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나는 반에서 15등 안에 들어갈 정도로 나름 중상위권 성적이였다.
그땐 몰랐다.
내가 겪은 게 중2병이라니…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기억은 안 나지만, 수학, 영어 선생님이 너무 싫었다.
그때 당시 수준별 수업이라고 A, B, C, D 반으로 나눠서 3개 반이 등급별로 이동 수업을 진행했었다.
수학, 영어 공부 를 놓은 나는 A반에서 어느 순간 C반으로 가게 되었다.
반면에 컴퓨터는 순수하게 좋아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컴퓨터 학원을 다니면서 자격증을 6개 취득했다.
워드프로세서 1급, 2급, 3급,
컴퓨터 활용 능력 2급, 3급,
정보처리 기능사.
유일하게 워드프로세서 1급 실기에서 한 번 떨어져서 그 당시 충격을 받아 미친 듯이 타자 연습을 해서 500타까지 만들고 취득했었다.
어느덧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정말 단순하게 공부가 하기 싫다는 생각으로 실업계를 가되, 부모님이 노하실 것을 감안하여 그 당시 실업계 중에 제일 높은 인천기계공고 건축과를 가게 되었다.
물론 부모님은 인문계를 가라고 하셨지만, 중2병인 나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부모님 세대 때는 실업계가 오히려 명문이던 시절이 있었는지, 부모님 주위 어른들에게 기계공고를 갔다고 하면 좋은 데 갔다고 들으셔서 그런지 실업계를 갔어도 부모님께서 더 이상 뭐라 하진 않으셨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간 건축과이기에 나의 꿈은 건축사였다.
실업계는 야간 자율학습도 없고 일주일에 10시간이 실습 시간이었다.
항상 매주 화요일 오후, 수요일 종일 실습을 했다.
목공 실습 때는 열심히 톱질, 망치질, 대패질을 했다.
시공 실습 때는 콘크리트를 만들고, 벽돌을 쌓았다.
제도 실습 때는 제도판에서 설계 도면을 그리고,
의장 실습 때는 스케치를 했다.
의장 실습할 때 느꼈다.
나는 재능이 없고, 몇몇 친구들은 재능이 뛰어나다는 걸..
중학교 때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많이 취득해서 자격증 공부는 자신감이 있었다.
건축제도 기능사, 실내건축 기능사 취득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건축제도 기능사 필기는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지고,
실내건축 기능사 필기는 합격하여 방과 후에 실기를 열심히 준비하여 시험을 보았다.
하지만 떨어졌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방과 후에 남아서 계속 입면도, 투시도 연습을 해서 두 번째 실기 시험을 보았다.
또 떨어졌다.
뭐가 문제일까? 세 번째 실기를 준비하는데 우리 과 선생님께서 내 투시도를 보시더니
"너는 스케치가 너무 부자연스럽다, 색감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다.
나도 알고 있었다. 재능이 없다는 걸.
세 번째 실기 시험, 시험 전날 연습했던 부엌이 나왔다.
어제 그려본 건데 당연히 실수도 없었다.
세 번째 실기 시험도 불합격.
그때 당시 어린 마음일까, 아니면 재능이 없다는 걸 절실히 느낀 걸까?
친구들 앞에서 엄청 울면서 "나 건축 안 해"라고 포기 선언을 했다.
세월이 지난 지금 친구들이 "고작 기능사 때문에 건축 포기한 거 후회 안 해?!"라는 말을 항상 한다.
나는 후회 안 한다. 그때로 다시 돌아갔어도 포기했을 것 같다.
실업계를 들어왔지만 내가 간과한 게 있었다.
건축과 친구들이 공부 수준이 비슷해서 조금만 노력하면 과 석차가 껑충 올라가는 현상으로 수시로 대학을 가기 위한 친구들끼리 공부 경쟁이 시작되었다.
건축은 포기했어도 친구들과 시험 기간이 되면 독서실에서 공부를 했었다.
결론적으로 내 성적은 상위권이어서 수시접수로 대학을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주간/야간 구분이 있었는데, 나도 참 미련하지 캠퍼스에 로망도 없으면서
무조건 주간을 고집했다.
원서를 5곳 정도 냈었는데, 4곳은 출신 학과만 접수 가능했고 유난히 한 대학만 다른 과 지원도 가능하여 전산정보처리과를 지원했다.
신기하게 건축과 하나, 전산정보처리과 지원한 곳이 합격을 하였다.
대학 만큼은 부모님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부모님은 내가 울고불고 하면서 "나 건축 안 해" 했던 게 생각나셨는지 노력했는데 안 된 거에 대해 제대로 위로도 못해줬었다고 말씀하시면서 컴퓨터 쪽으로 가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렇게 대학은 컴퓨터 쪽인 전산정보처리과로 들어가게 되었다.
정말 내 마음대로, 거침없이 마이웨이로 살아온것 같다.
인생은 나무처럼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것이다.
나의 선택이 나를 이곳에 데려왔고, 앞으로도 나의 선택이 나를 이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