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정보를 찾던 중 나의 눈을 사로잡은 작품은 최성임 작가의 공명이었다.
화려한 원색의 조형물은 전시장의 천장부터 바닥에 닿을 듯 매달려 있었는데, 마치 넝쿨식물 같기도 하고 오묘한 느낌을 주었다. 작품의 소재가 무엇인지 궁금했고, 거대한 작품이 전하는 웅장함을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DDP에서 많은 작품을 감상한 뒤, 가장 마지막에 마침내 이 작품을 마주할 수 있었다.
순간 반가운 마음에 딸에게 말했다.
“엄마 오늘 이 작품 보고 싶어서 여기 온 거야! 우와, 너무 멋있다.”
주황, 초록, 노랑, 보라, 빨강―화려한 원색으로 제작된 작품은 촌스럽거나 유치하다는 인상보다는 세련된 아름다움을 전했다. 소재가 더욱 궁금해 가까이 다가가 보니 놀랍게도 너무나 단순한 재료였다. 폴리에틸렌 망과 플라스틱 공이라니……. 역시 중요한 건 소재가 아니었다. 사소하고 간단한 재료라도 작품에 어떤 주제를 담고, 일관성 있는 작업을 이어가느냐가 핵심이다. 결국 작품에는 철학이 담겨야 한다!
전시장에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적혀 있었다.
최성임 작가는 양파망, 플라스틱 공, 털실과 같은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서로 다른 개념이 만나는 지점을 탐구하고, 공존과 관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각 예술가이다. 그녀는 소재의 물질성과 상징성에 주목한 설치 작품을 선보여 왔다.
전시된 공명은 겹겹이 쌓인 원들을 통해 인공적인 공간과 자연, 떨어지는 것과 위로 자라나는 것, 무생물과 생명체처럼 상반된 개념을 이어주며, 끊임없이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드러낸다. 또한 유한한 존재로서 우리가 서로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낱개와 군집이 만들어내는 리듬, 부유하는 듯한 가벼움은 공간을 확장하며 관람객의 몸으로 번져나가고, 서로의 울림으로 이어지는 ‘공명’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작품을 본 후 작가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그녀는 그동안 어떤 작품들을 해왔을까.
https://www.instagram.com/sungimchoi_works
https://www.sungimchoi.com/
작가의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에 들어가 그동안의 작품들을 감상했다. 역시 멋진 작품은 하루아침에 ‘짠’ 하고 탄생하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 철학을 담고 꾸준히 이어가는 활동만이 좋은 작품을 낳는다.
1977년생 최성임 작가는 이미 수많은 개인전과 그룹전을 개최한 작가였다. 그런데도 이제야 그녀의 작품을 처음 만나다니. 세상은 여전히 모르는 것과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하다. 전시장을 나오며 가슴이 웅장해졌다. 거대한 조형물이 안겨준 감동이었다.
“서현아, 이 작품 너무 예쁜데 집에 두면 무당집 같겠지?”
어이없어 하는 딸의 표정을 보며 웃었지만, 내 마음엔 여전히 작품의 울림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