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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와계자 Sep 18. 2024

세 번째, 네 번째 롤-니콘 FM2

portra400, portra800

집 근처 카메라샵에서 산 FM2/T 로 찍은 첫 필름! 보통 FM2는 은색 바디인데 FM2/T 는 바디가 황동색이다. 처음 봤을 때 색이 너무 매력적이라 한번 놀랐고, 가격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내 기준 가격이 너무 비싸 애써 머릿속에서 지워내려 노력했지만 저기 어딘가 한켠에 자리 잡고 틈만 나면 불쑥 떠올랐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 구매하기로 결정. 요즘 열심히 일 하고 야근비도 받았겠다 보상으로 나에게 선물을 주자는 핑계로 큰맘 먹고 질렀다!! pentax mx를 쓰면서 살짝 아쉽다고 생각했던.. 2000, 4000의 셔터 스피드와 다중 노출을 지원한다는 점이 좋았다(ㅎㅎ).


묵직한 바디와 경쾌한 셔터음. 한동안 얘만 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참지 못하고 출근길에 카메라를 챙긴다. 출근하다 말고 서울숲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성수구름다리에 올라가 본다.

portra400 - 파스텔 톤으로 담긴 성수대교와 남산

성수 구름다리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소다. 정면으로는 압구정이 보이고 오른쪽으론 남산, 왼쪽으론 잠실타워가 있어 어딜 보든 뷰맛집이다. 또 낮이면 낮대로, 밤이면 밤대로 언제 어딜 보던 멋있는 풍경이 펼쳐져 있다.


시간 순서가 맞진 않지만 같은 풍경을 찍은 야경 사진이어서 위에 배치했다.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하고 어플로 노출 시간을 측정 한 뒤 셔터 릴리즈로 한번 찍어본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그림을 좋아하는데, 그런 느낌이 나는 사진을 찍고 싶었다.

portra400 - 성수대교와 남산타워
portra800 - 성수대교 아래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잘 찍은 사진인 것 같다.

이번엔 다리 밑에 내려가서 찍어봤다.

portra 800

액자 속에 액자 느낌이라 찍어봤는데 뭔가 수평도 맞지 않고 기괴한 느낌이 예전 영화 괴물에 나오는 한 장면 같다는 느낌이 든다.


다시 돌아와서

주차장으로 돌아오며 몇컷 더 찍고 출근길 출사를 마무리 하였다.



다음 출사지는 여의도! 아내와 함께 여의도에 놀러 갔다.

강변북로를 탈 때 마주치는 여의도는 맨해튼(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같이 현대적인 고층 빌딩이 있어 약간 세련된 이미지를 주지만 여의도 안에 들어가 보면 이게 또 느낌이 다르다. 여의도 안에 들어가면 오래된 아파트와 건물들이 있고, 이것들이 현대적인 고층 빌딩과 적절히 어우러져 조화로운 느낌을 준다.


뷰파인더에 눈을 갖다 대고 찍을까 말까, 아니야... 조금 더 이동하다 다시 찍을까 말까 하다 보니 아내는 저 멀리 앞서서 나를 돌아본다.

뭐 해~~ 빨리 와~~~

약간 나의 사진 실력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과 함께.


뭐 사실 쥐뿔도 없는 실력이긴 하지만 그래서인지 더 발끈해 대결을 한번 해보자고 했다. 같은 주제로 한번 찍어보자고. 마침 앞에 있던 진주 아파트를 주제로 찍어보기로 한다.

진주아파트. 아내(좌) 와 나(우) 의 사진

찍을 당시는 내가 훨씬 잘 찍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현상 스캔 하고 보니 둘 다 뭐 비슷비슷한데? 그래도 내가 좀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혼자 해본다.


한강 공원을 가서 사진 대결을 이어간다. 공원에 있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고 싶었지만 이게 참.. 실례인 것 같기도 하고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볼 용기도 나지 않아 초상권(?)에 문제없을 만한 뒷모습만 찍게 되었다.

아내가 찍은 사진
내가 찍은 사진

애초에 많이 찍지도 못했지만,, 포스팅할 만한 사진도 얼마 없네 ㅠ

풀과 나무로 만든 액자 속에 담긴 한강으로 여의도 출사는 마무리!


다음 출사지는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이다.

서소문성지는 조선시대 많은 천주교인들이 처형된 천주교 박해의 장소였고, 이를 기려 한국천주교의 성지로 자리매김한 장소다.

천주교인들이 박해를 받았던, 종교적인 의미가 강한 곳이어서 그런 의미를 담는 사진을 찍으려 시도를 해봤다.

갇힌 공간과 열린 하늘. 파란 하늘이 잘 표현됐다면 더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쉽다.
좁은 통로, 통로를 따라 놓인 장애물
빛이 안 드는 곳. 차갑고 높은 콘크리트 벽. 그 위에 파란 하늘과 나무
어두운 통로와 빛이 비친 탈출구
Consolation hall에서 기도 하는 아주머니

전체적으로 조용한? 진중한? 성스러운? 아... 아닌데... 뭐랄까... 차분하고 경건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서소문성지를 나와 우리는 만리동광장으로 향했다. 만리동광장에선 물이 없지만 윤슬을 볼 수 있다.

연못이다. 서울 한복판에 연못이 있다!

철판인가 알루미늄판인가에 반사된 빛이 바닥이 비쳐 예쁜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알루미늄판이 평평하지가 않아 여기에 비친 모습이 울렁거린다.
마치 물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각진 돌들은 연못에 있는 자갈을 표현한 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참 신기하다.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하고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에 대해 감탄을 하며 호수 속에서 걸어 나오다 옆을 돌아보니 우리 얼굴이 보인다. 모습이 썩 괜찮아 보여 옆에 불러 세워 한컷 찍어본다.

프사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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