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초성을 보고 능력과 노력이 떠올랐다. 요즘 읽는 책 중 심취되어 읽고 있는 책은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이다. 여러 종류의 책을 동시에 읽고 있고, 독서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해 진도가 더디게 나가지만(중간까지 읽음) 그 안에서 줄곧 이야기하는 능력주의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젊은 시절엔 이 능력주의에 푹 빠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노력만 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리라 믿었고, 성취되지 않음은 나의 노력 부족 때문이라는 생각이 팽배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며 ‘과연 모든 것이 노력으로 가능한 것일까? 정말 내 노력이 부족해서였을까?’ 하는 의문이 커졌다. 모든 일에서의 성공이 노력과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몸소 느끼고 깨닫기 때문이다. 노력에 비해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일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과 더불어 ‘운칠기삼’이라는 말도 떠오르며, 살아가는 데 있어 운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되새기게 된다. 능력주의에서 말하는 능력이 과연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되고 있는가는 꼭 생각해 볼 문제다. 젊은 시절엔 패기 하나로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믿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교육만 놓고 봐도 차이는 엄청나다. 부모의 소득 격차에 따라 자녀가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양과 질은 크게 달라진다. 물론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태도와 능력도 중요하지만, 교육에 있어 경험과 돈이 차지하는 비중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고소득층에서는 특A급 선생님에게 과외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저소득층에서는 사교육을 접할 기회조차 없다. 그 시간이 쌓이면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사회로 나아갔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직업과 경험의 폭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이것을 두고 교육이 공정한 기회를 부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중간까지 읽으며 문제점을 많이 발견했지만, 해결책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결코 단순하지 않은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가 적극 개입해 모두에게 동일한 교육을 제공해야 할까 싶다가도, 그것은 사회주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주의 국가는 이론적으로는 이상을 앞세웠으나 결국 실패한 체제로 인식되고 있으니 말이다. 무엇이 공동선을 위한 방법일까. 머릿속에서 물음표가 떠나지 않고 가슴은 답답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떠오르는 것은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말이다. 학력과 재산의 차이로 서로를 혐오하지 않는 사회, 서로의 존재 가치를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불평등의 해답은 교육일까?
완벽한 능력주의는 정의로운가?
재능은 오롯이 개인의 것인가?
노력은 가치를 창출하는가?
시장 가치와 도덕적 가치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책을 읽어가며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 한다.
쉽지 않은 문제다. 과연 해답이 있을까. 정치인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