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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설레는 화요일

by Balbi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묘미는 출연자들의 성장 스토리를 보는 재미 아닐까 싶다.

그동안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아왔다. 팬텀싱어, 슈퍼스타K, 슈퍼밴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큰 꿈을 품고 출연한 출연자들의 실력이 회차가 거듭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노력이 기특하고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런 프로그램을 멀리하게 된 이유는 출연자들의 실력보다 그들의 서사에 더 많은 무게를 두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진행 중에 난관을 극복하고 그 안에서 성장하는 스토리를 보여주면 좋았을 텐데, 지나치게 개인적인 내용을 배경으로 깔아 신파조의 방송을 만들곤 했다. 이런 신파가 없었기에 좋아했던 프로그램이 팬텀싱어였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단순히 정보를 전하는 수준에 그쳤고, 그들이 실력으로만 평가받는다는 인상이 강했다. 그래서 더욱 응원하며 방송을 재미있게 봤다.


요즘 시청 중인 <스틸하트클럽>의 경우 현재 2회까지 방송이 되었다. 이 프로그램 역시 개인적인 서사를 강조하지 않고, 팀의 합주와 밴드 공연에서 중요한 관객과의 교감에 큰 비중을 두고 심사를 진행했다. 출연자들의 나이가 어려서일 수도 있다. 어린 10대, 20대 출연자들에게 억지로 서사를 만들어내기에는 공감 포인트가 부족할 것이다. 개개인의 연주 실력과 팀 합주로 평가받는 점이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높이고, 음악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진정한 뮤지션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는 시청자 투표를 보면, 과연 이것이 실력자들을 뽑기 위한 것인지, 잘생긴 오빠들을 뽑기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투표를 하면서도 가끔은 ‘이게 단순한 인기투표와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프로그램 시작과 동시에 나에게 주어진 투표권은 열심히 행사했다. 가족들도 함께 참여시켰다. 투표를 진행하며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방송이 몇 화 정도 진행된 뒤에 출연자들의 무대를 확인한 후 투표를 했더라면 단순 인기투표라는 인상이 덜했을 거라는 것이다. 출연자 개개인에 대한 소개를 공식 SNS로만 알리고 곧바로 투표가 진행된 점은, 뮤지션을 뽑는 프로그램으로서는 다소 가볍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회차를 봐야겠지만, 예고편을 보면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에 연주 실력이 아직 한참 미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출연자로 등장시킨 것은 제작진이 프로그램 초반 흥행과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장치로 넣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미션을 성공하고, 관객과의 교감으로 멋진 공연을 선보이는 출연자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각 악기 포지션별로 실력자들로 구성된 멋진 밴드가 탄생하기를 희망한다. 키보드는 오다준을 방송 전부터 점찍었으나, 기타·베이스·드럼·보컬은 누굴 선택할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방송을 본 후에는 ‘오늘은 A, 내일은 B’ 이런 식으로 마음이 바뀌곤 한다. 그만큼 매력 넘치는 출연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투표를 하면서도 또 하나 생각하게 되는 것은, 처음 점찍은 키보드 오다준과 팀으로 묶였을 때 가장 케미가 좋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각 악기 포지션별 구성원이 누구일까 하는 점이다. 이런 고민은 투표권을 가진 시청자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일 것이다.


아직 많은 회차가 남아 있는 프로그램이다. 앞으로 어떤 무대를 선보일지, 매주 화요일이 기다려진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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