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럽고 난잡해지는 대신자유로워져 봐야지
기술력의 발달로 물건들의 질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사람들이 질리는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 갈수록 물건들은 세부적인 카테고리로 나눠지고 유행은 빨리 변한다. 어디선가 받았지만 사용하지 않는 2021년 다이어리는 지금 몇 권인지. 펭귄이 진흙에 젖어가는 요즘,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경험 소비를 늘리고 물건 소비를 줄여야겠다. 조금 촌스럽고 돌아가더라도, 어디선가 받은 물건들도 사용하고, 몇 해 전 한창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입지 않는 옷도 입고. 물건들로 내 센스의 척도를 구축하는 일들도 멈춰야겠다. 퀄리티 있는 거 한두 개로 삶을 구성하길 꿈꾸기엔 너무 유휴 물건들이 많으니..
작년 여름에 선물 받음 데일리 백은 아직도 닳지 않는다. 차가 생기고 물건들이 닳는 속도는 더 느려졌다. 선물 받은 가방들과, 립스틱들만 다 사용하더라도 한참일 텐데. 다음을 기약하며 함께 산 물건이 몇 개인지, 그 모든 것을 유통기한 내에 활용할 수 있는지.. 자신이 없다.
반짝 유행을 따르면서도 개성을 표출하는 게 제일 어렵고 지루한 가치임을 알면서도 소위 힙함에는 계속 눈길이 가고 다들 구매하는 물건들을 괜히 구매하게 된다. 늘 행거와 옷걸이는 부족하고, 선물은 들어오고, 더 편리하고 세련된 물건들은 나오고, 역시 구매는 매력적이니까.
그냥 인정하자. 나는 촌스럽고 퀄리티 있는 사람이 아니란 것을. 어차피 새로운 물건으로 휘감는다고 세련되고 능력 있는 고퀄리티의 사람이 될 수는 없으며 내 능력으로는 몇 달을 모아야지만 간신히 명품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물론 푼돈을 모아서 구매한 명품이 제 가치를 할지는 미정이다. 아는 척, 있는 척 하긴 참 쉬운데... 없는 걸, 부족한 걸 인정하고 살기는 참 어렵다.
물건은 헤질 때까지 사용하고, 취향에 맞지 않는 것들도 그냥 걸치고, 이것저것 난잡하고 통일되지 않은 소품들을 그냥 사용하자. 그럼 뭐 어때. 그 비용과 시간들을 경험에 올인하자. 더 촌스럽고 난잡해지는 대신 자유로워져 봐야지. 아무도 내게 센스나, 아름다움이나 세련됨을 기대하지 마세요.
사진출처 : 네덜란드 사진작가 프랜스 렌팅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