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51110 첫 싱글

by Balbi


2025년 11월 10일, 기타 치는 중학생 아들의 첫 싱글이 발매되었다.


아들은 주 1회씩 일렉기타와 어쿠스틱 기타 레슨을 받고, 화성학도 배운다. 나머지 시간은 연습과 밴드 합주다. 레슨과 합주에는 지각도, 결석도 없다. 그 시간에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지 않아서 모른다. 그저 선생님들의 피드백과 아들의 짤막한 대답으로 짐작할 뿐이다. 그래도 약속을 지키는 모습 하나만으로도 “성실하게 하고 있구나” 하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문제는 ‘열심’의 체감이 서로 다를 때 생기는 간극이다. 아들은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내가 기대하는 ‘열심’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어쩌면 그 간극을 내가 스스로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결과물이 하나씩 나오면 아주 잠깐 숨이 놓인다. ‘아, 하고 있구나’ 하고.


아들은 고등학생 형들과 밴드를 꾸려 활동하고 있다. 올해 초 ‘카더정원’ 유튜브 출연을 계기로 CJ도너스캠프 ADVANCE-PRO 문화동아리로 선정되었다. 멘토링을 받고, 자작곡을 다듬고 수정하며, 녹음실에서 악기별 트랙을 녹음하고, 연말 공연까지 준비하고 있다. 학생 신분으로는 쉽지 않은 경험이다. 귀한 경험임에도, 세상 물정 모르는 아들은 별거 아니라는 듯 이야기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말한다.

“모든 사람이 다 이런 경험을 하는 건 아니야. 특별한 경험을 한 거야. 무엇이든 직접 해본 것과 안 해본 것은 차이가 커. 직접 부딪혀본 사람만이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되는 게 있어. 귀동냥으로 듣는 것과는 천지 차이야. 주변 친구들 중 이런 경험을 한 친구 없을걸. 이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해.”


누구나 손쉽게 영상을 만들고 음원을 제작하는 시대다 보니, 이번에 공들여 제작한 음원도 그저 ‘여럿 중 하나’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아, 이번 음원 녹음은 정말 귀한 경험이었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나는 평소 자신의 일에 대해 과대포장해서 허풍을 떨며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영향 때문인지 아들은 자신의 일을 지나치게 축소해서,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한다. 가끔은 과시하는 것도 필요할 텐데 말이다.


콜텍 대회 결선 진출 실패 후, 그동안 설렁설렁 준비했던 모습이 떠올라 화가 났고, 나의 스트레스 지수는 만땅이었다. 그러나 어제 인스타에서 본 문구 하나가 나를 반성 하게 만들었다.


“좋은 기억은 간직하고 안 좋은 기억은 흘려보내자.

이전 것은 흘려보내고 오늘의 아이를 오늘의 눈으로 바라보자.”


원래도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인데, 왜 아들에 대해서만은 이렇게 오래 붙잡고 있었나 싶다.


지금도 아들은 합주 연습에 가 있다.

흘려보낼 건 흘려보내야 한다.

지금 주어진 일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으니, 나도 오늘의 아이를, 오늘의 눈으로 바라보기로 한다.



KakaoTalk_20251111_200525579.png

밴드 이상의 첫 싱글 앨범 <이상한 여름>은

멜론, 지니, 스포티파이 등 여러 음원사이트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한번씩 들어주세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부드러움 보다 때로는 공격적으로_Ⅳ & 그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