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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Feb 13. 2024

(스포주의)시민덕희를 보고 : 깡의 중요성

설 연휴 마지막날의 영화

오전에는 친정에 다녀오고, 저녁에는 시댁에 갈 예정이였던 설 연휴 마지막 날, 중간 오후가 어중간하게 비었다. 집으로 바로 가려다 택이가 머리를 한다며 두 시간쯤 걸리니, 옆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게 어떻냐고 했다. 좋다고 하고, 운전하는 그 옆에서 한참을 졸다 깨니, 이미 거의 도착. 택이는 이미 영화를 찾아 예매해놨다고 한다."코믹한 영화인거 같아. 꼭 팝콘이랑 콜라도 마셔." 그는 말하며 미용실로 향했다.


흠 처음듣는 제목인데..저번위 웡카 볼때에는 사람도 거의 없더니, 설날연휴라 그런가 자리가 많이 차있었다. 어른들도 꽤 보이고 가족단위도 꽤 보이고. 내가 선호하는 좌석은 앞줄에서 4번째, d열 중간이다. 이쪽은 늘 사람이 별로 없다. 나는 스크린이 꽉 차게 보여서 좋아하는데, 대부분 너무 가깝다고 느끼나보다. 예매 한시간전에 자리가 열리는 것도 이유가 될만하고.


영화가 시작되었고 깊게 빠져들었다. 보이스피싱에 관련된 영화인데,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한국 청년들이 알바비 높단 말에 중국에 갔다가 갇혀서 감시당하며 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을 하게 된다. 주인공은 보이스피싱에 걸린 아주머니는 피같은 돈을 찾으려 고생을 한다. 주인공에게 사기를 친 손대리는 주인공에게 본인을 신고하게 되고, 경찰은 처음에는 주인공을 믿지 않지만, 결국 주인공이 보이스 피싱 총책을 찾아내게 된다.  


처음에는 영화분위기가 꽤 무서워서 눈도 가리고 귀도 가렸다. 난 쫄깃한 장면들을 잘 못보는 편인데, 그 쫄깃함이 잘 그려졌다. 공명은 어찌 그리 청순한지.. 라미란이 연기한 주인공캐릭터는 어딘가 정말 살아 움직일 것 만 같았다. 염혜란이 연기한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난 그런게 연기를 잘하는거라고 생각한다. 이병현의 연기를 볼때마다 느끼는 감정인데, 어디선가 이런 사람이 진짜 살아있는 것만 같다. 특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이병현이 그랬다. 어딘가에서 오늘도 물건을 팔고 있을것만 같은 승질있는 장사치.


처음이 지나니 중간 중간 코믹스러운 부분들도 보이고, 내용도 재밌었다. 또 동시에 무섭기도 했다. 연기 구멍이 하나도 없어서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모든 영화주인공은 역시 깡이 다하는것 같다. 이런 깡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무래도 이 영화에서는 뒷걸음칠 곳 없는 긴박함이겠지. 살 집도 불타고, 사랑하는 아이들도 시설에 뺏기게 되니까. 그리고 손대리의 깡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이러다 죽나, 저러다 죽나.. 걸려서 죽더라도 신고를 하게 되는 거다.


마침 내게 깡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라서 깡이 제일 크게 보였다. 뭐 어떤 일을 할래도, 어떻게든 움직여야만 해결을 하든 바뀌든 하는거구나. 일개 시민이 사람을 쉽게 죽이는 총책을 잡는 어마무시한 일이라도, 그 주변 아무도 들어주지 않더라도, 어쨌든 악으로 깡으로 시작이나따나 해봐야 아는거구나. 실제 실화에 기반했다고 하니, 더 용기가 났다. 그래도 이렇게 큰 일을 했는데, 약속한 보상금은 경찰이 좀 주지.. 이러면 누가 애써서 신고하고 누가 애써서 고생하겠어.


나도 그 어떤 문제를 맞딱드려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지. 남들은 다 그냥 상대하느니.. 하고 말아도 난 끝까지 상대할거다. 그래서 처벌도 하고 사과도 받아내야지. 이런 기세도 습관이라서, 한 번 하게 되면 자꾸 하게 된다. 그래서 아무도 내게 온전히 잘못하지 못하게 해야지. 아무리 큰 문제라도, 아무리 억울한 문제라도, 아무리 해결책이 없어보여도, 그래도 끝까지. 그리고 그 과정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다 기록해놔야지. 마치 보증금을 못받아서 나홀로 소송을 했던 몇년 전처럼.


그 일이 있고 나서 1년은 걸리고, 수많은 신경도 써야 했지만 결국 보증금을 받음은 물론이고, 많은걸 깨달았다. 돈 몇백이 문제가 아니고, 부당함에서 싸워 이겨본 경험은 아주 소중하다. 그래야 부당함 앞에서 참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있다는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부당함앞에서도 참을 생각이 일절 없다. 그렇게 부당한 차별을 하는 회사에서 퇴사했고, 부당함이라는 단어와 삶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참지 말고, 넘기지도 말고, 애를 쓰자. 잘못된 것에는 덤비고, 덤비고, 비비고, 실패하더라도 과정에서 분명히 배우는게 있다. 적어도 내가 눈감고 넘어가지는 않았어.. 하는 자기 위안이라도 된다. 세상의 어떤 행동에도 공짜는 없다. 개인의 가치관은 그렇게 견고해진다.  그러니, 오늘도 올해도 지지 말기를. 모두 각자의 깡으로 생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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