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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중입니다, 사춘기

by Balbi


요즘 들어 아들을 멋지게 키워낸 부모들이 가장 부럽고 존경스럽다.

2025년, 중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은 고등학교, 대학입시, 군복무까지 마친 아들을 둔 부모들이다. 물론 자식농사에 끝이 없다고 하지만, 지금의 과정이 너무 고달프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키운 게 아니라 그저 ‘잘 자란 거다’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 시간을 지나온 것만으로도 존경스럽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느끼는 요즘이라 최대한 스트레스를 멀리하려 한다. 하지만 피하지 못하고 맞닥뜨려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 강도를 줄이기 위해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몸이 먼저 반응한다. 어깨를 시작으로 등이 아파온다. 등이 아픈 통증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는 신호다. 이럴 때는 최대한 말을 아껴야 한다. 말이 곱게 나가지 않는다. 대면의 시간도 줄여야 한다. 미안함을 모르는 해맑은 얼굴을 보는 순간, 나의 화는 폭발할 수 있기에.


나의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 지금과 비교하면 풍족한 시절이 아니었다. 그때 자식 넷을 키워야 했으니 이해는 가지만, 가끔은 아쉬움이 남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자식을 낳아 키우면, 하고 싶다는 것이 명확하게 생기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아들이 기타를 하겠다고 한 이후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지만, 열과 성의를 다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난다.


‘나는 부모로부터 이런 지원을 받아본 적 없다. 넌 지원받으면서 왜 이것밖에 안 하냐, 못 하냐.’


결과에 대한 잔소리가 아니다. 과정에 대한 잔소리다. 이런 잔소리가 부담일까 싶어 말을 아끼지만,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이 꼭 생긴다.


오랜 시간 준비한 콜텍대회.

예선을 통과한 뒤 본선 준비 기간 동안 옆에서 지켜보는 내내 내 몸에 사리가 수십 개는 생긴 듯했다. 본선 무대를 경험하고 결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올해 콜텍대회는 그렇게 끝이 났다.

다른 쟁쟁한 실력자들도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며 ‘별거 아니다’라는 듯한 반응에 화가 치밀었다.


예선 통과 후 본선을 준비하며 “하기 싫은데 엄마 때문에 하는 거다. 난 일렉을 할 거라서 이 대회는 별 의미 없다”고 말하던 아들에게,

“그동안 1년 가까이 준비한 대회를 예선 통과했는데 그냥 날릴 거냐. 지금까지 준비한 게 있으니 이번 대회 마무리는 잘해야 하지 않겠냐. 이번 대회 마치면 어쿠스틱은 그만해라. 더 하라는 소리 안 한다. 그리고 분명 어쿠스틱 시작도 네가 원해서 한 거고, 대회반도 네가 원해서 시작한 거다”

라고 잔소리를 했다.


그런데 본선 당일, 무대를 경험한 뒤에는 결선까지 가고 싶다고 말했다.


중학생. 사춘기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다 가진 놈의 투정과 배부른 소리 같아서 꼴 보기 싫다.

내 화가 가라앉을 동안은 대면을 피해야겠다. 답은 그것뿐이다.

엄마가 돼서 사춘기 아들을 품어주지 못한다고 손가락질하더라도, 그 비난은 받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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