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알못 엄마들에게7: “비교과 많으니 만회되겠죠?"

학생부 비교과 활동에 대해

*대알못: 대학입시 알지 못 하는

“글쎄요...”

라는 답밖엔 드릴 수가 없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수행, 동아리, 학생회, 봉사활동 하느라고 매일 정신이 없습니다. 덕분에 공부할 시간을 많이 뺏겼습니다. 

학원비가 그렇게 비싼데, 공부를 대체 왜 안 하는건지. 

그런데 이젠 대입에서 비교과가 중요하다니 화를 낼 순 없습니다. 

사실 아이가 좋아서 진심으로 열심히 하는 비교과라면 괜찮습니다. (물론 공부보다 당연히 재밌겠지요) 

그런데, 대입을 위한 학생부 만들기를 위한 비교과라면 전 말리고 싶습니다. 

아주 세밀하게 전략적으로 계획을 잘 짜서 특정대학, 특정학과만을 위한 비교과라면 그래도 낫습니다. 

학교에서 정책적으로 시행하는 비교과라면 어쩔 수 없으니 하는게 맞지요. 

그런데, 비교과에 정신팔려 교과를 소홀히 하는 것, 그냥 공부하기 싫어 핑계로 비교과에 매진하는 것은 전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 

그냥 단순하게 말씀드릴께요. 

올 일등급인 학생이 있습니다. 수상한 것도 없고, 독서도, 동아리도 없습니다. 공부를 잘하니 수행정도만 적당히 해서 세특 몇 마디 있고 학생부가 텅텅 비어있습니다.

그리고 올 삼등급인 학생이 있습니다. 수상경력(앞으론 최대 6개밖엔 못쓴다지만)도 세페이지가 넘어가고, 독서록, 동아리활동 봉사활동까지 그야말로 꿈의 학생부입니다. 

대학에서 같은 학과, 같은 전형에 두 학생이 지원했을 때 어떤 학생을 뽑을거라 생각하세요?

 

대학은 공부하는 곳입니다. 

기초수학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뽑고싶어합니다. 실무능력이 있는 학생? 글쎄요...

예를 들어 코딩관련 비교과가 정말 화려한 학생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간단한 앱은 뚝딱 만들정도의 학생이예요. 

그런데 교과가 모두 3~5등급입니다. 대학에서 이 학생 쉽게 선택하지 못합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컴퓨터공학과 교수님의 말씀을 빌자면, 코딩프로그램은 시시각각 변하고 발전하니, 대학에서는 프로그램 운용능력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할 사람을 뽑는거라 합니다. 

결국 수학 과목 잘하는 학생을 뽑으면 그 학생이 프로그램 운용능력도 금방 학습하고, 나아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 하는 수준까지 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고 합니다. 

또, 대학입장에선 고등학교별로 다른 환경도 고려치 않을 수 없습니다. 

교과에서도 학교별 수준차를 고려해 평가하려고 노력하는데, 비교과에선 오죽하겠어요. 

특히, 2021학년도부터는 서류평가부터 블라인드가 시작되었습니다. 

평가자들이 수험생들의 출신학교를 아예 모르고 평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비교과가 하나도 없다면 그 학교에 아예 비교과 프로그램이 전혀 없는 것이라 기재할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함부로 평가하지 못합니다. 

이 정도 말씀드렸다면,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었을 줄 압니다. 

교과에 비해서 비교과 너무 뭉뚱그려 성의 없이 설명하는 것  눈치채셨죠. 

제가 정말 소심하서요.

대놓고 딱 말씀 못 드리는 상황을 이해해주세요. 

아이가 동아리활동이나 수행을 열심히 한다면 한 번씩 꼭 살펴주세요. 

진짜 그 활동 자체가 즐거워서 하는 활동인건지, 내가 교과가 부족하니 비교과라도 만회해야한다는 마음으로 교과에 들일 시간을 할애해서 하는건지를요. 

둘 다 그다지 하고 싶지는 않은데,  교과와 비교과를 선택해야하는 순간이 온다면... 정답은 아시겠죠? 

(현실적으로는 교과보다야 비교과활동이 재밌으니 너무 당연하게 비교과에 시간을 들이는 경우가 99.9999%입니다. 마음의 안정도 얻을 수 있거든요. 난 공부가 부족하니 수행이라도 잘해야지. 이걸로 만회가 될거야.. 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