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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Jul 30. 2021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뭘까

글쓰기 수업을 들어요

벌써 다시 여름이 되었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큰 차이는 벌써 다섯번째 직업을 잃었다는 것이다. '또?'라는 말이 나오기 쉬운 상황에 놓이니 솔직히 할말은 없다. 이정도면 뭐 할건 다 해 봤는데 직장생활이 몸에 안맞는게 맞다. 의외로 난 책임감도 많고 일욕심도 많다. 어떤 그룹에서든 거의 제일 열심히 하곤 한다. 그런데 왜 직장을 잘 못버티는지는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마 프로젝트별로 돌아가는 일이 적성에 훨씬 잘 맞는것 같다. 내년에는 출퇴근이 따로 없는 일을 해야겠다.


이렇게 결심한 이유는 한가지가 더 있는데, 능동적인 백수로써의 일은 너무 행복하기 때문이다. 7시에 아침 운동을 가고, 8시 반에서 점심을 먹을때까지 중국어 공부와 다양한 일들을 한다. 이게 나름 짜여진 루틴인데, 이 아침 루틴때문에 매일 기분이 좋다. 까페에서 맞는 아침 햇살은 왜 이리 청량한지, 한 여름의 풀들은 왜이리 투명한지 모를 일이다. 그냥 밖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커피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재밌다. 좀...살맛난달까?


일단 남은 올해는 좀 쉬고, 내년일은 내년에 생각하려 한다. 뭐.. 소명이 있다면 내게 적절한 시기에 아주 적절하게 모든 일이 맡겨지겠지. 이전 직장상사때문에 아주 스트레스 받을 때, 도덕경을 흥미롭게 읽었다. 깊은 노자의 뜻을 내 알바는 없으나 한 줄로 줄이자면 '그냥 모든걸 내비둬라. 알아서 흘러갈 것이다'랄까. 계획적인 내 성향과는 아주 상충되는 말이였으나 왠지 마음에 들었다. 내게 주어진 일들은 계획을 짜서 꼼꼼히 처리하지만, 어떤 일이 주어질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니 두기로 했다. 


요즘은 정말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글쓰기 수업을 듣는 일이다. 항상 글에 갈증이 있던 터라, 글쓰기 수업을 듣는 10주간은 최대한 꼬박꼬박 글을 쓰리라 다짐했다. 부끄럽게도 너무나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지만, 뭐 앞으로 잘하면 되겠지. 거창한 대주제도 별로 없어서 내가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만 난잡하게 남겨보려고 한다. 모든 학습의 시작은 일단 시간을 들이는 것이다. 이 물리적인 차원은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그런다고 변명해본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뭘까? 초딩때는 이런 질문에 답하기가 참 쉬웠는데, 갈수록 이런 질문들이 어려워진다. 세상만사에 이유가 없었으면 좋겠다. 하고싶은 것을, 하는 이유를 하나로 정의하기가 너무나 복잡해진다. 결이 확실해 정의하기 쉬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처럼 얇고 넓은 시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어렵다. 최근에 셀프브랜딩을 좀 해보려고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를 대표하는 명함이 사라졌다. 물론 어중간하게 나를 설명하는 명함들은 많았지만, 사용하기도 애매해서 스스로 만들어보려고 했다.


누군가는 나를 드로잉 작가라 하고 누군가는 문화기획자라고 한다. 저번에 다른 친구는 또 다른 친구에게 '약이는...약이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해.'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비슷한 고민이 있겠지만 나는 도저히 나를 정의할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이름이랑 번호랑 메일과 블로그만 넣기로 했다. 로고는 내가 좋아하는 호랑이를 대충 그려서 넣었다. 요즘 트랜드는 정갈한 그림이지만 난 슬렁슬렁한 그림이 좋다. 이제보니 촌시런 사람들이 달리 보인다. 유행의 대홍수에서 본인만의 취향을 확고하게 걷고 있지 않은가. 역시  내밀한 브런치와 인스타는 아무에게나 오픈하기는 조금 부끄럽다. 


일단 떠다니는 내 생각들이 일목요연하게 텍스트로 정리되는 기분이 좋다. 그리고 소도시에서 독립한 백수인 나는 하루종일 말을 할 일이 거의 없다. 그니까 외로워서 글을 쓴다. 이 동네 분위기는 저번 글에도 설명했듯이 거의 북유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시사철 예쁜 자연들과 조용한 여유가 있다. 그리고 하나 더, 딱히 의도하진 않았지만 오프라인의 내 친구들은 나를 만나면 자신감과 활력을 얻는다고 고마워한다. 나는 인생이 재밌고 남들도 같이 재밌어하면 좋겠다. 불안해하는 또래가 많은 요즘, 누군가에게 내 글이 위안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나도 스토리북이야 뭐야 내보고 싶고 책도 내보고 싶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대주제가 있는게 유리한데 호기심이 많아서 원래 주제없는 인생을 산다. 아 물론 다른데서 페이가 있는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엄청 주제있는 삶을 사는 척  한다. 어디선가 구하기도 힘든 내 인터뷰를 읽고 '브런치랑 많이 다르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것도 나고 이것도 나다. 그 인터뷰들은 보통 그 주제에 관련있는 사람들이 주로 보니까 그런다. 뭐라도 시간내서 글을 읽었는데 남는게 한 톨이라도 있기를 바라는 선한 마음에서 쓴 거다. 그러니 이해해주시길.


결론은 별로 대주제가 없다. 일단 줄줄 쓰면서 생각해봐야겠다. 아니 사실은 당장 내년 먹고 살 방법도 모르겠다. 너무 째끔 살아서 모르겠다. 아, 이 변명은 99살까지 할꺼다. 일상의 관찰에 물리적인 시간을 쓰다보면 무언가가 겹쳐지겠지. 그 주제를 바탕으로 써나가다 보면 또 새로운 대주제가 생기지 않을까 ? 일단은 금요일이다. 이만 오늘 주어진 일을 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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