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만 사랑하던 나에게도 평생 사랑할 사람이 생겼다.
31살에 결혼을 하면서 첫째가 탄생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자전거와 멀어져 갔다.
주위 친구, 직장동료들도 결혼을 하면서 시간이 날 때 혼자 타곤 했는데, 생각보다 외롭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평소에 쉬는 포인트가 세 곳이 있는데 혼자 라이딩할 때 무정차로 목적지에 도착하고 돌아갈 때도 무정차로 원점으로 복귀하면서 무리를 해서 그런지 다음날 며칠간은 몸이 찌뿌둥했었다.
안정적인 가정이 먼저라고 생각했지만 다니던 회사는 망해가고 자전거보단 먹고사는 걱정에 술을 많이 마셨던 것 같다.
개발자인 나는 10년 이상 한 회사에만 있다가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로서 첫 프로젝트에 투입을 하게 되었는데 우물의 안에 개구리가 최신 기술을 알 리가 없었다.
모든 개발 업무가 생소하고 프레임워크도 처음 접하면서 그래도 경력이 11년이어서 업무적으로는 소통과 이해는 가지만 정작 개발에 손도 못 대는 나 자신에 대해 화가 날 정도로 나의 자존감은 이미 바닥에 있었다.
내 나름 돌파구를 찾으려고 노력을 하던 중에 와이프에게 현재 내 자존감이 바닥이라고 일이 너무 힘들다고 얘기를 했었다.
와이프는 자존감 바닥일 땐 뭐라도 질러야 한다면서 나에게 뭐든 좋으니 하고 싶거나 사고 싶은 거 있으면 무조건 사준다고 조금만 더 힘내라며 위로를 했다.
그 순간 한창 자전거에 빠져있을 때 모든 브랜드 네이버 카페를 가입했을 때 특정 브랜드 카페에 메인 사진에 있던 문구가 생각이 났다.
"당신의 삶에 몰튼을" 이란 문구였다.
몰튼 자전거를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너무 고가의 자전거였다.
고민을 하다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전거를 중고로 팔아서라도 몰튼을 사고 싶었다.
중고 자전거 카페 여기저기에 판매 글도 올리고 중고도 알아보고 와이프 말대로 몰턴을 사서 조금이라도 위안을 삼을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중 정가보다 많이 할인해 준다는 분을 만나게 되어 드디어 몰튼을 내 손에 얻었다.
버건디 색상인데 보면 볼수록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몰튼을 구매하고 나서 현재 투입 중인 프로젝트에서도 일이 수월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자존감이 올라간 건 아니지만 내 마음에 위안을 삼아서 멘탈이 중간까진 올라온 느낌이었다.
주말에 혼자서 몰튼을 타고 살랑살랑 라이딩을 자주 하였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상쾌함이 너무나도 좋았다.
나의 라이딩에도 잠시 쉼표가 생겼다.
주말 하루 정도 혼자서 하루 종일 라이딩하던 습관이 있었는데, 와이프가 혼자 육아하는 걸 너무 힘들어하고 제한 시간을 걸었다.
조건은 새벽이든 아침이든 나가서 오전 10시 안에 집에 돌아와 달라고 하였다.
처음엔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직업 자체가 야근쟁이 개발자인데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라이딩 코스가 계양-마포, 계양-여의도, 계양-반포까지는 가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제한 시간이 걸려 버리니 조급함이 내가 원하는 살랑살랑 라이딩이 안되고 역시나 계속 무리를 하고 있었다.
우선 가족이 먼저였고 그다음 일이 먼저였기 때문에 과감하게 잠시 라이딩을 멈추게 되었다.
잠깐의 쉼표로 생각했지만 5년 동안 프리랜서 일에는 충분히 적응하고 뭐든 할 줄 알게 되었지만 둘째가 생기면서 쉼표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점점 나의 자전거는 우선순위에 밀리고 있지만 아들 둘 다 초등학교 들어갈 때쯤에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고 셋이서 라이딩하는 아주 소박하지만 상상만 해도 행복한 꿈을 꾸고 있다.
내 인생에서 자전거는 평생 즐겨야 할 나의 유일한 취미이자 즐거움이다.
요즘 힘들고 무기력한 분들이 계시다면 아주 작은 취미라도, 하는 그 순간에 아무 생각 없이 몰두할수 있는 취미 하나 정도는 가져보면 어떨까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