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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움 보다 때로는 공격적으로_Ⅳ & 그 이후

by Balbi


커뮤니티의 양도 기간을 거쳐 추석 이후 새로운 운영진에게로 운영권이 넘어갔다.

그동안의 소란이 무색하게 양도는 순리적으로, 조용히 진행됐다. 잡음 하나 없이 흘러가는 상황에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큰 소란 뒤에는 반드시 무언가 남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당연한 상황조차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심부터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신뢰가 사라진 사회가 서로를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새로운 운영자들이 운영을 시작하자 커뮤니티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리더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글이라는 매개체가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실감하게 됐다.


운영권이 넘어간 지 이제 일주일 남짓이다. 단 일주일 만에 무엇이 달라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글로 소통하는 커뮤니티인 만큼, 운영자의 글만으로도 그들의 방향과 태도를 감각할 수 있다. 공지는 공지답게 필요한 전달사항만을 담아 깔끔하고 담백하게, 댓글은 온기를 담아 정성스럽게 달리는 모습에서 이전과는 확실히 다를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나는 커뮤니티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편은 아니다. 가끔 댓글을 달거나 참여하고 싶은 이벤트가 있을 때만 움직인다. 대다수의 회원처럼 조용히 지켜보는 편이다. 하지만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면 참지 못하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이렇게 묻는다.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왜 일이 있을 때만 글을 쓰는 거야? 프로 불편러야?”

그 말에 반론하지 못하고 그냥 웃으며 ‘응, 난 프로 불편러인가 봐’라고 인정해버릴 것 같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그걸 그냥 넘기는 건 내게 더 큰 불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면 세상은 수많은 예스맨들의 침묵보다 소수의 ‘프로 불편러’들의 목소리로 조금씩 바뀌어가는 건 아닐까. 조용히 집에 머무는 중년의 아줌마인 나는 오늘도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작은 사회의 구조와 힘의 흐름을 배워가고 있다.




새로운 운영진으로 교체된 지 한 달 정도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새로운 미니앨범이 나오고 콘서트도 있었다. 노래하는 아티스트를 덕질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앨범은 선물이자 큰 과제다. 앨범의 판매량과 온라인 스트리밍 순위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운영진은 이 과제를 수행하고자 여러 방안을 도입해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회원들에게 억지로 부담을 주며 끌고 가는 것이 아니고 자발적인 움직임에 흥이 나도록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보인다.


리더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조직을 통제하고, 군림하려는 태도의 리더는 리더로서 존중받을 수 없다는 것을.

조직 내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를 쌓아야지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리더는 앞에서 끌어가기보다,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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