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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lalaika Mar 10. 2020

탁상 사원의 개들

고산의 개들

멀리 설산을 마주할 정도로 고도가 높았다.

탁상 사원까지는 왕복 4시간 정도의 등산이 필요하다. 부탄의 대표적인 관광지답게 길은 제대로 정비되어 있었지만 그럼에도 비탈지고 가팔랐다. 비가 오면 등반이 어렵다고 했고 최근 관광객 하나가 사진을 찍던 중에 추락사하기도 했다고 했다.  

산길을 따라 말들이 이동했다. 산 정상 어딘가에서 공사가 한창이었고 여기에 쓰일 모래였다. 말 등에 건축 자재를 실어 나른다는 게 일견 비효율적인 방법처럼 보였지만 그렇다고 딱히 다른 방법을 찾을 수는 없었다.    

모래를 나르는 말들



주차장의 개들


등반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종착지인 탁상 사원 입구까지 개들이 많았다. 주차장에서 머물던 몇몇 개들은 등반 내내 따라왔다. 가이드 소남은 그를 길잡이 개라고 불렀다. 오르기 힘든 경사진 길을 길잡이 개는 두어 걸음 앞서 달려갔다. 내가 멈추거나 늦어지면 개 또한 기다렸다. 길잡이 개는 낯선 이방인인 나의 보폭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등반 내내 함께 걸었던 길잡이 개

개들에게 먹이 같은 특별한 보상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드라이버 타시는 생수를 꺼내 길잡이 개에게 주었다. 개는 익숙하게 받아 마셨다.  

산길 곳곳에 개들이 있었다. 개들은 숲과 나무 아래, 절벽에 몸을 기대어 그 자체로 풍경이 되었다.  


좁고 가끔은 위험하게 경사진 길을 지나 하늘 끝에 닿아있는 고대의 사원에 오르는 여정은 기묘했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갈망과 소원을 위해 이 길을 걸었으리라. 


먼 옛날 3년간의 명상을 위해 이곳을 처음 찾았다는 구루 파드마삼바바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이곳에 사원을 짓겠다고 나무와 돌, 염료 등을 옮겼을 이름 모를 인부들을 떠올렸다. 그 시절에 이 길을 걷는다는 건 죽음을 몇 인치 곁에 두는 체험이었을 것이다. 아마 그땐 개들도 없었겠지.   


암벽이 그대로 노출된 사원의 내부는 춥고 어두웠고 가끔 빛이 머물렀다. 사람들은 기도와 명상을 올렸고 나 역시 눈을 감고 어딘가에 닿았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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