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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를 통해 나를 알아간다

by Balbi


‘추구미’라는 신조어를 접하는 순간,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아름답고 조화로운 것에 끌린다.

막연하게 느끼고만 있었던 나의 추구미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보았다.


1. 요즘 스스로에게 가장 예쁘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체중계에 올라 몸무게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오랜 시간 식단을 조절하며 결혼 전 몸무게에 가까워지고 있다. 운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몸이 가벼워지고 여기저기 아프던 곳이 잦아든 것이 만족스럽다. 곧 수영을 다시 시작해볼까 생각 중이다.


2.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끼시나요?

과거에는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 생각했지만, 요즘은 외적인 아름다움 또한 무시할 수 없음을 느낀다. 눈에 띄게 빼어난 미모가 아니어도, 타인에게 호감을 주는 편안한 인상과 태도는 삶을 한결 부드럽게 만든다. 빼어난 미모, 귀욤상은 타고난 복이다.

그래서 아티스트를 꿈꾸는 아들에게도 외모 관리의 중요함을 꾸준히 이야기하게 된다.


3. 나이듦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멋’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나만의 취향을 갖는 일이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좋아하지 않는지 알고 있는 것. 전문적인 예술 지식이 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좋아하는 화가 한 명, 작가 한 명, 가수 한 명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쌓여가는 것이 나를 설명하는 취향이 된다.


4. 일상 속에서 의도적으로 ‘취향’을 가꾸는 습관이나 의식 같은 것이 있나요?

클래식 공연과 미술관은 생각보다 부담 없이 갈 수 있다. 잘 알지 못해도 괜찮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몸을 데려가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공연이나 전시에서 단 하나만 마음에 품고 돌아와도 그것은 이미 내 것이 된다.

익숙함만 고집하지 않고, 낯섦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 보려 한다.


5. 타인의 시선보다 ‘내가 좋아하는 나’를 선택했던 경험이 있다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정작 내가 좋아하는 일에는 과감하게 행동하는 편이라 한두 가지로 정리하기 어렵다. 그런 선택의 순간들이 그동안 꽤 많았다.


6. 몸과 마음의 변화가 많았던 50대의 어느 시점에서, 스스로를 더 아끼기 위해 어떤 선택들을 하셨나요?

나이를 먹으며 내가 스트레스에 취약한 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쌓기보다는 빨리 흘려보내기 위해 글을 쓰고, 좋은 것을 보고 듣고자 한다. 그 일환으로 공연장을 찾고, 전시장을 찾아 나선다.

나에게 필요한 자극을 내가 직접 고르는 셈이다.


7. 당신이 생각하는 ‘멋있는 여성’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족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자식을 키우며 집착을 경험했다. 그래서 더욱, 그 자리에서 천천히 벗어나 내 삶의 중심을 다시 나에게 두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노년에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며 생산적인 삶을 꾸릴 수 있다면, 그 삶은 참 멋있을 것이다.


8. 최근에 ‘아, 이건 내 취향이야’ 하고 마음이 또렷해진 순간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서정적인 음악에 마음이 파고드는 순간, 미술관에서 특정 작품을 오래 바라보게 되는 순간.

"그래, 나는 이런 걸 좋아했지." 하고 스스로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최근 가장 큰 감동은 리베란테 미니앨범 <BRILANTE> 속 ‘Sueño Lunar’였다.


9.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 중, 세월이 만들어준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여유와 기다림을 견디는 마음이다. 지금도 쉽지는 않지만, 예전보다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 여유 속에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해졌다. 엄밀히 말하면 덕질을 통해 사랑하는 마음과 나누는 마음이 커졌다. 나눔을 통한 사랑이 돌고 돌아 언젠가는 다 되돌아온다고 믿기에.


10. 앞으로의 시간에서 더 깊어지고 싶은 아름다움은 어떤 모습인가요?

흔들리지 않는 마음. 평온한 마음. 여유를 가진 마음. 신뢰하고 지지하는 마음. 기다릴 수 있는 마음.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 다른 결의 마음들이다.

이 마음들이 오래 쌓여 단단해진다면,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나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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