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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Aug 14. 2021

29살 관찰기

꿈과 희망이 어른대는 시기

29살, 삶의 각도가 약간은 휘청이는 시기. 우리는 19살과 20살의 명백한 차이를 겪고 나서의 첫 세대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막상 한 살을 더 먹어도 별다를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20대에 이뤄낸 게 있어야 할 것만 같아 안간힘을 쓰고 다른 변화를 맞이한다. 나처럼 나이에 관대한 사람도 알게 모르게 이번 10년의 성과가 올해에 걸친 것만 같아 신경이 쓰인다. 


나는 올해 꿈만 같았던 일을 쉬고, 조금 더 능동적인 방향을 준비하고 있다. 언젠간 해야 했을 일임을 알면서도 올해 이런 용기를 냈다는 것은 29살이 주는 묘한 기대감과 분위기에 올라탔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친구들끼리 만나다 보면 '그래도 서른엔 자리 잡아야지', '그래도 20대에 하고 싶었던 것은 다 해야지' 등의 말들이 일상적으로 나온다. 28살이지, 27살인지 헷갈리던 작년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해보고 싶었던 사업을 시작해보는 친구, 다시 대학에 뛰어드는 친구, 전공을 확 바꿔 아주 다른 길을 개척하는 친구, 간절한 마음으로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 등 다양한 친구들이 공존하고 이런 분위기에 모두 영향을 받는다. 부디 모두 원하는 길을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응원하고, 기존 길을 잘 가고 있는 친구들도 '이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이 맞나?' 다시 한번 고민한다.


20대에서 30대가 된다는 것은 모두를 술렁이게 한다. 꿈들이 숨어있는 마음은 울렁이고 왠지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에 책임감도 생기고 내 20대는 어땠나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스스로를 한 번 더 정의하고, 또래들 사이에서 한 번 더 나의 존재를 인식하려 든다. 전공을 택하느라 우왕좌왕했던 10대의 마지막 해보다 더욱 깊고 숙성된 감정들이 모이고 흩어진다.


나는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물론 먹고 살 방법도 동시에 궁리해야 한다. 요즘은 일단 최대한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자주 그림을 그린다. 돈을 버는 일이야 물론 하겠지만 내 마음속 1순위 직업은 작가를 하기로 했다. 언젠가 할 거면 아주 그냥 지금 하기로 했다. 가을에는 꼭 작업실을 구해 나만의 아늑한 공간을 꾸릴 것이다. 


솔직히 이 술렁이는 분위기에 용기 조금을 더해서 시작한 게 맞다. 혼자서도 호기롭게 시작할 수 있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뭐든 하면 별 것 아닌데 왜 시작 전에는 그렇게 걱정이 많은지 모르겠다. 올해 한 가지 더 결심한 게 있다. 바로 내가 뭘 하든 잘 될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기로 했다. 내가 하면 뭐든지 무조건 잘된다. 나의 선택지는 무조건 옳다. 결국 갈 길을 걷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마음속 메시지를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얼굴이 상기되어 꿈을 말하고 긴 10년을 계획한다.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각자의 희망이 싹튼다. 희망이라는 놈은 어찌 그리 잘 숨어있었는지 아주 오랜만에 나와 너무 쉽게 우리를 감화시킨다. 난 29살의 분위기가 너무나 좋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어서...'라는 푸념으로 시작하는 대화는 각자 하고 싶었던 일들을 꺼내고 서로에게 용기를 얻으며 '그래..? 나도 해볼까?'란 말으로 끝이 난다.


29살은 아홉수라는데, 어떤 아홉수가 이렇게 설렌단 말인가.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는 우리의 미래에 선 하나, 점 하나 얹어보려는 조그만 움직임들이 동동댄다. 내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조용한 파장이 모두에게 번진다. 아직 모든 게 불확실한 우리들은 서로의 눈을 맞추며 위안을 얻고 용기를 가진다. 내년부터의 10년은 하고 싶었던걸 다 해보고 싶다. 그 10년의 마지막에 있을 39살의 아홉수가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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