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숙 작가의 작품을 보다

by Balbi




요즘은 전시와 공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전시와 공연을 보고 오면 가슴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다. 설명하기 힘든 묘한 감정들의 복합체가 된다. 환희, 감동, 감격, 질투, 부러움, 기특함, 허무함까지.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가슴에 담긴다. 때로는 그 복잡미묘한 감정이 버거울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큰 감동을 남기기에 결국 모든 것이 상쇄된다.


전시와 공연을 보고 난 뒤, 여운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시는 작품을 보고 온 후에도 여운이 오래 간다. 작품이 떠오르고, 환상적인 작품을 마주했을 때 순간적으로 느꼈던 감탄과 감동이 다시 되살아난다. 반면 공연은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 머리가 백지가 된다. 분명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았고, 그로 인해 좋은 감정이 가슴에 남아 있는데도 신기루를 본 듯하다. 정확히 일주일 전, 새싹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고 왔지만 시간이 한참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 지난주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공연은 매번 그렇다. 그러나 전시는 내가 보았던 것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또렷하게 남는다.

공연은 기억보다 감정에 머물고, 전시는 감정보다 기억에 남는 듯하다. 그래서 요즘은 기억과 감정이 함께 오래 머무는 예술을 더 가까이 두고 싶어진다.


2주 전, 공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금기숙 기증특별전>을 다녀왔다.

SNS 게시물을 보는 순간 이 전시는 무조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과 사진으로 보이는 작품은 이미 환상적이었다. 작품의 소재는 와이어와 비즈로 비교적 단순했지만, 실제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우와!”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모든 작가의 작품 탄생 배경을 들어보면 ‘우연’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참 많다. 물론 그 우연이라는 것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열심히 작업을 이어가던 중, 순간적인 영감이 스쳐 가는 것이다. 그런 설명을 접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왜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에게는 이런 영감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걸까. 작가는 말한다. 무언가를 10년 동안 꾸준히 하면 된다고. 정말 그런가.


나는 한 분야의 일을 25년간 해왔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런 영감이라는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이 ‘직업’과 ‘일’에 머물러 있었기에 나에게는 이런 영감이 찾아오지 않았던 걸까. 괜히 억울해진다. 어이없고 웃긴 생각을 하며 보았던 전시였다.


금기숙 작가의 작품은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전시는 3월 22일까지 기간이 연장되었다. 입소문 덕분인지 주말 오후에는 입장 대기가 발생한다고 한다. 가능하다면 평일이나 주말 오전 시간을 이용해 다녀오기를 강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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