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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NZ한의사 Aug 30. 2024

"벼룩만 없으면 걱정이 없겠네요..."

돈은 되고 걱정은 안 되는 NZ 부. 자의 <돈. 걱정 환전소>

"벼룩만 없으면 걱정이 없겠네요..."




“그러게…  단지, 학비가 필요할 뿐인데 이렇게 벼룩과의 전쟁까지 치를 줄이야…”

부자 아빠가 가난한 아들의 푸념에 대꾸했다.


아빠는 아들이 어릴 적부터 자립심 기르기를 바랐다.

호랑이 새끼가 스스로 생존할 수 있도록 어미에 의해 절벽에서 떠밀리듯이, 아들은 자신의 학비를 벌기 위해 청소일을 시작했다.


몇 개월 전, 아들의 학비 문제로 가족회의가 있었다.

가족의 재정부장인 엄마는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족  재무제표를 근거로 아빠와 아들의 재정상태를 보고했다. 부. 자는 자못 충격에 빠졌다. 부자아빠는 가난한 건물주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고 가난한 아들은 그냥 가난했다.

가난한 아들 (가. 아): ‘마이더스도 아니고 마이너스 인생이라니…’

아빠는 자신의 젊음과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든 재산이 양도세 등 각종 세금을 제하고 나면 거의 반으로 쪼그라드는 현실에 실망스러웠고, 아들은 ‘나는 언제쯤 재산세 낼 걱정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암울한 미래에 한숨이 나왔다. 더군다나 갈 길이 먼데 맨 땅에 헤딩도 아니고 지하 바닥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현실에 급 우울 해졌다.


청소하면서 벼룩에게 물린 아들의 몸을 보면서 안쓰럽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아들만 물린 것이 아니라, 엄마도 아빠도 당했다. 한, 두 번 아들을 돕는다고 학교청소를 다녀온 후 양 발과 종아리 곳 곳이 가려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긁으면 더 큰 고통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가려움을 참아 내며, 벼룩의 집요한 흡혈을 저주하며 글을 쓰고 있다.) ‘물론 지들은 생존하기 위해 피를 빨겠지만 먹었으면 그만이지, 왜 이렇게 괴로운 가려움증을 남기고 고통을 안겨주는지… 알 수가 없다…’


사실, 벼룩의 기습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가족 중에 엄마의 피해가 가장 크다. 상대적으로 더 광범위하게 깊은 상처를 받았을 뿐 만 아니라, 녀석들이 암약해 있을지 모르는 옷과 이불 빨래 그리고 방구석구석 방역을 도맡아 하기 때문이다. 아빠와 아들은 어디서 어떻게 공격을 받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핑계로 아무 전략도 세우지 않은 채 방관하지만, 엄마는 달랐다.


조용히 고민하던 엄마가 말했다.

“검색해 보니까, 벼룩은 15도 이하에서는 생존하기 어렵다네… 그래서 교민신문 벼룩시장 란 보고 있어요. 중고 냉장고 있나 찾아보려고…”

“냉장고?... 는 왜?”

“벼룩 동사 시키려고… 녀석들이 붙어있을 청소복을 바로 냉장고에 넣는 거야…”

‘니들 이제… 다 죽었어!’ 하는 결기에 찬 엄마의 눈빛에 ‘피식’ 웃음이 난다.

뜬금없이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이란 말이 생각나며 돈(학비) 때문에 생긴 해프닝과 벼룩을 냉장고에 가둘 생각까지 해야 하는 현실에 또 ‘피식’ 웃음이 난다.


(가난한 아들은 생각한다...)

학교청소, 비록 당장은 행복한 생존에 그리 유리해 보이지는 않지만 생존하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을 늘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기쁨과 내 학비를 스스로 해결하는 뿌듯함 그리고 척추 전문의(카이로프렉터)가 되어있을 미래를 그리며 오늘도 기분 좋게 교실 청소를 한다.

( 18세 이후의 삶은 자신들이 책임지는 뉴질랜드 문화 덕분에(?) 경제적인 문제로 부모의 허리를 휘게 할 걱정은 없어 다행이지만 내 허리가 불안하다. 물론,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허리만 조심하면 No problem!)

청소일을 경험하며 모든 일은 의미가 있고 직업의 귀천은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돈(학비) 걱정과 시간문제를 해결해 주는 귀한 일이니…

‘벼룩들아… 제발 너무 나 대지 말아 다오. 엄마가 진짜로 냉장고 사 올지도 몰라…’

(혹시, 독자분 중에 벼룩 예방이나 퇴치하는 치트 키 있으신 분 은 빠른 공유 부탁 드립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아… 또 가렵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스테로이드 연고 바르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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