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고관여자의 삶

by Balbi


그동안 정치는 나와 무관한 세계라고 여겼다. 지금은 그 무지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게 되었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중이다. 그 어떤 분야보다도 내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정치를 너무 남의 일로만 생각했다. 평온한 일상의 모습을 되찾으면 다시 정치에 무관심한 삶을 살 수 있겠지만 그리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내 하루의 시작은 음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바뀐 건 아침 풍경만이 아니다. 종일 음악으로 가득 찼던 집안은 MBC 뉴스, 김어준의 뉴스공장, 매불쇼가 종일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표현답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요즘같은 때는 하루가 아니고 시간, 분단위로 변화하고 있어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그 흐름을 따라가기가 벅차다. 너무 웃긴 것은 뉴스와 포털에서 정치권의 속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뉴스에 나오고 있는데 포털에서는 속보도 아직 뜨지 않고, 그 반대의 경우도 허다하다. 정치는 생물이라지만, 이렇게 분단위로 요동치는 현실 앞에서 생각이 많아진다.


요 며칠동안 국민의 힘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했음에도 편법을 동원해 후보를 교체하는 상황이라니. 편법과 불법을 자행하는 그들이니 놀랍지도 않았다. 이 사태가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관심조차 없던, 오히려 비판하던 당의 후보에게 묘한 응원의 마음이 들었다. 물론 그에게 나의 소중한 한 표를 던지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실시간으로 바뀌던 상황은 어제 늦은 밤 최종 정리가 되었다. 자신들의 입맛대로 전횡을 휘두르던 그들도 다수의 당원들의 뜻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역시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다. 당원들의 뜻을 거슬러 자신들의 뜻대로 했다가는 더 이상 자신들의 자리가 없을것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겠지만 최종 결론은 깔끔해졌다. 지금 이시간이 지나고 또 새로운 속보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떠들며 자신들의 입맛대로 요리하듯 하는 행위는 이제 그만 보고 싶다. 상식적이고 순리대로 흘러가는 고요한 일상의 흐름에 젖고 싶다.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으로 시작하는 아침 말고, 음악이 흐르는 아침을 맞고 싶다.


정치 고관여자가 많아야만 유지되는 사회는, 병들었다는 증거다. 나 역시 소소한 일상이 정치의 부당함에 침범당하는 순간, 무관심한 시민에서 분노하는 고관여자로 바뀌었다. 싸우기 위해선 논리가 필요했고, 논리를 갖추기 위해선 알아야 했다. 몰랐던 분야를 하나하나 공부하며 대응하려니 머리도 아프고 고단하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다.


이 나라에선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이해하고, 파기환송과 파기자판을 구분할 수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 그 자체로 이 시대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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