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지만 잘 하지 못한다.’ 이 말은 현실 자각이 된 상태다. 욕심을 내려놓게 되고, 헛된 망상에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을 잘한다고 착각하는 순간, 망상의 늪에 빠지게 된다.
여러 글에 등장하는 아들은 기타를 전공하려고 학원에 다니고 밴드 활동도 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콘테스트 등에 출전시켜 자신의 현재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현실 감각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런 대회 출전을 통해 자신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또래 경쟁자들의 수준도 함께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열리는 발표회나 밴드 동아리 발표회에서는 냉정한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때는 그저 따뜻한 응원의 눈길과 박수만이 있을 뿐이다.
그동안 많은 공연을 접하며 듣는 귀가 높아진 것인지, 악기 연주나 보컬의 소리에 귀가 예민해졌다. 특히 보컬의 경우에는 너무도 명확하게 직관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기본 발성, 목소리 톤, 고음, 저음, 가성, 발음 등 나만의 판단 기준이 생겨버렸다. 여러 발표회를 통해 느낀 것은, 보컬의 경우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아마추어로 노래를 잘하는 것과 프로의 영역은 엄연히 다르다.
프로의 길을 가려는 이들이라면, 첫 소절을 딱 들었을 때 청중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반응을 끌어내거나, 그것이 조금 어렵더라도 노래의 중반을 넘어가며 목소리의 톤과 고음으로 ‘오~ 노래 좀 하는데!’라는 반응 정도는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보컬은 드물다. 쉬운 듯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영역인 것이다.
노래를 듣는 내내 머릿속에 물음표만 남는 보컬들을 보며, 문득 국영수 학원의 전기세 이야기가 떠올라 쓴웃음을 지었다. 어디든 전기세를 내주는 이들이 있어야 운영이 되니까……
어찌 보면, 좋아하는 것을 잘한다고 믿는 순간부터 불행이 시작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취미로 머문다면 아무 상관없지만, 전공으로 결정하는 순간부터는 우리나라 입시 구조상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예체능의 경우 공교육에서 입시에 맞춘 교육이 어려워 100%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말 재능이 있고, 좋아해서 열심히 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지원하겠지만, 중간중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과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 의심과 불안은 대회 입상으로 일시적으로 잠재워지기도 하지만, 쉽지 않은 길에 대한 고민은 점점 깊어져만 간다.
좋아하는 걸 잘하는 거라고 착각하지 말고, 현실 자각을 하자!
현실 자각을 위해선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자라나는 새싹 기죽인다, 해보지도 않고 어찌 아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을 좀 살아보고,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본 부모들은 안다.
공부도 재능이고, 예체능도 재능이라는 것을. 어느 분야든 타고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억지로 되지 않는다.
음치로 타고났는데 노래를 좋아해서 레슨을 받는다고 해서 프로급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꿈’과 ‘희망’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하지만 헛된 꿈, 망상과는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
헛된 꿈으로 환상을 심어주는 사교육은 사라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는다.
부모들의 고혈을 알기에, 무대 위 아이들을 바라보는 일이 때때로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