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의 계절이 돌아왔다.
작년에 절임배추 40kg로 김장을 한 덕분에 김치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 그래서 올해는 김장을 급히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브런치에 올라가 있는 작년의 김장 글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김장철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유난히 심란한 맘에 김장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 요즘이다.
예전에는 김장을 시작으로 월동 준비를 했지만, 모든 것이 풍족해지고 빠른 배송 시스템이 갖춰진 지금은 ‘월동 준비’라는 말이 무색하다. 모든 것이 편해진 지금이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더 높아진 듯하다. 스스로 생성하고, 또 스스로를 갉아먹는 스트레스가 요즘은 더 크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하루하루 산다면 스트레스가 덜할까 생각해보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다.
11월이 되며 아이들이 준비하고 있는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엄마들이 아이들 입시를 치르며 아이들과 함께 큰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하는데, 요즘은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 알 것 같다. 자녀의 입시는 결국 내가 대신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 때 되면 밥을 해주고, 아침에 깨워주고, 옆에서 지켜보며 그 시간을 함께 견디는 것. 그게 다다.
각자의 역할과 몫이 있기에 그저 내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될 텐데, 그것조차 내 욕심인가 싶다. 그 욕심이 채워지지 않으면 스트레스는 조금씩 쌓인다.
내가 하는 일이 있고 아이들이 해야 하는 일이 있기에, 응원과 지지만 해주면 된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 걸까 싶어 어렵다. 잔소리와 독설은 상처로 남는다 하니 참아야 하는데, 지켜보며 기다리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아이들을 키우기 전엔 미처 몰랐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겠지. 시간이 훌쩍 지나면 그때는 그랬지 하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요즘은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어 여행도, 모임도 모두 거절하고 있다. 마음이 이럴 때는 타인과의 만남을 자제한다. 혼자 커피를 마시고, 주말에 가볍게 서울 나들이를 하는 정도로 시간을 보내며 견딘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타인과 벽을 쌓고 밀폐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각자만의 방식이 있는 거니까.
나만의 방식으로 지금의 시간을 견뎌보려 한다.
12월이 되면 조금은 편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