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44개의 빛

by Balbi


요 며칠 글쓰기 동력이 떨어졌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하반기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에 걱정과 욕심이 가득 차 있었던 거다. 이유를 알았지만 그렇다고 그 마음이 금세 사라지진 않는다. 결국 시간을 흘려보내고, 인내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글쓰기 동력을 잃지 않으려 ‘사각사각’에 의지하지만 요즘은 좋은 글감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만의 시선’, ‘헤멘 만큼 내 땅이다’ 같은 글감을 받아들고도 생각은 여기저기 흩어져 나풀댄다. 그마저도 힘을 잃어 한 줄의 글도 적지 못했다.


이대로 10월의 글쓰기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는 없다. 작은 것이라도 기록해야 한다. 그래서 지난 9월 다녀온 DDP 전시 후기를 남겨둔다. 어쩌면 그것이 또 다른 글의 씨앗이 될지 모른다.


SNS를 통해 여러 전시 정보를 얻고 있는 요즘 단번에 내 시선을 사로잡은 전시는 ‘스펙트럴 크로싱스’였다. 컴컴한 공간에서 조명 빛에 반짝이는 144개의 크리스탈 조형물은 환상적이었다.




스펙트럴 크로싱스(Spectral Crossings)는

AI가 만든 얼굴과 형체 없는 감정의 흐름이 빛을 따라 움직이며 관객과 교차해 만나는 순간을 담아낸 미디어아트 전시입니다. 보이지 않던 감정이 찰나의 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처음 마주하는 장면은 AI가 빚어낸 ‘존재하지 않는 얼굴’들입니다.

그 얼굴들은 특정 누구의 것은 아니지만, 관객은 그 표정 속에서 일상 속에서 마주하며 마음을 흔들던 수많은 삶의 감정의 흔적을 발견하게 됩니다. AI를 통해 수많은 얼굴과 감정 데이터를 토대로 보편적인 감정의 형상을 추출했습니다. 그래서 이 얼굴들은 낯설면서도, 저마다 익숙한 감정과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빛으로 새겨진 얼굴들은 해체되었다가 하나의 빛의 구름으로 다시 융합됩니다. 그 빛은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라,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는 감정의 에너지로 확장됩니다.


이 감정의 에너지는 공간 속 144개의 크리스탈로 전달되며, 각각의 크리스탈은 서로 다른 움직임으로 파동을 만들어냅니다. 이를 통해 감정의 빛이 현실 공간에 물리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 연출됩니다. 빛과 움직임으로 가득 찬 이 공간 속에서 관객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타인의 감정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비추게 됩니다. 그 순간, 빛과 감정의 여운은 관객의 마음속으로 스며듭니다.


스펙트럴 크로싱스(Spectral Crossings)는 묻습니다.

감정은 한 사람의 마음속에만 머무는 것일까요?

아니면 파도처럼 번져,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도 스며들 수 있는 걸까요?


[전시 소개]

POINT 1

아나몰픽 미디어아트 (Anamorphic Media Art)

암전 속 공간을 가로지르는 빛이 아나몰픽 스크린을 터치하고 이와 동기된 AI 데이터와 사운드가 입체적 제너레이티브 아트로 표현되어 현실과 가상을 이어줍니다.

250901_03_02.png



POINT 2

움직이는 크리스탈 조형물 (Kinetic Crystal)

빛이 바다의 파도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크리스탈들을 비추어 보석 같이 반짝이는 윤슬을 그려내며 공간을 채웁니다.

KakaoTalk_20251001_165428100.jpg



[작가 소개]

더 스웨이(THE SWAY)

기술과 예술의 경계에서 지각의 확장을 탐구하는 미디어아트 그룹입니다. 빛과 움직임을 주요 매체로 삼아, 공간, 구조, 시각, 감정을 다시 연결하고 가상과 현실의 세계를 유연하게 넘나듭니다. ‘New Spectrum of Light’라는 슬로건 아래, 우리는 빛을 단순한 물리적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감정과 지각을 확장하는 새로운 매개로 바라봅니다. 우리는 빛으로 감정의 흔적을 드러내고, 관객이 이를 응시하며 감각적으로 의미를 탐색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또한 다양한 기술과 매체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작품 속 이야기가 지닌 의미와 정서를 빛으로 풀어냅니다.

www.the-sway.com


[스페셜 전시 퍼포먼스]

일정 | 2025년 10월 24일(금)

시간 | 18:30~19:30

장소 | DDP 디자인랩 3층 디자인홀

작가 | 더스웨이

https://ddp.or.kr/index.html?menuno=240&siteno=2&bbsno=564&boardno=15&bbstopno=564&act=view&subno=2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운라와 쳄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