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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길 바라며, 조용히 한 표를

by Balbi


일요일 새벽 글쓰기 모임을 위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도통 잠이 오지 않는다. 늦은 시간에 먹은 피자에 잠을 달아나게 하는 약이라도 들어 있었나 싶다. 하지만 피자를 함께 흡입한 녀석들이 곯아떨어진 걸 보면 그건 아니다.


잠이 오지 않는 이유는 공연 때문이다. 공연을 보고 돌아오면 그 여운에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오늘은 전혀 계획에 없던 공연을 다녀왔다. 지난 밤 늦은 시각, 새싹 아티스트가 올린 인스타 스토리를 아침에 확인했다. 그리고 충동적으로 티켓을 예매해 다녀온 공연이다.


<너의 이름은> 필름 콘서트.

오케스트라와 밴드 사운드로 애니메이션의 OST를 들려주는 공연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공연은 애니메이션을 풀로 보여주며 삽입된 음악을 모두 생생한 라이브로 들려주었다. 그래선지 오케스트라 공연을 가면 졸던 둘째도 끝까지 집중하며 보았고 중간엔 눈물까지 찔끔했단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너무 재밌었다며 엄마 따라오길 잘했다는 아이. 공연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새싹 아티스트를 보기 위해 간 공연인데 생각 이상으로 큰 감동과 여운을 안겨줘 집에서 애니메이션을 다시 한 번 보기로 했다.


나는 공연 내내 무대 위의 새싹 아티스트를 보느라 애니메이션에 집중하지 못했다. 집중하지 못한 탓에 집에 오는 길 딸아이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질문을 던졌다. 디테일하게 설명을 해주는 그녀. 같이 공연 다닐 만하다.


7월 이후 석 달 만에 만난 새싹 아티스트는 이제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군인에서 민간인으로. 일반인에서 슈스로.

군복을 벗은 사복차림의 그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순간 ‘음…….난 제복 입은 남자를 참 좋아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를 작년에 만나지 않았다면, 그냥 민간인 상태로 만났다면 지금처럼 좋아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저 ‘음악 하는 청년이구나’ 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만남의 순간은 중요하다. 특히나 첫인상에서 많은 것이 결정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각 잡힌 제복, 정갈하게 정돈된 헤어, 웅장하고 서정적인 연주. 나에게 그의 첫인상은 호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음악회에서 특정 한 곡을 들으며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군인이었을 때와 민간인으로 돌아온 지금 그 간극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여전히 반듯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무대에 서고, 방송에도 철저히 준비해 임하는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오늘 공연이 끝난 뒤 그는 공연장을 찾은 팬들과 로비에서 잠시 만났다. 첫 방송 이후 그는 슈스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듯했다. 또래 팬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모습은 활기 있어 보였고, 덕분에 나도 젊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20대들만이 알 수 있는 캐릭터 관련 대화를 하며 웃는 모습에서 세대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아, 나는 모르는 세계가 있구나.’ 이런 순간엔 그저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며 한발 물러서 있는 게 맞다. 그들이 가진 젊음과 풋풋함, 열정이 부럽고, 그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그는 더 빛나 보였다.


나는 아티스트 덕질을 하지만 퇴근길(공연을 마친 아티스트의 퇴근길을 지켜보는 것)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다. 그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나와 맞지 않다고 느껴서인데 오늘도 역시 그것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온 하루였다.


나만 알고 있던 아티스트를 타인과 나눠야 한다는 게 조금은 아쉽다.

그러나 그가 더 큰 슈스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그가 원하는 것을 하나씩 이루며 행복하게 성장하는 아티스트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래서 오늘도 난 온 식구를 동원해 휴대폰의 <스틸하트클럽> 앱을 열고, 프로그램 투표 창에서 그의 사진 버튼을 꾹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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