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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Aug 29. 2020

20대의 짧은 인생이 지칠 때

사는 것에 현타가 온 박약 독백

워낙 성향이 바지런한 탓이다. 아침운동이야 필수 코스고, 최근에는 단톡에서 성공하는 사람의 11가지 습관이 내 얘기 아니 나며 올라오기도 했다. 차 안에서 오디오북을 듣는 것과, 정기적인 봉사를 제외하고는 전부 내 일상이었다. 그러한 과정들을 즐기고, 성격은 당당하고 기고만장하다. 할 말은 다 해야 성이 풀리고, 살면서 남들에게 아쉬울 일이 없었다.


성공하는 사람의 11가지 습관? 즐기며 잘 이수하고 있는 나는 왜 아직도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가. 종종거리고 열심히 사는 게 그만큼의 의미가 있는지가 가끔 의뭉스럽다. 누가 그렇게 종종 대고 살라고 한 적도 없는데 비가 와서 못한 아침운동에 왜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가. 허둥지둥 사는 거나, 잔잔하게 사는 거나 객관적 지표는 별 차이도 없어 보이는데. 


이렇게 심술이 나는 때가 있다. 스스로 종종거림을 못 놓는 나에 대한 한탄이다. 성향이 부지런한 걸, 어떻게 할 수도 없다. 평소는 늘 시간에 쫓겨 이러한 생각을 할 틈도 없는데, 코로나로 집에 있어 시간이 남아도는 요즘, 현-타가 거하게 온다. 좀 차분하고 한두 가지에 집중하는 성향이면, 조용히 집단에 순응하는 성향이면 얼마나 살기 편했을까. 지금이라 이런 성격이 부럽다는 말을 사지, 중고등학생 때는 정말 성격을 바꿔주라고 매일 기도했다. 


 적어도 이런 성향의 남자였으면 조금 더 편했을 거다. 할 말을 다 하고 회사 대표까지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여성은 아직 사회의, 적어도 이런 조그만 소도시에서는 스트레오 타입이 아니니까. 암만 언짢아도 사실 이는 내 키나 피부톤을 바꾸고 싶어 하는 것처럼 의미가 없다. 그걸 너무 잘 알아서 더 재수 없다. 


남들이 보면 웃을, 20대의 짧은 인생도 지칠 때가 있다. 주변에서는 넌 하고 싶은 거 다하고, 할 말 다 하고 살면서 뭐가 그리 지치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사는 것과 지치는 것은 별개잖아. 게다가 나 요즘 다이어트한다고 잘 못 먹어서 예민해. 찬바람 불면 삼재가 끝난다더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까. 


이렇게 거하게 현타 맞는 날, 브런치에 들어와서 30-40대 언니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다. 안 살아봐서 나도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인생은 크게 보면 거기서 거긴 가보다. 그렇게 위안을 얻는다. 각자의 삶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사는 거지. 풀릴 때도 있고, 다운될 때도 있고. 나만해도 이런 삶에 눈물 나게 감사하다가도, 너무너무 재밌다가도, 이 정도면 잘 사는 거지 위안하다가도, 가끔은 또 이렇게 현타를 맞는다. 객관적 삶은 큰 차이가 없을 텐데.

나이가 들어도 정말 똑같나 보다. 막상 살아도 별 거 아닌가 보다. 다 돌고 도는 건가 보다. 나도 언젠가 내 사업을 하고 규모 있는 회사로 키웠을 때, 나를 하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신입을 만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면 좀 반가울 것 같다. 벌써 내가 이렇게 컸구나, 해서. 누구나 삶의 최고점과 최저점의 총합은 같은 거 같아 안심한다. 30대, 40대 여성의 삶은 그냥 '엄마'로만 인식하고 살았는데, 브런치를 보니 생각보다 다양하다.


내가 아직 알지 못해서 그렇지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과 삶의 방식이 있다. 거한 고정관념을 깨는 다양한 삶의 주인공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드러낼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는 건 감사할 일이다. 괜히 이렇게 사나... 싶을 때 가끔 '어른'을 검색해서 다양한 글을 읽어보는데, 삶은 생각보다 광활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사실이래도, 저래도 괜찮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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