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강점에 대한 회사의 바람직한 자세

by 서린

직장에서 'No'라고 말할 권리: 건강한 경계 설정의 필요성


고용계약의 진실

직장인이라고 해서 회사와 무제한 고용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다. 여기서 '무제한'이란 개인의 모든 역량을 회사가 원할 때마다 제공해야 하는 불공정한 조건을 의미한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동료들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 애쓰다 보니, 이런 불공정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봉이라는 경제적 안정이 우리의 모든 재능을 회사에 쏟아부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진정한 고용계약은 회사의 성장에 필요한 자질을 갖춘 인력과 회사의 비전이 일치할 때 성립되는 것이다.


채용과 실무의 괴리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들은 해당 직무에 대한 역량과 경험을 어필한다. 회사 역시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채용을 결정한다. 그런데 입사 후에는 채용 단계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업무들이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경력자의 경우 회사마다 다른 문화와 업무 방식에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잘 해결해낸다 해도 '이러려고 이직했나'라는 회의감이 쌓이기 마련이다. 신입사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조직에 대한 적응과 동시에 예상치 못한 업무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가치 있는 업무의 조건

업무는 직장인으로서 의미 있는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 때 진정한 가치를 갖는다. 가치 있는 일을 할 때 자기효능감이 높아지고 삶의 만족도도 개선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하고 싶은 일만 선택해서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흥미롭게도 업무에 대한 동기와 성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스로에게 가치 있지 않은 업무를 억지로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손실을 가져온다.


강점 중심의 인사관리: 딜로이트 사례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의 인사평가 시스템은 주목할 만하다. 이 회사는 직원 개개인의 '강점'을 파악하고, 조직 차원에서 이를 더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둔다.

딜로이트에서 정의하는 강점의 핵심은 단순히 '잘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다. 아무리 숙련된 업무라도 본인이 하고 싶지 않다면 더 이상 그 사람의 강점으로 보지 않는다. 반대로 숙련도가 높지 않더라도 직원 스스로 강한 동기를 느끼는 업무라면 이를 강점으로 평가하고 지원한다.

이런 접근 방식의 핵심은 자발적 동기가 있을 때 업무 몰입도와 피드백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점이다. 조직이 적절한 평가와 지원을 제공한다면 업무 효율성과 긍정적 조직문화 형성에 도움이 된다.


조직의 자기점검 질문

조직이 구성원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질문들이 있다:

조직 구성원이 희망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 수 있는 피드백을 받고 있는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지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받고 있는가?


경계 설정의 중요성

특히 스타트업처럼 인력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본래 직무를 벗어난 업무까지 담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회사를 이해하고 돕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명확한 경계 설정이다. '내 시간은 소중하고, 지금의 경험은 내 경력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업무에 대해서는 거절할 용기가 필요하다.

물론 이런 거절이 항상 환영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과연 반드시 필요한가?', '과연 효율적인가?'라는 기준을 가지고 설득해나가면서, 동시에 맡은 업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마감과 품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와 직원의 상호 책임

직원들은 미래의 성공 가능성을 위해 현재 인내하고 희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회사는 직원의 노고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회사의 성장을 통한 실질적인 보상과 동기 부여를 제공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최근 한 패션 플랫폼의 임원이 직장 내 어린이집 건립보다 벌금 납부가 더 저렴하다며 이를 직원들에게 통보한 사건이 있었다. 이는 직원의 헌신에 대한 회사의 의무를 저버리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방식의 소통은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를 떠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현실적 관점의 필요성

회사를 위한 헌신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회사의 성장이 개인의 비전과 일치한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경력의 특정 시기에는 정말 열심히 일해야 할 때도 있다.

다만 회사가 직원과의 약속을 무조건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 회사는 본질적으로 효율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조직이다. 일부 사회적 기업이나 CSR에 적극적인 회사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조직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건강한 직장 생활을 위한 제언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와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맡은 업무는 성실히 수행하되,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요구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건강한 직장 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능력이다. 개인의 전문성과 가치를 지키면서도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 그것이 현명한 직장인의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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