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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Aug 23. 2021

창작은 잘함이 아니라 다름의 세계니까

오늘도 용기를 가져본다

오랜만에 전시회를 다녀왔다. 작가님과 인터뷰할 일이 있어 시작된 미팅은 '미술'이라는 공통점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마침 작가 준비를 위해 직장까지 그만둔 상황이라 과정에 대해 궁금한 점도 많았다. 사실 직장을 그만두고도 작업시간은 거의 없었다. 뭔가 내 색을 내고 싶은데, 내가 기본기는 있기는 한가에 대한 불안부터 내 색은 어디서 어떻게 내야 하는 건가에 대한 혼란까지 퍼졌다.


갤러리 원장님까지 합세해 오랫동안 대화를 하고 나서 답은 명쾌해졌다. '일단 꾸준히 하라', '독립적으로 내 색을 내라', '자신감을 가져라'이다. 기본기가 있으면 오히려 독립해서 혼자 색을 내보라는 말에 등 떠밀렸다. 오랜만에 다시 열의와 집중을 찾은 기분이다. 같은 꿈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이래서 중요하다. 그간 빈 캔버스가 살짝 두려웠는데, 이제 다시 찾아 앞에 앉고 싶은 기분이 든다.


희미하게나마 윤곽을 잡았다. 전통 수채화는 그대로 배워서 내가 있는 지역의 공모전에 매년 출품하고, 불투명화는 배우지 않고 내 색을 내서 고민하고 고민한 창작으로 만들어 도전에 출품하는 것이다. 작품들을 최대한 많이 쌓아 자주 전시하고, 사람들과 만나 내 생각을 정리해서 전달해야겠다. 물론 중간중간 다양한 공부들과 걸맞은 경험을 해야 한다. 또 웹 그림도 조금 더 욕심내기로 했다.


못생겨도 나의 색을 내는 법. 처음에는 몰라 헛디디고 엉망으로 작품을 공개할 것이다. 시행착오는 늘 두렵지만, 그럼에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간 그렸던 그림들을 돌아보며 주제도 하나 잡아보았다. 주제는 또 바꾸더라도, 일단은 시도해보는 거다. 웹 그림들도 사실 기본 기능밖에 쓰지 못하지만, 인강도 듣고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또 배우게 되겠지.


브런치에 글을 매일 쓰면서 나에 대한 생각들이 구체화된다. 생각이 언어로 발현되는 거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평소 같았으면 훅 지나갔을 개념들도 매일 글을 쓰면서 다듬어지고 정리된다. 또 이렇게 목표들을 쓰면서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그러면서 나는 심신의 안정을 찾는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적는 작품노트가 구체화될수록, 작품의 스토리가 살아날 것이다. 그 스토리에 맞게 다시 작품의 밀도를 쌓겠지.


눈만 돌려도, 검색만 해봐도 잘하는 사람이 많은 요즘 시대엔 객관적으로 잘하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강의와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 모든 제안을 무르면서, 못생긴 나만의 작품들을 직면하기는 웬만한 용기가 없이는 정말 어렵다. 나는 용기가 사라질 때마다, 혈혈단신으로 이 도시에 이사와 잘 자리 잡고 사는 나를 떠올린다. 못생긴 내 작품들도 나중에는 이렇게 잘 자리 잡게 되겠지.


창작은 잘함이 아니라 다름의 세계니까, 아싸리 전공도 아니고 고향도 아니고 아무도 모르는 내가 훨씬 유리할지도 모른다. 나만의 콘텐츠를 녹여내는 일이 훨씬 쉬울지 모른다. 그러니까, 일단 시간을 들이는 거다. 앉아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거다. 스스로도 어처구니없을 때는 그냥 허허 웃고 마는 거다. 그래, 새로운 작품의 자료조사를 하러 내일 당장 새로운 공간으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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