동물은 야크. 이 친구가 블랙야크의 야크구나. 엄청크다, 생긴건 소랑 비슷한데 높이가 2M정도, 내 키보다 크다. 눈은 순하게 생겼는데 등치가 너무너무 커서 당연히 무섭다. 천천히 걷는게 더 무섭고 까만 털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역시 초식동물이 훨씬 무섭게 생겼다. 얼굴은 순한데 등치가.. 육식동물 다섯배다. 자연에서 만나면 정말.. 너무 무서워서 굳을것만 같다.
그리고 얼룩말이랑 표범을 보면서 자연의 색감은 이렇게 명확하구나, 했다. 아주 색이 쨍하고 무늬가 강했다. 사실 동물 구경 반, 아제르 아가 구경 반 했다. 아가들이 다 너무예뻐가지고, 자꾸 자연스럽게 눈이 간다. 아가들이 한국인인 내가 신기해서 계속 빤히 보는 이유도 있다.
바쿠 주 뒤에는 대학교가 있다. 교정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학생증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구나, 어쩔수 없이 대학생이 가득한 옆에 호수를 좀 걷고, 셀카도 좀 찍고, 바쿠포트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바쿠포트에서 돈을 환전했다. 공항보다 환율이 나빴다. 아, 시내에 가서 하는건데. 공항에서는 100달러에 175마낫을 줬는데, 이 곳은 170마낫도 주지 않는다. 말을 못하니 따질수가 없다. 각자 내부 규정이 있겠지. 부자동네라 그런가.
포트바쿠는 뭐가 바쿠인지 모르겠어서, 그냥 무작정 걷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 명품관에 들어갔다. 평소 백화점이 없는 지역에 살아서 한국에서도 잘 갈 일이 없는데, 이 곳에서도 짐 검사를 하고 들어간다. 막스마라, 돌체앤 가바나, 롤렉스, 보스... 여튼 명품을 잘 모르는 나도 익숙한 브랜드들이 보인다. 이제 나도 옷을 만드는 사람이기에 어떤 옷이 있나 쫙 돌아만 보고 나왔다.
다리가 아파 볼트를 불렀는데 자꾸만 뺑뺑 멀리로 돈다. 택시를 취소하고 20분을 걷기로 한다. 심신이 지치지만 그러고 보니 슈퍼도 가야한다. 물도 다 떨어져간다. 시리얼도 사야한다. 가다 자주 쉬고 공원도 구경하고 남편과 통화를 한다. 게스트하우스 공용용품을 누군가 더럽게 쓰길래,, 착색인지 알았는데 음식물이 덜 닦인 것이였다. 충격먹고 그릇과 수저도 산다. 아니 무슨 그릇살 일이 있다니.. 여튼 그냥 구매해왔다.
숙소에 오니 7시경, 피곤해서 바로 쓰러져 잤다. 일어나니 9시, 아 내일 가정집에 초대받아서 빈 손으로 갈 수는 없다. 옷만 갈아입고 얼른 나와서 시내를 돈다. 밤에 동양인이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녀도 깔끔할정도로 치안이 좋다. 이슬람교에 대해 내가 그동안 편견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하며 야경도 찍고, 구경도 한다. 더바디샵이 있길래 바디워시를 사갈까 하다가, 용기 있는 향수점 직원이 시향을 해보라며 정중하게 청한다.
아, 향이 되게 좋다 마침. 들어가서 이것 저것 구경하며 방향제가 있냐 물어본다. 꽤 크고 고급스러워보이는 방향제가 있다. 이것 저것 맡아보다가 망고향으로 픽. 20마낫으로 향기를 샀다. 웨얼 아유 프롬? 아이프롬 코리아. 오! 코리아~ 아이라이크 드라마. 대화가 나오다가 내가 내부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좋다고 한다. 꽤나 정갈한 모양새의 가게. 이거면 아마 좋아할 듯 싶다.
돌아오니 바로 파키스탄 친구가 야식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안그래도 배고파 살살 일어나 같이 다시 나갔다. 한 바퀴를 돌다가 맥도날드에서 치즈버거를 먹었다. 치즈버거가 되게 작았다. 오면서 내내 이슬람과 파키스탄에 대해 대화했다. 이슬람인을 처음본다고 하니 깜짝 놀란다. 파키스탄은 99%이상이 이슬람이라고 한다. 한국은 무교가 많고, 나도 무교라고 했다. 그런데 유교와 관련이 많다고 했다. 그러니 유교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있다고 한다. 가본적도 없고, 낯설지만 파키스탄이라는 나라가 궁금해진다.
오면서는 슈퍼에 들려 이란이라는 발효된 우유를 사왔다. 옆에 터키 디저트가 있길래 관심을 보이니 친구가 맛있는걸 추천해줘서 나는 몇 개 더 들고왔다. 숙소와서 먹어보니 너무너무 달아서 내 취향을 아니였지만 사본김에 한입씩 물어서 먹어봤다. 꿀같은 시럽에 한껏 절인 앙금이 있는 밀가루 페스츄리 같은 거였다. 바삭한건 전혀 아니고 눅눅한 형태. 종류 몇개를 사왔는데 다 너무 달았다.
와서는 잠이 안와서 폰도 보고 뒤척이다가 잤다. 자꾸 잠을 중간중간 끊어서 자고, 오래 못자서 큰일이다. 다음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났다. 1시에 잤는데.. 피곤할만도 한데 자꾸만 얄팍하게 자서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