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를 지나 프로로 가는 감각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by Balbi


지난 주말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 다녀왔다.

온 가족이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찍이 티켓을 예매하고 가족들에게는 통보를 했다.


“한참 전에 티켓 예매 한 거야. 환불도 안 돼. 무조건 다 가야 해.”


내가 생각해도 독재도 이런 독재가 없다. 그런데 이런 독재를 부릴 때는 평생에 한번 볼까 말까한 작품의 전시가 열리는 경우에 한해서다. 좋은 작품을 아이들이 눈으로 직접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다. 예술 작품은 백 마디의 말보다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더 강한 감동과 울림을 남긴다. 온갖 미사어구가 붙여진 설명은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한다. 작품과 마주하는 순간 온전히 나만 느낄 수 있는 감동과 울림이 있다. 언어로 설명하기 힘든 그 무언가가 존재한다. 그런 것을 온전히 아이들도 느꼈으면 해서 좋은 전시가 있으면 끌고 다닌다.


작년 밴드 활동과 사춘기로 유난히 바빴던 아들은 이런 활동에 함께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함께하지 않았다’가 맞는 표현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안을 했다. 여자 친구도 함께 가자고.


“00이 티켓 엄마가 추가 구매하면 되니까 같이 가자고 해봐.”


그렇게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에 아들의 여자 친구까지 함께 했다. 추위를 뚫고 도착한 미술관은 전시 관람을 하기에 쾌적했다. 예전 예술의 전당 고흐 전처럼 작품도 제대로 못보고 사람에 밀려다니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추위 덕분인지, 이른 시간 덕분인지 전시장 내부의 관람객은 적당한 수준이었다.


전시장 내부에서는 각자가 자신의 속도에 맞춰 작품을 감상했다. 남편과 딸, 아들과 아들의 여자친구, 나 홀로. 각자가 자신들이 끌리는 작품 앞에서 오랜 시간 머물렀다. 그렇게 돌다보니 어느새 아들이 옆에 와있다.


“엄마 이거 봤어. 우와 미쳤어. 디테일한 것 봐. 이걸 어떻게 그린거야.”


작품을 그냥 스치듯 보고 지나가리라 생각했던 아들은 생각 외로 꼼꼼하게 보고 있었다.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각자의 속도대로 작품 감상을 마친 우리는 헤어졌다.

아들은 여자 친구와 교보문고로. 우리는 또 다른 전시장으로.


저녁에 만난 아들에게 물었다.

“오늘 미술관 어땠어? 00이도 좋았데?”

“응, 미술관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고, 그런데 좋았데.”

“넌 그림 제대로 본거야? 그냥 스치듯 휙 보고 나온 거 아냐?”

“아니야. 나 이번에 정말 제대로 봤어. 그림 옆에 붙어있는 설명 다 읽었어. 내가 엄마보다 늦게 나왔잖아. 그거 다 보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

“우와 웬일이야. 시키지도 않았는데. 많은 작품들 보다 보면 끌리는 작품이 있거든, 그런 작품 하나 가슴에 품고 오면 된다 생각하고 가는 거야. 엄만 작품 두 개가 남더라.”

“나도 하나 있었어. 꽃이 강렬하게 그려진 게 있었는데 그게 남더라고.”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림을 보는 눈까지는 아니어도 예술을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는 바라는 마음, 예술이 일상에 스며들어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기타리스트를 꿈꾸는 아들의 롤모델은 기타리스트 겸 가수 적재다.

어젠 그의 공연 영상을 보여주며 묻는다.


“엄마 이거 봐봐. 이런 분위기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 지는 걸까?”

“분위기가 억지로 만들어 지냐. 나이도 적당히 들어야 하고, 좋은 음악도 많이 듣고, 미술 작품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읽고 하며 쌓아 가는거지.”


무대 위 적재는 여유로운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만이 풍기는 특유의 아우라가 있다.

아들은 관객의 입장에서 보는 나와는 다른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

지금은 마냥 부럽겠지.

그 부러움이, 어쩌면 프로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관객에게 공연비를 받기 시작하며 무대에 오르는 순간은 더 이상 아마추어가 아니다. 그 순간이 되면 공연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 아티스트가 좋아서 애정 가득한 마음으로 찾는 관객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관객은 아티스트에 대한 사랑과 공연에 기대를 품고 공연장을 찾게 되니 말이다.


아티스트를 꿈꾸는 아들이 예술 전반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자신만의 철학과 책임감으로 단단한 아티스트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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