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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작품으로 증명하라!

by Balbi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이 어린 시절, 특히 입시를 앞두고 있을 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자신이 가고 싶은 학과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나이를 먹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치이다 보면 문득 ‘꿈? 그런 게 나에게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역시도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라는 물음에 특별한 답을 떠올리지 못했다. 그저 가족들이 건강하고 무탈하게 살아가는 것이 꿈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리베란테 덕질을 하며 여러 공연과 전시에 관심을 갖고 관람하다 보니, 내가 예술과 문화에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나에게도 새로운 꿈이 생겼다. 바로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이다.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삶을 살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 현실적인 고민도 많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서 혐오까지는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거리두기를 하게 되는 부류가 있다. 바로 "공부시키다 안 되면 예체능이나 시켜야지"라며 예체능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다. 모든 분야가 힘들고 상위 1%만이 살아남는다고 하지만, 특히나 예체능 분야는 더욱 그렇다. 이 분야야말로 정말 좋아서 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곳이다. 그들의 연습량과 열정을 조금이라도 지켜봤다면 그렇게 쉽게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정말 좋아서 열정을 쏟는 미래의 예술가들을 보면 더욱 응원하고 지지해주고 싶다. 물론 때때로 연습은 하지 않고 겉멋만 든 채 예술가의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술 분야에 관심과 애정을 쏟다 보니 예술가들이야말로 자신의 공연과 작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철학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음악을 하겠다는 아들에게 책을 권유하지만, 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더 나이를 먹고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야겠지…….) 예술가가 올바른 가치관과 철학을 갖추지 않으면, 스스로의 공연과 작품을 이런저런 말로 포장하며 궤변을 늘어놓는다. 예술가는 공연과 작품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표현해야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공연과 작품보다도 스토리텔링이 중요시되기 시작했다. 작품 같지도 않은 작품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덧붙여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그래서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요즘엔 작품보다 그 작품을 설명하는 글을 더 잘 써야 작품을 높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설명도 대중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된 이 작품은 1도 설득력이 없었다.


이 작품을 구상한 여성 작가 슈트라우스는 기존 예술작품 속 "성모 마리아의 이미지는 대부분 남성에 의해 만들어져 가부장 제도의 굴레에 갇혀 있다"며 "내 작품에서 성모 마리아는 자기 몸을 되찾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 그는 쓰레기 같은 작품을 변명으로 일관하며 포장하고 있다. (작품을 쓰레기라고 표현해 미안하지만 달리 표현할 수 없다.) 그가 지금까지 어떤 훌륭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왔고, 어떤 가치관과 철학으로 작업을 해왔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번 작품은 예술작품이 주어야 할 감동과 경탄을 전혀 안겨주지 못했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모든 예술에서 대중에게 불쾌감을 안겨주는 작품은 예술로 인정할 수 없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다.) 출산, 한 생명을 잉태해 세상 밖으로 탄생하게 하는 그 행위는 그 어떤 것보다 숭고하다. 예술작품을 완성해서 대중에게 선보이는 행위를 종종 출산에 비유해서 이야기 하듯 예술의 행위도 숭고하다. 그런데 이 작가는 출산과 예술이라는 숭고한 행위를 ‘가부장 제도의 해방’이라는 핑계를 앞세워 자신의 저속함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자신의 저속함을 이런저런 말로 포장했지만, 대중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술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궤변을 늘어놓으며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대중의 의식세계를 수준 미달이라 여기고, "당신들이 예술을 몰라서 그래!"라고 떠들지 않기를 바란다. 예술가들 스스로가 대중으로부터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예술이라고 하면 대중에게 감동과 경탄을 안겨주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의 작품에 대해 변명과 핑계로 대중을 설득하려 하지 말기를. 예술가는 결국 작품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예술가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태도다.


지금은 아들 공연의 포스터, 슬로건을 만들어주고 리베란테 멤버들의 생카 등을 하며 사부작거림을 이어갈 할뿐이지만... 언젠가, 예술가들이 작품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도록 곁에서 후원하는 삶을 살기를 꿈꾼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704076500009?input=1195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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