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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Sep 03. 2023

초가을의 일상

오랜만의 브런치 컴백 

오랜만에 브런치에 왔다. 한 때는 매일, 한 때는 매주 쓰기도 했는데..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들춰보지 못했다. '목요일의 글쓰기'모임이 있어 글은 매주 쓰기는 했다. 글을 쓴다는건 있는 나를 그대로 온전히 꺼내는 일이면서, 또 내게 언제나 심리적인 도움이 된다. 무언가를 늘 표현해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 불행하게도 그건 나다. 늘 생각하고, 표현함으로써 정리된다. 


그래서 내 인스타 스토리는 늘 바늘땀이다. 누군가는 그 컨텐츠가 아깝다며 다른 계정으로 정제해 올릴 생각이 없냐고 늘 묻는다. 그런데 곧 그럴 예정이다. 컨텐츠보다는 내 시간이 아깝고, 가끔은 내 지인들이 날 너무 잘 알게 되는게, 사실 정확히는 개인의 과한 친밀감이 부담스럽다. 어쨌든 쓰는 것을 멈출 수는 없으니 실제 지인들을 모르는 계정을 하나 만들어볼까 싶다. 그래서 쓰고 싶은 욕망이 들 때마다 거기에 쓰는 거야. 


올해의 근로계약은 딱 3개월이 남았다. 올해 일은 꽤 재밌고 즐거웠고, 고생했고 몰입했다. 많은 좋은 사람들과 친해졌고, 여러번 부딪혔으며 또 그럼에도 나아갔다. 사실 그 과정에서 내가 너무 소진되었고 기관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알 수 있었다. 다음 일자리까지는 잘 모르겠고, 딱 그만두고 나서 너무 허무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쉬면 하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막상 진짜 쉬면 다 잘 못하고, 심심하고 외로운 감정을 달래느라 시간이 꽤 간다. 그때 뭔가를 하려면, 지금부터 루틴과 기본적인 환경을 만들어놔야 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브런치에 다시 들어왔다. 쓰는 습관을 기르려고. 근육을 길러 놓으려고. 딱히 누구에게 보일 글도 아니고, 별 정보도 없는 길고 지루한 신변잡기적인 글들. 난 이런거에 시간을 많이 쓴다. 내가 하는 일들은 남들에게 보이려 하는 일이 아니라서 딱히 큰 관심을 끌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나는 재밌기 때문이다. 또 하다 지루해지면 금방 놓기도 하고, 또 재밌으면 다시 오기도 한다. 지금 딱 이 브런치처럼.


엊그제는 아는 분이 기업에서 나온 펜션 티켓을 보내줬다. 여자 4이서 만든 계가 만들어지고 처음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숲 속의 펜션은 정말 좋았다. 새콤달콤한 와인과 함께 술자리가 길어졌다. 속 얘기가 길어졌다. 오랜만에 만난 어릴적 친구들이였다. 이런 저런 얘기가 나왔다. 삶이 힘든 친구는 자꾸, '네 주변에는 문화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들 다정한거야'라고 대뇌었다. 사실 꼭 그런건 아니지만 반박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걸로 해. 살면서 생길 수많은 능선에서 지금은 빨리 비껴가고, 다정한 사람들만 가득한 세상이 빨리 그녀에게도 오기를 바랬다.


자리가 길어지면 결국 삶에 대한 이야기를 가득 했다. 재밌었다. 다양한 직군의, 어릴때 알았지만 각자 개성있는 친구들과의 이야기. 다들 성격은 다르지만, 타인에 대한 판단은 비슷하구나 싶기도 했다. 삶은 다양한 형태로 오지만 어느정도 공정하기도 하구나 싶기도 했다. 한 살이 채 되지 않은 아이는 시간마다 깨서 칭얼댔고, 생천 처음 들어보는 소리에 우리도 모두 시간마다 깼다. 다음날 출근해서 피곤해 죽는줄 알았다.


어제는 오랜만에 좋아하는 동생을 만났다. 내 최애 mbtI를 가진 그녀는 여전히 관찰력이 좋았고, 자생하는 힘을 잘 키우고 있었다. 뉴스레터와 유튜브, 독립출판을 제안받았다. 이전에도 몇 번 들었던 이야기였는데 이 동생이 말하니까 신뢰가 확 갔다. 흠, 준비해볼까. 도전이 어려운 그녀와 도전이 너무 쉬운 나. 생각하는 관점이 모두 오롯히 다르지만, 그래서 대화가 늘 흥미롭다. 삶을 열심히 살려 하고, 가끔은 지치고, 깊은 대화가 가능해서 내가 좋아해. 삶이 지루한 요즘,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의외의 사람들을 좀 만나야겠다. 새로운 지적자극이 반짝 켜지는 기분이다. 


중한 행사가 하나 끝나고, 요즘도 허무해 어쩔 줄 모르는 중이였는데, 역시 글쓰기는 가장 빠르게 내게 안식과 위안을 준다. 단점을 덮고, 장점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 또 새로운 사고가 떠오르는 새벽 시간. 매일 시간을 조금 더 내서 글을 쓸 수 있으면 더 좋을텐데. 다시 근육을 기를 예정이니 조금 더 욕심내볼까. 막상 시작하면 욕심나는게 참 많은데, 그게 뭐라고 이렇게 쭈그러져 있었을까... 참 사람이란, 나란 사람은. 또 3개월간 어떤 근육을 키워볼까,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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