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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Aug 04. 2021

모든 걸까보일 용기

부끄러움 직면하기

어떠한 미술 전시회에 참여할 작가가 필요하다는 말에 대뜸 하고 싶다고 했다. 모든 예술을 오픈하는 일은 정말 지나치게 부담스럽다. 객관적 기준이 없는 일들은 항상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의심하게 하고 매 순간 날 흔든다. 하물며 오늘 인스타그램에 브런치 페이지를 링크하면서도 너무나 부담스러웠으니까. 아니 친구들 몇 만 보는 비공개 인스타그램에 링크하는 건데도 도대체 왜 부담스러운 건지 모르겠다. 실제로 읽는 사람들은 더욱 없는 걸 잘 알면서도 완전하지 않은 인간으로서 내밀한 속 생각을 꺼내놓는 일은 너무나 부담스럽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보려 한다. 능력껏 할 수 있는 일들을 용기 있게 따오고, 솔직히 조금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도 일단 손들어보려고 한다. 겸손을 지우고 용기를 내비쳐보려 한다. 할 수 없는 일에서 할 수 있는 일으로 벌어지는 그 간극은 결국은 언젠가의 마감으로 채워야 할 테니까. 어디 소속이든, 혹은 소속이 아닐지라도 안정적인 곳에서 주어진 일만 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 


내년엔 글로도 돈을 벌 것이다. 그림으로도 벌 것이다. 기획으로도 디자인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으로 벌 것이다. 시장에 그냥 홀로 일어서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부담스럽지만, 언젠가는 밟고 있는 곳이 모래가 아니라 암석이었다 알게 될 거라는 것을 믿으면서. 시장을 개척하고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정석 루트를 밟지 않았다는 점은 콤플렉스였지만 다른 길을 보게도 했다. 단순히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는 것, 스스로를 재정의한다는 것 자체가 왜 이렇게 두려운지 모르겠다.


드로잉으로 처음 마켓을 준비하던 때가 생각난다. 두려웠다. 누군가 내 앞에 앉고 눈을 마주치며 실시간으로 그림을 그려준다는 것이. 즉각적인 피드백과 돈이 걸린 미묘한 표정을 내가 견딜 수 있을까. 두려웠지만 호기심이 훨씬 셌다. 덜덜 떠는 마음으로 신청을 클릭했다. 다행히 사람들은 아주 좋아해 주었고, 몇 번을 나가며 쏠쏠한 용돈을 벌었다. 물론 촘촘히 준비했고, 늘 인기가 많을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이벤트에는 이런 시작이 있었다.


명확히 스스로를 규정할 수 없이 다양한 일을 했고, 사람들이 보는 각도는 모두 달랐다. 캐스팅으로 이직을 하고 오래 버티지 못하면서  '상대의 생각보다 내가 잘하는 게 아니면 어떡하지?', '내가 지역에 살아서 이런 기회들이 있는 건가?' 싶은 때가 있었다. 아무도 서울을 거론하지 않았는데도 내가 사람 많은 곳에서는 아무것도 아닐까 봐, 나는 솔직히 가끔 두려웠다. 이제는 안다. 모든 이벤트에서 예습하고 복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을. 나는 대부분 상대를 만족시킨다는 것을. 서울과 온라인은 두려운 게 아니라 시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평가들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직장유무를 떠나 모두가 볼 수 있는 시장에 내 능력으로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것, 그리고 예술가의 꿈은 아직도 두렵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내 미학의 눈은 떠지지 않는 것 같고, 타고나게 독특한 사람도 아닌 것 같다. 유려한 글솜씨도 따로 없다. 하지만 이제는 호기심과 설렘을 더 크게 안고 시작해야 할 때가 왔다. 촘촘한 준비가 두려움을 압도하게끔, 기본을 다시 한번 다리고 부끄러운 포트폴리오를 공유할 때가 되었다. 가질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고 무엇보다 물리적인 시간을 투자할 때다.


가끔은 주제도 떠오르지 않고 글도 쓰기 싫어 죽겠을 때가 있다. 억지로 이어 쓴 글은 역시나 개판이고 발행도 부끄럽다. 그럼에도 발행하고 공유한다. 매번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 연속되는 감을 잃지 않으려 한다. 부끄러움을 직면하는 것이 바로 용기가 아닐까. 오늘도 나는 용기를 내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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