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를 자꾸 공부하게 만든다. 마치 전 국민이 치매에 걸리지 말라는 듯, 나 역시 팔자에도 없던 법 공부를 시작했다. 조항 하나하나가 어렵지만, 오래 걸리더라도 끝까지 이해해보려 한다.
예전엔 어려운 건 똑똑한 사람들이, 전문가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싶어 무심히 지나쳤다. 그러나 그 무심함이 쌓이고 쌓여 결국 지금의 사태를 만든 건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이제는 더 이상 입 다물고 가만히 있을 수 없고, ‘알아서 해주세요’라는 말도 할 수 없다.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알고 그것을 다른 이에게, 특히 아이들에게 쉽게 설명해주는 것—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헌법 조항을 공부하며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쓰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러던 중, 최근 속보에 자주 등장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라는 단어를 접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정확히 모르니,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중대한 것인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
결국 또 하나의 공부가 시작되었다.
정의 :
전원합의체(大法院 全員合議體)는 대법원 판사 전원이 모여서 심리하고 판결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다.
구성 :
- 대법원장(1명) + 대법관(현재 13명, 총 14명)이 모두 참여한다.
- 일반 재판부는 4명 정도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소부(小部)에서 사건을 처리하지만, 중대한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전원합의체에서 다룬다.
전원합의체로 회부되는 경우
1. 기본 판례를 변경해야 할 경우
2. 대법관 간 의견 차이가 클 때
3.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일 때
4. 대법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실제 예시
- 혼인 중 출생 자녀의 친생자 추정 변경
- 병역거부자의 무죄 판단
- 성소수자에 대한 군형법 적용 판결 등
→ 사회의 법적 기준을 새롭게 세우는 판결이 이뤄지는 곳이다.
비유로 쉽게 설명하면?
- 보통 사건은 ‘소부 회의’에서 해결된다. (회사 팀장 회의)
- 전원합의체는 ‘사장님부터 전 임원 다 모인 최고회의’이다.
→ 회사 전체의 방침이나 철학이 결정되는 회의로 대한민국 법의 기준이 된다.
역할의 중요성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사법부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작용하며, 향후 유사한 사건에 법적 기준을 제시한다. 쉽게 말하면, 법의 해석을 바꾸는 판결을 내리는 자리이다.
최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되었고, 2심의 무죄 선고는 결국 파기환송되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해 직접 회부를 결정했다는데, 이는 사건의 중대성과 사회적 관심도를 반영한 조치라고 한다.
그러나 묻고 싶다.
이번 판결이 과연 그들이 말하는 ‘사건의 중대성과 사회적 관심도’를 진정으로 반영한 것이었는가?
나는 삼권분립을 기반으로 한 대한민국에서 줄곧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 판결이 사법적 원칙과 법의 공정성에 따른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적 맥락과 외부의 압박이 작용한 결과는 아니었는지, 그 전 과정을 시민으로서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우리는 이제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이 무책임한 시대를 살고 있다.
법은 더 이상 법조인만의 것이 아니다.
시민이 감시하고, 공부하고, 함께 책임져야 할 민주주의의 도구다.
그리고 지금, 또 하나의 공부는 계속되고 있다.
"항소", "상고", "항고", "상소"는 모두 판결에 불복할 때 쓰는 법률용어지만, 사용되는 재판의 종류나 단계, 절차에 따라 다르다.
1. 상소(上訴) – 총칭
의미 : 형사소송에서 1심 판결에 불복해 상급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모든 절차를 말함.
종류 :
* 항소 : 1심 → 2심(고등법원)
* 상고 : 2심 → 3심(대법원)
* 형사사건에서는 "항소"나 "상고"를 통틀어 ‘상소’라고 부름
2. 항소(抗訴)
* 대상 : 1심 판결에 대한 불복
* 법원 간 관계: 지방법원(1심) → 고등법원(2심)
* 적용 분야 : 형사소송, 민사소송 모두 해당
* 예 : 1심에서 징역형 선고 → 피고인이 불복하면 항소
3. 상고(上告)
* 대상 : 2심 판결에 대한 불복
* 법원 간 관계: 고등법원(2심) → 대법원(3심)
* 적용 분야 : 형사소송, 민사소송 모두 해당
* 대법원은 법률심이므로, 사실관계보다는 법 적용의 정당성이 쟁점
4. 항고(抗告)
* 대상 : 판결 외의 결정이나 명령에 대한 불복
* 적용 예시 : 구속영장 발부, 보석 기각 결정, 가처분 결정 등
* 법원 간 관계 : 같은 심급 또는 상급 법원으로
* 재판의 ‘본안 판결’이 아닌 ‘절차적 판단’에 대해 불복할 때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