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헌법을 좀 더 깊이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쉽게 이해하는 헌법’과 ‘엄마가 읽어주는 헌법’ 시리즈였다.
‘쉽게 이해하는 헌법’은 말 그대로 어렵게 쓰인 헌법 조항을 중학생 수준의 눈높이로 쉽게 풀어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생소한 용어는 뜻을 찾아보고, AI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평이한 언어로 다시 써 내려갔다.
내용을 쉽게 풀어서 정리하다 보니 이 내용을 많은 이들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동안 헌법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모르고 살아왔다. 국가 운영의 기본이 되는 헌법을 모두가 한 번쯤 읽어보았더라면, 12.3 비상계엄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니, 애초에 시도조차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헌법을 공부하면서, 뉴스에서 나오는 비상계엄·탄핵 정국의 이야기들이 결국 다 이 안에 담겨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비상계엄이 비정상적인 선택이었는지, 대통령이 법을 어떻게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지, ‘법꾸라지’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었다는 사실도 자연스레 이해되었다.
법과 헌법에 무관심한 다수의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이들 앞에 우리가 허술하게 틈을 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공부가 필요하다. 뒤늦게 무지에서 벗어나려 이것저것 책을 사고, 헌법을 공부하며 정리해보았지만, 마음은 급하고 머리는 금세 과부하가 걸렸다. 위기 상황이 닥친 후에야 부랴부랴 배우려 드니, 너무 어렵고 벅차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이들만큼은 헌법에 조금 더 일찍, 자연스럽게 친숙해지기를 바랐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바로 ‘엄마가 읽어주는 헌법’이다.
중2병 한창인 첫째에게는 그저 잔소리처럼 들릴 뿐이었다. 그나마 아직 대화가 통하는 둘째에게 헌법을 알려주기 위해선, 더 쉽고 더 친근한 버전이 필요했다. 그래서 ‘쉽게 이해하는 헌법’을 바탕으로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다시 쓴 것이 바로 ‘엄마가 읽어주는 헌법’이다.
이 초등 버전 글을 브런치에 올리고, 둘째에게 읽어보도록 권했다.
“서현아, 헌법에 대한 글을 썼는데 한번 읽어봐줘. 읽고 어려운 부분 있으면 말해줘. 다 읽으면 오늘 책 두 권은 안 읽어도 돼.”
“엄마, 다 읽었어.”
“어려운 부분은 없었어?”
“응, 괜찮았어. 하나도 안 어려웠어.”
“다른 친구들도 재밌게 읽을 거 같아?”
“응. 어렵지 않아서 괜찮아.”
그렇게 둘째는 ‘엄마가 읽어주는 헌법’의 1호 독자가 되었다.
2월부터 월·수·금 아침 9시, 정해진 시간에 글을 올렸다. 바쁜 날에는 예약 기능을 쓰기도 했고, 몇 번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 72회를 끝으로 헌법 제130조까지 모두 마무리 지었다.
글을 올릴 때마다 나는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서현아, 글 올렸어. 읽어봐. 이해 안 되는 부분 있으면 말해줘.”
“응, 다 읽었어.”
“어려운 부분 없었어?”
“응. 없었어. 그런데 엄마, 이런 글 쓰니까 진짜 똑똑해 보여!”
딸에게 헌법을 읽히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새 나는 딸 눈에 ‘똑똑한 엄마’가 되어 있었다. 어쩌면 이건 아주 쓸모 있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헌법을 알고,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에 대해 일찍부터 눈을 뜬다면, 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헌법 공부를 한다고 했을 때 “그걸 왜 해?”라며 쓸데없는 짓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뉴스가 더 잘 이해되었고, 세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도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시간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이제 카드뉴스 형태로 인스타그램에 연재 중인 ‘엄마가 읽어주는 헌법’은 아직 마무리가 남아 있지만, 끝까지 잘 이어가 볼 생각이다.
그동안 ‘엄마가 읽어주는 헌법’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