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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전야제

by Balbi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전야제에 다녀왔다. 예매가 시작된 날, 그동안 티켓팅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해 운 좋게 성공할 수 있었다.


광복 80주년, 지난 12월의 비상계엄, 화려한 출연진, 야외무대 등 여러 이유로 꼭 가고 싶었던 행사였다. 13일 중부지방의 기습 폭우로 행사가 취소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맑아진 날씨 덕분에 무사히 진행되었다.


주차가 가능할지 고민했지만 여의도에 갈 때마다 이용하던 주차장을 믿어보기로 했다. 다행히 여유 있게 주차할 수 있었지만, 행사 시작 3시간 전에 도착한 우리는 이미 몰려든 인파 속에서 2시간을 줄 서 기다린 끝에 국회로 들어갈 수 있었다.


8시 15분 가수 알리의 무대를 시작으로 화려한 전야제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정상급 가수들이 줄지어 나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가수는 단연코 거미와 싸이였다. 목소리 하나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미, 화려한 퍼포먼스와 무대매너로 관객의 정신을 쏙 뺀 싸이는 그들이 왜 정상급 아티스트인지 느낄 수 있었다.


다이나믹 듀오의 무대는 그들의 음악을 잘 알지 못했음에도 흥겹게 즐길 수 있었다. 반면 강산에의 무대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자신의 팬들만 모인 자리가 아님에도 일부 팬들만 알 만한 곡을 선곡해 공연의 흡입력이 떨어졌다. 공연에서 선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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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이번 전야제의 하이라이트는 드론쇼였다.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의 얼굴이 드론으로 밤하늘에 수놓아지는 장면은 환상적이었다. 별빛처럼 하나둘 모여들어 독립을 위해 희생한 분들을 그려내는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나는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마다 늘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시대를 살아보지 않고 쉽게 말할 수 없지. 내가 그 시대에 있었다면 과연 친일을 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이는 친일 인사를 두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독립운동가들의 위대함을 더 깊이 깨닫게 해주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지난 12.3 비상계엄을 겪으며 오랫동안 품어온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었다.


“그래, 난 독립투사가 됐을 거야!”


나이를 먹고 아이들을 키우며 나라와 민족, 사회에 대한 관심과 자긍심, 그리고 애국심이 커진 것 같다. 아마 이것이 철이 드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전야제 초반 드론쇼의 감동은 공연이 끝난 뒤의 장면에서 다시 배가 되었다. 수많은 인파가 질서정연하게 이동하는 모습, 그리고 수천 개의 의자 사이사이에서 단 하나의 쓰레기도 찾아볼 수 없었던 광경. 우리의 시민의식이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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