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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Sep 30. 2021

아주 조금의 용기

약아, 네 당당함이 부러워.

10회 차를 맡았던 비대면 미술 수업은 벌써 5회 차를 넘었다. 문학과 미술을 콜라보한, 15명이나 대상인데, 그것도 비대면 수업이라니. 세네 번의 교육을 듣고, 처음에는 눈앞이 깜깜했다. 작품을 손 봐줄 수도 없고, 그리는 모습을 보여줄 시간도 없고, 이를 어떡해야 하나. 그래도 나는 사정이 나았다. 줌을 처음 사용하는 다른 과목 선생님들도 15명을 10회나 가르쳐야 했다. 그런데 벌써 6회 차가 넘었다고 하신다.


기획일을 하면서 매 기획마다 다른 도전을 했다. 어찌 됐건 일인지라, 늘 비슷한 아이템을 복붙 하는 기획자도 있고, 했던걸 업그레이드시키는 기획자도 있다. 같은 걸 반복하면 금방 질리는 스타일이어서일까, 나는 자꾸만 새로운 것에 목말랐고 다양한 행사가 궁금했다. 옆에서는 자꾸, '약씨는 아무래도 일을 만드는 스타일이야'라고 말했다. 사실 맞았다. 스스로도 일에 잠식당해 피곤할 때가 아주 많았다.


큰 사업이 몇 년 지속되는 사업은 보통 비슷한 포맷으로 많이들 한다. 기획해서 해보지 않은 일이란 엄청나게 리스크가 큰 일이다. 예를 들어 전통행사에서 작년에 갓 만들기를 했으면, 올해도 전통 갓 만들기를 하면 아주 편한데, 나는 한 번 했던 건 별로 재미가 없어졌다. 이번엔 갓 쓰고 복주머니 보물 찾기가 하고 싶어졌다. 나 때문에 우린 보물을 만들어야 했고, 숨겨놓을 장소를 섭외해야 했고, 홍보 포스터도 싹 새로 디자인해야 했다.


누군가 가게를 열어 로고 디자이너를 구한다는 말에, 겁도 없이 내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림 그리는 건 평소 즐기지만 로고 디자인은 해본 적 없었지만, 어찌어찌 예쁘게 해냈다. 누군가 티셔츠를 만들어 팔 생각인데 디자이너를 구한다며 찾아왔다. 해본 적은 없지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고나, 티셔츠나, 그림이나 모두 원리는 비슷했다. 모두 처음이었고 어찌어찌 예쁘게 잘 해냈다.


처음 하는 비대면 교육은 아주 부담스럽다고 느꼈던 적이 무색하게 순항하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비대면이라 편한 점이 더 눈에 띄곤 한다. 기획을 하면서 새로 기획한 행사는 누구나 재밌다 느낄만한 것이었고, 참여자와 관계자들의 만족도를 얻었다. 처음엔 불만이던 팀원들도, 재밌는 일을 한다는 점에 보람을 느낀다. 로고도 티셔츠도 처음 디자인해보았지만, 이것이 포트폴리오가 되어 내년에는 다른 공간의 디자인을 맡게 되었다.


시작하기에 약간 거북스럽고 불편한 정도의 새로운 것들은, 내게 낯설기 때문이다. 하기로 작정한 나까지 낯선 것들은 보통 남들에게 흔하지 않은 것들이다. 살짝만 용기를 내서 이런 경험들을 많이 모아둔다면, 남들과 다른 기회들, 큰 기회들이 자꾸만 더 생긴다. 누구나 미지의 것을 시작하는 데에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사람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용기는 어떻게 생기는 걸까? 나는 아주 조금의 용기를 믿는다. 어떤 제안을 받았을 때 머뭇거리지 않는 용기. 무언가가 떠오르면 시작하거나, 적어도 누군가에게 표현할 용기. 큰 도전 앞에서 덤벼들지는 못하더라도 졸지는 않아보는 용기. 생각보다 사람은 책임감이 있어서 시작한 것들을 멈추거나, 포기하기는 어렵다. 그 말은 시작하면 어떻게든 완성은 된다는 것이다. 뭐든 좋았다면 성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그러니까 조금만 용기를 내보자. 새로운 일들을 마주치면 나는 사실 자주 두렵지만, 그럴 때에도 절대 두려워 보이지 않으려 애쓴다. 적어도 쫀 티는 안 내려한다. 두려움이나 불안에 지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적을 만나면 몸을 부풀려 더 크게 보이려는 복어처럼, 어느 때는 아무렇지 않게 보이려 허세를 떨기도 한다. 모르는 친구들은 항상 내게 말한다. '약야, 난 네 당당함이, 그리고 용기가 부러워'


 사실 사람은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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