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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Aug 14. 2021

근육을 기르는 길

무언의 다름을 기대하며

수영 고급반에 입문하면 혼란이 온다. 분명 접영까지 다 배우고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 팔의 각도와 발의 높이 힘을 주어야 할 때와 빼야 할 때 등 교정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많다. 중급반 1번 자리였는데, 올라오고 나니 고칠 것 투성이다. 물속에서 내 모습을 모르기에 잘하는 사람들의 폼을 아무리 관찰해봐도, 다른 사람들이 내게 옳은 방법을 여러 번 말해줘도 이미 난 그렇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에 글을 맨날 쓰지만 독자가 유의미하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집중해서 일주일에 한 번 두 번만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든다. 글감이 없는 날도 정말 쓰기 싫어 억지로 않는 날도 많다. 그런 날은 글도 엉망으로 나와서 발행하기도 부끄럽다. 쓸 말이 없어 하루 종일 브런치 메인만 헤매다 들어오는 날에는 마치 나오지 않는 여드름을 짜내느라 안간힘 쓰는 기분이 든다. 


일주일에 한 번 받는 미술 레슨. 집에서 그림을 그릴라치면 이젤을 꺼내고 그림을 꺼내고 붓을 챙기고.. 챙기는 데만 한참이다. 그냥 레슨 받을 때만 펼쳐서 그리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머리를 지배한다. 일주일에 한 번 받는 바이올린 레슨도 마찬가지다. 미술이나 글쓰기는 양이라도 쌓이지, 실력은 늘고 있는 건지 보이지도 않고 괜히 나만 연습해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귀찮음과 힘듬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일을 최대한 자주 복습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로 근육을 기르기 위함이다. 뭐든지 어느 정도 골격이 구축되었으면 그다음은 밀도를 쌓아야 할 시간이다. 쉽게 구축되는 골격과 달리 밀도는 아주 천천히 지난하게 쌓인다. 하지만 결국 무언의 다름은 밀도와 깊이에서 차이가 난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완성도와 차이는 켜켜한 근육에서 나온다.


이 조그만 소도시로 이사 오고 나서 도서관에서 371권의 책을 빌렸다. 모든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책을 읽었다. 내 삶에 대한 방향성을 잡고 달려가는 긍정적인 태도에 독서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리 없다.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이러한 자양분들은 알게 모르게 내 삶 어딘가에 속속들이 숨어 나를 지탱하는 근육이 되어줄 것이다. 반복하는 모든 것은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근육이 된다.


브런치의 목적은 글을 연습하기 위함이다. 독자를 모으기 위함도 출판하기 위함도 아니다. 물론 이왕이면 독자도 많고 출판도 하면 좋겠지만 그건 부수적인 것이다. 나는 글쓰기의 근육을 키우려 이 플랫폼을 선택했고 매일 들려 글을 남기고 간다. 약 10년간 매일 그렸던 그림이 단단한 기본기를 만들어 줬듯이, 20년간 즐긴 독서가 넓은 어휘력과 문해력을 남겨줬듯이 이러한 시도들은 내게 문체를 선물할 것이다. 


 처음에야 모든 게 빨리빨리 늘고 재밌지만, 어느 정도 쌓이면 쉽지가 않다. 특히 창작이란 분야는 더욱 그렇다. 매뉴얼이 따로 없고 나에게 입력된 것들을 조합하고 재조립해서 출력해야 한다. 하루는 우주여행을 가고 하루는 해저여행을 가면서 사는 게 아니기에 경험 주머니는 쉽게 바닥을 보인다. 그러든가 말든가, 못하든가 말든가 반복해서 창작한다. 그래야 영감을 받을 때 바로 창작하는 과정이 아주 매끄러워진다.


연습 때 100미터 달리기를 완주한 적이 없는데 시합날에만 특별히 완주하는 사람은 없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매일 부단히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뭘 더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는 다이빙 스타트 폼도 매일 하다 보면 어느새 완벽한 폼으로 더 빠른 스피드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모름에 매일 부딪히는 일은 밀도를 쌓아가는 유일한 과정이다. 


모든 게 그렇다. 더 기분 좋은 오늘을 만들기 위해서 하는 배려와 칭찬, 긍정적인 생각들이 반복되다 보면 행복한 삶이 된다. 한계를 짓지 않고 뭐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반복되면 진짜로 기회가 나타났을 때 낚아채는 동력이 된다.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수동태들을 능동태들로 바꿨다. 이런 습관 하나하나가 나를 더 능동적으로 바꾸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오늘도 건강한 근육을 쌓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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