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발표된 중국 업체들의 2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OSAT업체들의 현황을 리뷰해 보고자 한다. 업체 리뷰는 중국 대표 3대 OSAT업체인 JCET, TFME, TSHT을 중심으로 했다. 2021년 중국 OSAT업계에서 3개사의 점유율 합계는 73.5%로 절대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중소형 업체의 경우, 그룹사에 소속된 비상장 업체가 대부분이거나 상장되어있더라도 극히 미미한 점유율을 가지고 있어 리뷰에서는 제외했다. 그럼 3개사의 현황과 연관기업의 상황을 함께 살펴보며 2분기 중국 OSAT시장 동향을 짚어보자.
2022년에 들어서 중국 OSAT업계는 시황 악화로 인한 가동률 저하라는 큰 도전에 직면했다. 코로나로 인한 도시 봉쇄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중국 국내 시장에서 소비가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해당 제품에 탑재되는 반도체 소요량이 급감했다. 복합적인 이슈들로 인해 글로벌 경기가 하향세로 돌아서면서 중국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로 출하되는 전자제품의 수요 역시 감소했다.
반도체 시장은 글로벌 경기 순환에 따라 성장과 위축을 반복한다. 경기 활황의 정점을 지나며 전자기기 수요 감소로 인해 반도체 재고가 쌓인다. 시장의 조정을 통해 생산량을 줄이고 재고가 감소하면 시장은 다시 반등한다. 시장이 정상화되려면 재고가 소진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재고의 소진이 급한 지금의 전자 업계는 넘쳐나는 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재고가 감소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OSAT업체들을 포함한 중국의 전자기업은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후로 발생할 수 있는 물류 이동 제한을 우려하여 막대한 재고를 쌓아두었다. 이들은 필요 이상의 제품 출하를 요구하며 원자재 공급업체를 강하게 압박했다.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 곧바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과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대외 환경이 악화되었다. 또한 제로 코로나 선언이 무색하게 중국은 2022년 4월 경제 수도 "상하이"의 전면 봉쇄에 돌입했다. 이 시기에 상하이, 쿤산, 쑤조우, 우시 지역에 위치한 제조업체들이 큰 고충을 겪었다. 내륙 물류 이동이 제한받으면서 주요 항구와 공항에 수화물이 적체되었다. 물류 대란의 지속되리라는 우려에 전자기업들은 5월~6월 즈음에 다시 대규모의 원자재를 발주했다.
3분기를 지는 현시점에 몇몇 업체들은 작년 혹은 올해 초에 구매한 원자재의 유효기간 연장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창고에 쌓여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원자재의 사용 기간 연장을 검토 중이다. 현재 2021년 3분기 대비 중국 OSAT업체 평균 생산라인 가동률은 40% 하회하면서 원자재 사용량도 덩달아 감소했다. 유효기간이 도래하지 않은 원자재의 유효기간 내 소진 또한 요원해 보인다.
JCET는 중국 최대 OSAT로서 업계를 이끄는 맏형 격인 업체이다. 저사양의 Discrete반도체부터 고사양의 SiP, Fan-Out까지 패키징 스펙트럼이 넓은 업체이다. 중국과 한국, 싱가포르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최대 Foundry 업체인 SMIC가 JCET의 2대 주주로서 이들 업체는 대만의 TSMC-ASE와 같이 긴밀한 협업 관계에 있다.
2021년 JCET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전자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반도체를 구매했고 JCET는 쏟아져 들어오는 Wafer를 패키징하여 분기마다 최고 실적을 경신해 갔다. 하지만 2022년 들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위에 있는 도표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의 Foundry 업체들로부터 Wafer가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지만 JCET의 매출액은 도리어 줄어들고 있다. 전방에 위치한 전자기업들로부터 반도체 수요량이 감소하자 JCET는 입고되는 Wafer의 패키징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있다. 이미 패키징이 완료된 제품이 창고에 가득하지만 제품을 출하하지 못하면 JCET는 매출로 인식할 수가 없다. 대량의 반도체 완제품이 공급망 중간에 묶여버렸다. 가동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한참 전에 발주한 원자재들이 입고되자 재고는 급상승하고 있다.
JCET를 비롯한 중국 OSAT업체들은 대부분 40% 이하의 최악의 가동률에 직면해 있다. 2분기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으로 인해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지금 시점에서 경기부양 정책도, 이로 인한 경기 반등을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국 OSAT업체들은 저조한 가동률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고 내다보고 있다.
TFME는 중국 2위 OSAT이자 AMD의 패키징 파트너 회사이다. 자회사인 TF-AMD는 TFME와 AMD가 각각 85%, 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쑤조우와 말레이시아 페낭에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다. 2015년 AMD가 생사의 기로에 섰을 때, TFME에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매각하면서 양사는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21년 TFME 매출액 중 TF-AMD의 비중은 52%이다. 2021년 반도체 호황 전에는 AMD의 성장이 곧 TF-AMD의 매출 증가이자 TFME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2021년 AMD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AMD의 반도체 패키징을 거의 전담하는 TFME의 매출액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21년 1Q부터 2022년 2Q까지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여준 TFME의 매출에도 점차 어둠이 드리고 있다. AMD의 가파른 재고 증가세와 더불어 미국 정부에서 AMD와 엔비디아 고기능 반도체를 중국과 홍콩에 출하하지 못하도록 막는 수출 금지가 시행되었다. AMD는 현재 3개사의 Foundry를 통해 Wafer를 공급받아 90% 이상의 물량이 TFME(자회사 TF-AMD)의 쑤조우, 페낭에서 패키징 된다. 업계에서는 AMD의 신제품이 상당량 TFME의 공장에 패키징 된 채로 보관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MD의 매출 감소는 곧바로 TFME의 매출에 타격을 준다. TFME의 입장에서는 경쟁국의 반도체 기업 사업에 목줄이 잡힌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근 TFME의 주가는 큰 폭의 변동을 보여주고 있다.
TSHT은 중국 3위 OSAT이며 대부분의 매출을 Lead Frame Base의 저사양 범용 패키징에서 창출한다. 중국 서부에 위치한 천수(티엔수이)에서 시작한 TSHT은 현재 본사를 시안으로 옮기고 시안, 난징, 쿤산 3곳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Local업체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주, 유럽 반도체 회사들을 상대로 패키징 사업을 영위하는 말레이시아 OSAT인 UNISEM을 2018년에 인수했다. 2019년 2분기부터 UNISEM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TSHT의 실적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2021년 TSHT의 중국 공장의 가동률이 정점을 찍으면서 UNISEM의 매출 기여도가 17.4%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4분기부터 중국 공장의 가동률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UNISEM의 매출 비중이 증가세에 있다. TSHT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대부분은 소비재용 전자기기에 탑재된다.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가장 크게 타격받는다. TSHT은 제품 라인업이 다양한 JCET와 AMD라는 고정된 고객사를 보유한 TFME와 달리 시장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TSHT과 동일한 사업구조를 가졌지만 규모가 영세한 중국의 Chippacking(688216 SHA)은 상반기에 이미 적자 전환했다.
TSHT의 생산공장은 올해 들어 극악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매출액 감소가 작은 이유는 첫째, 차량용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자회사 UNISEM의 선전과 둘째, 작년에 생산한 반도체를 올해 지연 출하했다. 마지막으로 규모의 경제 구축을 통해 저사양 반도체를 설계하는 Fabless의 물량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TSHT도 JCET와 TFME와 같이 창고에 상당량의 반도체가 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들어 TSHT의 원자재 구매량이 2021년 대비 25% 수준밖에 안 되고, 당분간 가동률이 개선될 여지가 없기 때문에 3분기부터는 매출 하락세가 본격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대표 OSAT 3개사의 상황을 통해 중국 반도체 패키징 업계의 상황을 살펴봤다. 전자산업은 전후방 산업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OSAT업체의 매출 부진을 OSAT업체에만 포커스 하면 안 된다. 반드시 전후방 산업에 속한 기업들을 연계하여 살펴봐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기업 몇 곳을 간추려 영업 현황 트렌드를 살펴봤다. Lenovo, Midea, Xiaomi, Haier과 같은 전자제품 제조기업의 재고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내 전자 기업과 대만의 EMS업들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재고로 인해 몸이 무거워지면 종례에 어떻게든 손에 쥔 재고를 염가에 털어내야 한다. 싼 값에 팔린 이전 세대 제품으로 인해 신제품의 출시가 영향받으면 경기 반등의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
개인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사람들마다 경기 변동의 시점과 충격의 크기를 다르게 느낀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2021년 하반기부터 경기 전환의 징후를 보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2021년과 같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있는 것으로 느낄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반도체 다운사이클은 예상한 것보다 더 깊고 길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 위기는 2008년과 2018년에 있었던 반도체 다운 사이클과는 그 규모 자체가 다르다. 글로벌 전자산업의 경기가 꺾였음에도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은 아직도 Wafer 생산량이 우상향하고 있는 것이 우려스럽다.
반도체를 쌓아놓으면 언젠가는 팔릴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이번 위기를 대응한다면 호된 결과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앞선 2차례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은 이번 위기의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2023년 생산 계획에 대한 전면 수정을 검토하고 재고 소진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