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약 Aug 23. 2021

물건 과다의시대

촌스럽고 난잡해지는 대신자유로워져 봐야지

기술력의 발달로 물건들의 질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사람들이 질리는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 갈수록 물건들은 세부적인 카테고리로 나눠지고 유행은 빨리 변한다. 어디선가 받았지만 사용하지 않는 2021년 다이어리는 지금 몇 권인지. 펭귄이 진흙에 젖어가는 요즘,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경험 소비를 늘리고 물건 소비를 줄여야겠다. 조금 촌스럽고 돌아가더라도, 어디선가 받은 물건들도 사용하고, 몇 해 전 한창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입지 않는 옷도 입고. 물건들로 내 센스의 척도를 구축하는 일들도 멈춰야겠다. 퀄리티 있는 거 한두 개로 삶을 구성하길 꿈꾸기엔 너무 유휴 물건들이 많으니..


작년 여름에 선물 받음 데일리 백은 아직도 닳지 않는다. 차가 생기고 물건들이 닳는 속도는 더 느려졌다. 선물 받은 가방들과, 립스틱들만 다 사용하더라도 한참일 텐데. 다음을 기약하며 함께 산 물건이 몇 개인지, 그 모든 것을 유통기한 내에 활용할 수 있는지.. 자신이 없다. 


반짝 유행을 따르면서도 개성을 표출하는 게 제일 어렵고 지루한 가치임을 알면서도 소위 힙함에는 계속 눈길이 가고 다들 구매하는 물건들을 괜히 구매하게 된다. 늘 행거와 옷걸이는 부족하고, 선물은 들어오고, 더 편리하고 세련된 물건들은 나오고, 역시 구매는 매력적이니까.


그냥 인정하자. 나는 촌스럽고 퀄리티 있는 사람이 아니란 것을. 어차피 새로운 물건으로 휘감는다고 세련되고 능력 있는 고퀄리티의 사람이 될 수는 없으며 내 능력으로는 몇 달을 모아야지만 간신히 명품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물론 푼돈을 모아서 구매한 명품이 제 가치를 할지는 미정이다. 아는 척, 있는 척 하긴 참 쉬운데... 없는 걸, 부족한 걸 인정하고 살기는 참 어렵다.


물건은 헤질 때까지 사용하고, 취향에 맞지 않는 것들도 그냥 걸치고, 이것저것 난잡하고 통일되지 않은 소품들을 그냥 사용하자. 그럼 뭐 어때. 그 비용과 시간들을 경험에 올인하자. 더 촌스럽고 난잡해지는 대신 자유로워져 봐야지. 아무도 내게 센스나, 아름다움이나 세련됨을 기대하지 마세요.


사진출처 : 네덜란드 사진작가 프랜스 렌팅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탈락을 접하는 관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