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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Sep 26. 2021

단 한 사람의 호감을 사세요.

능동적본인 어필

 20대 초, 헌팅 포차에 가면 친구들과 눈빛만 맞춰도 마음에 드는 테이블은 똑같았다. 이견이 있는 날은 거의 없었다. 취향은 모두 다르다지만, 사람의 눈은 어쩜 그렇게 똑같은지. 나는 어제도 첫인상이 세 보이는데, 웃으면 순수해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내 첫인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남녀노소 말을 맞춰 딱 그렇게 말한다. 내가 빼닮은 우리 엄마도 딱 이렇게 생겼다.


인간관계가 원활하다는 것은 삶의 많은 부분에서 윤활제가 되어준다. 특히나 서로가 이렇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작은 도시에서 살 때에는 기름칠이 더욱 중요하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다. 누구나 장단은 있기에 사회적으로 개인의 성향은 어느 정도 용인된다. 중요한 것은 누구도 용인하지 못할, 혹은 반복해서 '어?'싶어 멈추게 되는 구멍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모두 유치원에서 배우는 정도만 하면 사회적 관계에서 구멍이 생길일이 없겠지만, 세상은 너무나 복잡해졌고 성인이 유치원에서 배우는 것들을 이행하기는 아주 힘든 세상이 되었다. 성인들은 유치원에서 배운 사회적 상호작용을 잊지 않기 위해 자꾸 책을 읽고, 유튜브를 듣고, 팟캐스트를 듣고, 친구들에게 상담을 한다. 우리는 이렇게 각자의 구멍들을 메우고 있다.


관찰해보니 누구에게나 호감을 사는 사람들은 이러한 기본기가 짱짱한 사람들이다. 잘생긴 사람도, 돈 많은 사람도, 능력이 출중한 사람도 아니다. 대부분의 느슨한 인간관계에서는 잘난 외모나 돈이나 능력을 빌려 쓸 일이 없다. 상대의 장점이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왠지 나를 편안하게 하는 사람, 뭘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 사람은 어디서나 인기가 좋다. 상대의 장점이 내게 당장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호감을 사는 방법은 디테일에서 갈린다. 모두의 호감을 살 필요는 없다. 단 한 사람의 호감을 사면 된다. 사람뿐일까, 차도 그렇고 가전도 그렇고 집도 그렇다. 가장 좋아하는 차나, 카페나, 치킨 브랜드를 생각해보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된다. 나는 우리 지역에 있는 개인 카페 한 곳을 애정한다. 이유는 심플한 인테리어로 눈이 편안하고, 통 창으로 햇살이 잘 들어오며 커피가 꽤나 양이 많다.


아마 대부분의 단골손님이 그 카페를 찾는 이유는 비슷하리라 짐작된다. 실제 그 카페 리뷰를 찾아보면 비슷한 리뷰가 많다. 사실 요즘 심플한 인테리어에 햇살이 잘 들어오며 양 많은 커피를 제공하는 카페는 흔하다. 그런데 그 카페는 내가 느끼기에 왠지 살짝 더 햇살이 따뜻하게 들어온다. 커피만 따지자면 더 맛있게 내리는 카페도 많다. 그런데 나는 그 햇살을 맞으며 그곳에서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먹는 순간이 유난히 좋다.


이게 바로 디테일의 힘이다. 말로 왜인지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유난히 그곳이 좋은 이유. 항상 그 카페가 북적거리는 이유는 아마 남들도 나와 별반 다르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도 같다. 모든 사람들은 고유한 장점과 매력이 있다. 내가 흐리고 비 오는 날만 그 카페에 갔더라면, 그곳의 매력을 알아챌 수 있었을까? 사람은 카페와 달리 움직일 수 있다. 약속도 내가 주도적으로 잡을 수 있다.


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외향형 인간이다. 파티나 캠프를 수차례 기획하고 운영해왔다. 20대가 가득한 파티에서는 누구나 이성에 대한 촉이 민감하다. 한 번은 소개받은 남자를 내가 운영하던 파티에 초대해 처음 본 적이 있다. 내향적인 그에게는 완벽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마 평소보다는 내가 매력적으로 보이기 쉬운 시장이었을 것이다. 이성관계가 아니라 협상의 공간이었다면, 소개팅보다 훨씬 유리했을 것이다.


인간은 능동적인 선택이 가능하기에, 내가 더욱 호감으로 보일 수 있는 시공간을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먼저 구멍을 메워 기본기를 짱짱하게 만들고, 내 매력을 살릴 수 있는 부분에 조금 더 디테일을 살려, 내가 가장 호감으로 보일 수 있는 시공간에 나를 자주 노출하는 것. 단 한 사람의 호감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이렇게나 쉽다. 언제나 능동적으로 본인 어필을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당장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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