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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스탠딩 공연, 그리고 걱정

by Balbi


ep1.


지난 주말, 두 번째 스탠딩 공연에 다녀왔다.

작년 마르친 공연을 본 후 다시는 스탠딩 공연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공연 출연진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티케팅을 했다.


두 시간의 공연은 즐거웠으나, 현재의 몸 상태는 정말 꽝이다. 허리가 정말 뽀사질 듯 아프고, 그 통증이 어깨와 다리로 퍼져 온몸이 쑤신다.


스틸하트클럽을 통해 알게 된 Red C와 FuturePeerClub, 두 팀의 공연이 작은 소극장 우무지에서 있었다. 티케팅 10분 전부터 준비를 하며 전투적으로 임했던 다른 공연들과 비교하면 이번 티케팅은 놀라울 만큼 수월했다. 공연장에 들어서고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동안 다녔던 크로스오버 공연이나 유명 가수들의 공연과는 다르게 공연장은 아주 소규모였다. 아담한 공연장은 ‘매진’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여유가 있었다.

공연계도 1%만 살아남는 현실인가.


두 팀은 실력과 퍼포먼스 모두 훌륭했고, 멤버 개개인의 역량 또한 대단했다.

정말 풋풋함이 무엇인지, 역동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는 공연이었다.


Red C의 무대는 ‘저렇게 열정적으로 연주하다 무대에서 쓰러지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들 만큼 치열했다. 그들의 노래를 잘 모르는데도 공연은 꽤 즐거웠다.


데뷔 6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금상.

그럼에도 이번 공연이 첫 매진이라는 말에, 음악을 하겠다는 아들의 미래가 겹쳐 보였다.


‘아…….너무 암담하다.

난 Red C의 부모님만큼 탄탄한 지원이 힘들 것 같은데 어쩌지…….’


공연을 보면서도 걱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ep2.


공연 매진의 기쁨 때문이었는지, 공연 후 예정에 없던 사인회가 열였다.

공연을 마친 아티스트들이 준비를 하는 동안, 공연 구경을 왔던 스하클 출연 아티스트들에게 사람들은 몰려갔다. 그 틈을 이용해 우리는 빠르게 사인 줄을 선점할 수 있었다.


사인을 하기 위해 Red C의 김경찬, 김은찬 그리고 특별 게스트로 함께 무대에 올랐던 사기소멀과 유호진, FuturePeerClub의 정엽, 김강운, 이동규, 정진우, 김태언이 준비를 마치고 책상 앞에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굴이 알려진 몇몇에게만 사인을 부탁할 뿐, 준비를 마친 아티스트들은 멀뚱히 서 있는 상황이 펼쳐졌다.


사인을 요청받지 못하는 아티스트들의 멀뚱함 속에서 내 순서가 되었다.

책의 공백 페이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퓨쳐피어클럽 멤버 분들 모두 사인 부탁드려요. 오늘 기타 너무 좋았어요!”


아티스트들은 정성스레 사인을 해주었고,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Red C와 특별 게스트에게도 사인을 받으며, 방송에서의 하차에 초등이 눈물을 쏟았다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 함께 간 둘째는 김은찬과 사기소멀 두 오빠의 사인과 함께 찍은 셀카를 선물로 받았다. 여러 공연을 다녔지만 오늘 밴드 공연이 제일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날 두 모녀는 아픈 허리와 다리를 부여잡고, 지하철에서 자리다툼을 벌였다.



ep3.


공연 후기를 남편에게 전하며 말했다.


“자기야, Red C는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금상도 받은 팀이고, 데뷔 6년 만에 공연장 매진이 처음이래. 공연장도 작았는데……. 그 말 들으니 아들 걱정이 되더라. 이렇게 대단한 형님들도 힘들게 음악 하는데, 이 길로 가는 게 맞는 건가 싶고, 심란하더라.”


남편은 말했다.


“어느 분야든 다 힘들어. 1%만 잘나가는 거, 어디든 다 그래. 그럼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해야지. 그리고 우리 아들 손재주 좋아서 다른 걸로 먹고 사는 거 해결 할 거야.”


우린 늘 이렇다. 내가 걱정하면 남편이 긍정의 말로 나를 진정 시키고, 남편이 걱정하면 내가 그러고.

AI의 지배를 걱정하는 암담한 시대에, 우리는 너무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건가 싶다가도—어쩌겠는가.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없으면, 장밋빛 미래라도 꿈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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