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조직법을 보게 된 날

by Balbi


평소 정치에 대해 내가 취했던 자세를 이야기 하자면 너무 간단하다. 평소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했고, 선거철에만 잠시 관심을 취하며 투표권을 행사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이후, 나는 정치에 무관심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는 누구보다도 정치에 깊이 관여하게 되었고, 지금 이 상황은 시민으로서 참으로 씁쓸하게 느껴진다.


정치 고 관여층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일개 시민으로서 취할 수 있는 자세와 방법은 제한적이고 한계가 있다. 집회에 참석하고, SNS로 나의 목소리를 내고,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지금의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려고 하지만 발을 동동거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시작한 일은 아이들에게 헌법을 쉽게 풀어 알려주겠다는 작은 실천이다. 조금씩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4월부터 시작한 일은 인스타에 ‘엄마가 읽어주는 헌법’계정을 만들어 카드뉴스를 발행하는 일이다. 계정의 확장 속도는 더디지만 단 한명에게라도 가슴에 남는 콘텐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하루 하나의 조항을 카드뉴스로 올리며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전원합의체’에 대한 내용을 추가로 발행하려는 과정 중 한 가지를 발견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관한 법령은 어디에 있는가?


ChatGPT에 찾아보니 법원조직법 제16조를 제시해 주었다.


법원조직법
제16조(전원합의체)
① 대법원에 전원합의체를 둔다.
②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로 하며, 대법원장이 그 의장이 된다.
③ 전원합의체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판결을 한다.
1. 종전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2. 중요하여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④ 전원합의체의 의사 및 의결에 필요한 사항은 대법원 규칙으로 정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법원조직법 제16조를 확인하니 전혀 다른 내용이 나왔다. 다시 질문에 들어갔고 여러 질문의 단계를 거친 끝에 나온 답은 이렇다. 위의 내용은 개정 전의 내용이고 현재 개정된 법 조항은 다음과 같다.


법원조직법 개정 후
제16조 (대법관회의의 구성과 의결방법)
① 대법관회의는 대법관으로 구성되며, 대법원장이 그 의장이 된다.
② 대법관회의는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③ 의장은 의결에서 표결권을 가지며, 가부동수(可否同數)일 때에는 결정권을 가진다.
[전문개정 2014. 12. 30.]


개정 이후 전원합의체에 대한 내용은 법원조직법 제7조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제7조(심판권의 행사) ① 대법원의 심판권은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에서 행사하며,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된다. 다만, 대법관 3명 이상으로 구성된 부(部)에서 먼저 사건을 심리(審理)하여 의견이 일치한 경우에 한정하여 다음 각 호의 경우를 제외하고 그 부에서 재판할 수 있다.
1. 명령 또는 규칙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인정하는 경우
2. 명령 또는 규칙이 법률에 위반된다고 인정하는 경우
3.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判示)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4. 부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② 대법원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특정한 부로 하여금 행정ㆍ조세ㆍ노동ㆍ군사ㆍ특허 등의 사건을 전담하여 심판하게 할 수 있다.
③ 고등법원ㆍ특허법원 및 행정법원의 심판권은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에서 행사한다. 다만, 행정법원의 경우 단독판사가 심판할 것으로 행정법원 합의부가 결정한 사건의 심판권은 단독판사가 행사한다.
④ 지방법원ㆍ가정법원ㆍ회생법원과 지방법원 및 가정법원의 지원, 가정지원 및 시ㆍ군법원의 심판권은 단독판사가 행사한다. <개정 2016. 12. 27.>
⑤ 지방법원ㆍ가정법원ㆍ회생법원과 지방법원 및 가정법원의 지원, 가정지원에서 합의심판을 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에서 심판권을 행사한다. <개정 2016. 12. 27.>
[전문개정 2014. 12. 30.]


법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법조항을 찾아보며 큰 의문점을 갖게 되었다.

'전원합의체'라는 명칭이 법 조항에서 사라진 이후, 그 구성과 판단 기준은 추상적 표현으로 대체되었고, 이는 법령의 명확성을 떨어뜨린 것은 아닌가? 명확하게 하나의 조항으로 명시되어 있던 것을 법 개정을 하며 교묘한 술수를 쓴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권한은 유지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역할과 책임은 슬그머니 피하려는 의도는 아닌가? 명칭은 지웠지만 권한은 그대로인 이 제도는, 목적이 관철되지 않았을 경우 누구도 책임지지 않도록 설계된 것이 아닌가 하는 깊은 의문을 남긴다.



법원조직법의 변화 : ‘전원합의체’는 어떻게 사라졌는가


과거 법원조직법 제16조에는 전원합의체에 대한 조항이 명확히 존재했다.

그러나 2014년 12월 30일, 법률 제12844호의 시행으로 해당 조항은 삭제되었고, 그 내용은 제7조 제1항으로 이동되었다. 이 과정에서 '전원합의체'라는 고유 명칭은 사라지고,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라는 추상적 표현으로 대체되었다.


‘전원합의체’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과거에는 법원조직법 제16조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었지만, 현재는 해당 조항이 삭제되고, 제7조 제1항에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라는 모호한 표현만 남아 있다.

실무상 전원합의체는 여전히 존재하며, 판례 변경이나 사회적으로 중대한 사안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있지만, 법령상 명칭이 사라지면서 국민이 그 존재와 작동 방식을 감시하고, 책임을 물을 명확한 고리는 약해졌다.

사법 권한은 그대로 휘두르되, 그에 따르는 책임은 피해갈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러한 염려 속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되었고, 항소심에서 선고된 무죄 판결은 결국 파기환송되었다.

문제는 이처럼 헌법에도, 법원조직법에도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추상적 합의체’가 이처럼 중대한 정치적 사안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 누구도 그 조직의 실체와 운영 방식에 대해 명확히 알기 어렵고, 책임의 주체 또한 흐릿한 상황에서, 과연 이 판결은 민주주의적 정당성과 투명성 위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전원합의체라는 이름을 숨긴 채 권한을 유지하고 책임은 피하려는 사법 권력의 이중적 태도는 지금 우리 사회가 마주한 또 하나의 민주적 과제다.


헌법에도, 법원조직법에도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전원합의체’가 내린 판단을, 우리는 과연 아무 의심 없이 따라야 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의심이 아니라, 책임 없는 권력 구조에 대한 시민의 정당한 감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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