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명문학교를 향한 착각_중학교 배정

by Balbi

11 명문학교를 향한 착각_중학교 배정


쌍둥이 하성과 하정이 회장과 부회장이 되면서, 아이들 세계는 자연스럽게 그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엄마들의 세계에서는 여전히 영호엄마와 호태엄마가 중심에 서 있었다.


아이들이 6학년이 되자, 두 사람은 ‘중학교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또다시 브런치 모임을 열었다. 입시제도가 바뀌고 있으니, 가만히 있다간 뒤처진다고 강조하며, 이런저런 학원 정보를 쏟아냈다. 그 정보가 정말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인지도 따져보지 않은 채, 여전히 그들을 신뢰하고 따르는 엄마들도 있었다. 그들에겐 그 정보가 ‘소중한 비밀’처럼 느껴졌다.


그녀들이 추천한 학원에 자녀를 등록한 엄마들이 늘어날수록, 영호와 호태는 자연스레 혜택을 받았다. 친구 소개로 등록된 인원 수에 따라, 학원은 수강료를 할인해주었고, 두 아이는 그 혜택을 고스란히 누렸다. 학원도 이득, 엄마들도 이득, 아이들도 이득. 그렇게 또 한 번, 조용한 구조가 완성되었다.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배정되는 중학교는 청민중학교와 송서중학교, 두 곳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과 엄마들은 집에서 가까운 청민중을 선호했지만, 자녀의 성적에 욕심을 내는 일부 엄마들은 송서중을 고집했다. 특히 영호엄마와 호태엄마는 집 바로 앞에 있는 청민중 대신 반드시 송서중으로 보내야 한다며, 주변 엄마들에게 청민중의 험담을 퍼뜨리고 다녔다.


“애들 학교 다 송서중으로 쓸 거죠? 송서 가야지!”

“저는 집 앞 청민중 보낼 생각이에요. 사춘기 애들 아침잠 많잖아요. 조금이라도 더 자게 하려구요.”

“어머, 무슨 소리야. 청민중 문제아 많고 급식도 엉망이라던데. 그리고 특목고도 송서가 훨씬 많이 보내잖아.”

“에이, 특목고 많이 보내는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우리 아이가 특목고에 가고 싶어하고 실력이 돼야 가지요. 송서 보낸다고 다 특목고 가나요?”

“몰라도 이렇게 모르네. 분위기 몰라? 학교는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데!”


영호엄마와 호태엄마는 아이들을 특목고에 보내겠다는 욕심에 무조건 송서중학교로 보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녀들에게 좋은 학교의 기준은 특목고 진학률이 높은 학교였다.


시간이 흘러 중학교 배정 결과가 발표되었다.

준영, 재윤, 하성, 하정, 가온이는 청민중.

영호, 호태, 태훈, 진규, 아리 등은 송서중에 배정되었다.


배정 당일, 엄마들은 단체 카톡방과 카페에서 분주히 소식을 주고받았다.

서울대에 간 것도 아닌데, 송서중 배정을 받은 엄마들 사이에서는 축하 인사가 오갔다. 마치 명문대에 합격한 것처럼, 분위기는 한껏 들떠 있었다.


“영호랑 호태 조금 멀어도 송서중 원하더니 결국 배정됐네요. 좋으시겠어요.”

“그럼, 애들은 청민보다 멀다고 좀 불평하긴 했는데, 좋은 학교라고 하니 금방 만족하더라고. 조금 멀더라도 송서 쓰지 그랬어. 청민보다 낫다고 내가 계속 말했잖아!”


그 말에 어떤 엄마가 조심스럽게 맞받았다.


“제 기준에 좋은 학교는 우리 아이가 가서 잘하면 거기가 좋은 학교예요. 그리고 고등학교도 아니고 중학교잖아요.”

“애들은 분위기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데. 사춘기 애들, 친구 분위기에 확 휘둘려. 너무 모른다.”


영호엄마의 아는 척과 가르치려 드는 말투에 준영엄마는 헛웃음이 나왔다. 외동아들 하나 키운 경험과 자신보다 많은 나이 말고는 특별할 것 없는 그녀가, 마치 교육 전문가라도 된 듯 나서는 모습이 더는 우습지도 않았다.


영호엄마와 호태엄마를 중심으로 송서중에 배정받은 엄마들은 마치 아이를 서울대라도 보낸 듯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모습이었다. 마치 중학교가 아니라, 명문대라도 합격한 듯한 말투와 표정이었다. 두 학교의 특목고 진학 자료를 비교하며 송서중이 청민중보다 더 많이 보냈다며 ‘좋은 학교’ 타령을 반복했고, 마치 송서중에만 가면 모두 특목고에 갈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한때 그녀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이른 가을, 알록달록 빛깔을 뽐내는 낙엽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겨울을 지나 이른 봄, 볼품없이 말라비틀어져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 또다시 학원 이야기를 꺼내고, 벌써 중학 선행학습을 다 끝냈다는 자랑을 이어갔다. 그들끼리는 이미 대학 입시가 시작된 듯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준영엄마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준영이도 이제 선행을 시켜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동시에, 중학교 배정 하나 가지고 이토록 호들갑을 떨며 마치 명문대에라도 합격한 듯 과장된 말들을 쏟아내는 그들의 모습이 괜히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아직 어떤 길을 걷게 될지 모르는 아이들인데...

그녀들은 이미, 아이들을 자신들의 욕망의 틀 안에 가둬 놓은 것 같았다.

‘정말, 저 엄마들 아이가 전부 서울대에 가긴 갈까?’


그토록 원하던 학교에 배정되어 중학생이 된 아이들에게도 예외 없이 사춘기는 찾아왔다.

그리고,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갈 거라 믿었던 엄마들 앞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진짜 ‘엄마들의 시험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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