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행했던 트로트 노래 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요즘 이 노랫말이 자꾸 생각나 스스로 피식 웃곤 한다. 이런 노래가 떠오르는 나이가 되었구나 싶어서다.
요즘 둘째와 화요일 밤마다 보는 프로그램은 <스틸하트클럽>이다.
방송을 보면 방청석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유난히 어려 보인다. 지금까지 총 세 번의 방청 기회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있는지도 몰라 그냥 지나갔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신청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방청 신청서에 생년월일을 적는 칸이 있었는데, 미성년자와 ‘나이 든 사람’을 자연스럽게 걸러내려는 장치가 아니었을까 싶다. 실제로 화면에 잡히는 방청객들은 대부분 20대로 보인다.
10월 21일 첫 방송을 시작한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총 세 번 방송되었다.
3회까지의 방송을 보고 나니 프로그램의 타겟과 컨셉이 분명해졌다. 2회까지만 해도 ‘어떤 밴드를 표방 하는 거지? 과거 슈퍼밴드처럼 뮤지션을 원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아이돌도 아니고…….’ 물음표가 많았었다. 그러나 3회까지 보고 정리가 되었다.
‘타겟은 10~20대 여성, 컨셉은 아이돌+밴드.’
이렇게 타켓이 명확한데 50대인 나를 굳이 방청에 부를 이유는 없었겠지.
남편과 함께 보다가 말했다.
“나도 2차 방청 신청했는데 연락이 없어서 못 갔어. 갔으면 지금 방송 현장에 나도 있었는데, 근데 화면에 잡히는 사람들 보니 다 어려 보인다.”
남편은 웃으며,
“그러네. 다 어리네. 스탠딩이니까 나이 든 사람은 안 뽑았나 보네. 트로트 방송이나 신청해.”
라고 했다.
나는 바로 반박했다.
“싫어, 나도 밴드 음악 좋아한다고. 우리가 언제 트로트 들었다고 그래. 우리는 크로스오버도 듣고, 잔나비, 이무진, 김건모, 데이식스, 아이돌, 팝송… 다양하게 듣잖아. 나이 들었다고 취향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왜 나이로 차별해.”
방송을 보며 방청석의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저 나이 때 왜 이 즐거움을 몰랐을까. 부럽다.’
젊은 시절의 나는 공연의 즐거움과 문화적인 가치를 알지 못했다. 표 값을 단순히 돈으로만 계산했고, ‘비싸다’는 생각에 쉽게 포기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돈은 친구들과의 두세 번 술값이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공연을 ‘사치’라고 치부했다. 그 돈을 아낀다고 큰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었고, 결국 여기저기 흩어져 사라질 돈이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이제서야 공연장에서 느끼는 온도, 눈앞에서 울리는 소리의 밀도, 내 몸이 반응하는 순간의 기쁨을 알게 되었다.
한해가 저물어 가는 지금, 내 나이가 벌써 20~30대를 부러워하는 나이가 되었구나 싶어 조금씩 우울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나이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차곡차곡 쌓여가는데, 그 속에서 내 자리가 서서히 잠식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래서 요즘은 스스로에게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아직 그 방법이 명확히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아마 모두가 이런 단계를 거쳐 노년에 이르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앞서 노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괜히 대단해 보인다.
두 번의 방청 신청에 떨어졌지만, 21일에 있을 라이브스테이지 신청을 또 했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정말 나이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방송국 놈들아, 그러는 거 아니다. 나이로 차별하지 마라!’
그런데 노래 가사를 다시 보니 참 웃기다.
내가 지금 느끼는 마음이랑 똑같다.
문제는… 멜로디 때문에 많이 듣기는 어렵다는 것.
라이브 스테이지 연락이 오기를.
내 나이가 어때서. 지금이야말로 좋아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