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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Sep 18. 2021

번개 산책 모임

세상이 어떻게 이런 청년들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주말이면 더 재밌어야 하는데 더 심심한 나날들의 연속이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로 빅 이벤트도 없고 모임과 약속도 거의 잡지 않는다. 이번 주는 평일 내내 진짜 바빴는데, 주말이 되니 심심하다는 생각에 맥이 탁 풀렸다. 평일엔 새벽과 오후에 운동을 열심히 하는 편인데, 주말에는 사실 지금껏 잘하지 않았다. 너무 집에만 있으니까 처지는 기분이 들어서 일단 산책이라도 하기로 했다.


단톡방에 오늘 저녁에 같이 산책할 사람을 모집했다. 안 그래도 답답했다며 한 명의 친구가 된다고 했고, 본인의 친구를 데려온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3명이 되었다. 친구의 친구는 이전에 몇 번 만나 낯이 익은 친구였다. 우리 동네 귀퉁이에 있는, 아주 넓고 어두운 공원 주차장에서 만나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한 바퀴를 도는데 20분이 걸렸다. 성인 걸음으로 이 정도면 공원의 규모가 작지는 않다.


너무 어두워 사람이 아예 없을 줄 알았는데 두 팀 정도 마주쳤다. 우린 아주 오랜만에 만났고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준비하는 사업이 벌써 어느 정도 진행된 모양이었다. 친구의 친구는 타 지역에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나는 그새 퇴사를 했고 미싱을 배웠다. 워낙 오랜만에 만나 안부만 물어도 한 시간이 금방 지났다. 우린 서로의 꿈을 기억하고,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묻고 답했다.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반짝거리는 저수지와 불빛이 참으로 예뻤다. 최근에 조성을 잘해놔서 느티나무도 아름답고 데크도 깨끗했다. 조금 더 가을이 된다면 예쁘게 물들 터였다. 습해서 그런지 두꺼비가 아주 많이 보였다. 내 주먹의 반쯤 되는 두꺼비는 무겁게 뛰어 풀숲으로 들어갔다. 계속 같은 자리에서 만나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친구의 친구가 두꺼비를 보면 복이 들어온다고 했다. 우린 한 5마리의 두꺼비를 보았으니 남은 올해도 복이 가득할 것이다.  함께 걸으며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나누고, 함께 하고 싶은 것들도 이야기했다. 친구는 최근에 농활을 다녀왔는데, 어른들의 환대에 아주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했다. 예전부터 순수함이라는 가치를 아주 좋아하는 친구였다. 친구는 우리 팀이 순수해서 좋다는 말을 아주 자주 했다.


친구의 친구는 나중에 카페를 하고 싶다고 했다. 잘 몰랐는데 함께 얘기해보니 과거에 특이한 경험을 많이 한 친구였다. '그냥 재밌어서..'라는 동기는 얼마나 많은 일들을 창조해내는지 모른다. 그가 앞으로도 그냥 재밌어서 시도하는 다양한 일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 일들이 좋은 결과를 내면 더 좋고. 아마 떡두꺼비를 5마리는 봤으니 가능할 것이다.


나는 그냥 지금이 좋다고, 하고 싶은 거 다 배우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다고 했다. 도약하기 전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 아주 많아서 그들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했다. 우리 모두 그런 사람들이니 앞으로 기대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다 잘되면 나는 예술 가니까 후원해줘야 마땅하다고 했다. 친구의 친구는 본인이 성공하면 건물을 사준다고 했다.


인생을 길게 보면, 주변에 비전 있는 사람들을 많이 심어놓는 게 제일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 기대수명이 200년, 300년으로 거론되는 시대에 나는 고작 29살을 살았고, 곁에 누군가가 언제 성공해 내게 도움을 줄지 모른다. 혹은 내가 성공해 줄 수도 있다. 실제로 내 주위엔 비범한 사람도 많고, 본인들의 꿈을 펼치기 위해 웅크려 준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이들 하나하나의 미래가 모두 진심으로 기대된다.


간단한 번개 산책 모임에서도 우리는 반짝거리며 꿈을 말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다듬는다. 세상이 어떻게 이런 청년들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예쁜 풍경 속에서 평화롭게 걷다 보니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자꾸만 샘솟는다. 우리는 계속 말하면서 스스로에게 목표를 심는다. 언젠가 무조건 오늘 말한 것들을 하게 될 것이다. 왜냐면 우린 두꺼비를 5마리나 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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