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기업들의 2023년 12월 실적이 발표되었다. 시장에서는 12월 마감 결과가 2023년 4분기 업체별 컨센서스와 대체로 부합한다는 반응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분기 매출의 총액보다는 4분기 월별 매출액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 중인 대만 EMS, Foundry 1위 업체인 Foxconn과 TSMC의 월별 매출액 변화 추이가 심상치 않다. Foxconn의 12월 매출액은 TWD 4,601억(19.2조 원)으로 전달 대비 29.2%, 작년 동월 대비 26.9% 감소했다. 12월 실적만을 놓고 보면, 2016년 이후 최저 매출액이다. TSMC는 12월 TWD 1,763억(7.4조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전달 대비 14.4%, 작년 동월 대비 8.4% 감소했다. 양사 모두 작년 10월 매출액 정점을 찍은 후, 빠른 속도로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다.
Foxconn과 TSMC는 애플의 핵심 파트너로서 매출액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그런데 10월 아이폰 출시와 함께 반짝했던 매출액이 급감했다는 것은 단순히 Foxconn과 TSMC의 매출 하락의 범주에 그치지 않고, 애플을 비롯한 이들에게 위탁 생산을 맡기는 전자기업들의 매출액 감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12월의 갑작스러운 매출 감소는 Foxconn과 TSMC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2위 업체인 Pegatron, UMC를 비롯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동일한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대만 EMS 업체들의 12월 매출액 총합은 2023년 11월 46조 원 대비 21.6%, 2022년 12월 46.5조 원 대비 22.6% 감소한 36조 원에 그치면서, 글로벌 전자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EMS업체들의 매출이 감소한 원인은 경기 침체를 예상한 전자 기업들의 위탁 물량 감소 때문이다.
연말 들어 전자 기업들의 매출액이 급감한 여러 원인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역시 중국 내부의 소비 심리 위축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대외 수출 감소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금리 인하와 재정 지출 확대로 인한 부양책으로 2024년에는 중국 경제가 호전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가 중첩되면서, 디플레이션에 직면한 중국의 현 상황은 글로벌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G2 국가인 중국이 한순간에 무너질 일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지금 일선에서 바라보는 중국의 경제 상황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물론 수차례에 걸친 반도체 사이클과 갑작스러운 수주 절벽에 대한 트라우마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동안 반도체 후공정 업계에서 쌓은 경험은 다시금 반도체 시장의 위축을 경고하고 있다.
대만 OSAT업체들은 2022년 하반기에 시작된 전방 산업의 반도체 재고 조정으로 인한 급격한 가동률 하락으로 큰 고초를 격었다. 이 당시 업체들이 보유했던 막대한 양의 재고가 관리 수준으로 되돌아오기까지는 거의 1년의 시간이 걸렸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23년 3분기 분기 보고서를 보면, 모든 대만의 OSAT 업체들은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 변화에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반도체 Substrate 업체 3사(UNIMICRON, Nanya PCB, Kinsus)와 Lead Frame 업체(CWTC)의 매출액은 2022년 하반기의 급격한 하락 이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년 2022년 2023년
-. UNIMICRON : 4.30조 원(22.2%) 6.10조 원(41.8%) 4.37조 원(-28.4%)
-. Nanya PCB : 2.15조 원(39.2%) 2.80조 원(30.7%) 1.78조 원(-36.8%)
-. Kinsus : 1.47조 원(35.2%) 1.84조 원(25.6%) 1.13조 원(-38.8%)
-. CWTC : 5,262억 원(35.7%) 6,263억 원(19.0%) 4,865억 원(-22.3%)
기판 업체들의 매출액이 하락한 주요 원인은 2022년 하반기까지 매출을 받쳐주던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비록 2023년 인공지능 반도체 붐으로 고가의 기판 판매가 늘었으나, 수량 면에서 메모리 반도체용 기판의 수요 감소를 상쇄할 수 없었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감산을 통해 메모리의 현물 가격 반등을 유도하고 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수량이 줄어들어야만 업황이 살아나는 형국이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Substrate 업체들의 매출이 반등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Lead Frame 기반의 반도체를 패키징 하는 OSAT 또한 Lead Frame 재고 관리를 타이트하게 하고 있다. 한때 업체 간 '오버 부킹'으로 Lead Frame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납기가 급격히 늘어났었다. 2022년 상반기부터 시장이 주춤하자 급하게 납기를 조절했지만, 넘쳐나는 재고를 소진하는 데까지는 적잖은 고통을 겪었다.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Lead Frame 업체들의 생산 Capa. 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오버 부킹'으로 인해 갑자기 수요가 폭증하거나, 수주 절벽으로 인해 장기간 원자재 발주가 막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최근 WSTS의 2024년도 반도체 시장 예측을 근거로, 올해 반도체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자주 등장한다. WSTS에서 예측한 바와 같이, 전체 반도체 시장의 13% 성장, 메모리 반도체의 45% 성장이 실현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재 복합적인 침체 분위기에서는 보수적인 입장에서 시장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달리 생각하면 메모리 반도체의 급격한 성장은 감산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반도체 제조를 위한 원자재 공급 업체들은 시장의 움직임과 괴리된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
Foxconn은 12월 매출액을 공시하면서 24년 1분기 매출액은 23년 동기 대비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Foundry 업체들의 Wafer 가공 수량 역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OSAT의 가동률 또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작년 4분기부터 위축된 전자 기업들의 실적이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진다면, 2023년 2,3분기의 반등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우하향 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주요 산업 단지의 공동화 현상에 대한 뉴스나 유튜브 영상을 접할 때마다 등골이 서늘하다. 현재 중국이 직면한 넘쳐나는 잉여 노동력은 임금 하락을 부추기고, 위축된 소비력은 기업들의 저가 경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과 함께 글로벌 소비 시장에서 한 축을 담당했던 중국이 휘청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경기와 밀접하게 연동되기 때문에 중국의 디플레이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고물가의 여파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위축을 상쇄할 대체 시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4년 반도체 시장은 1분기의 실적에 따라, 2024년 전체 분위기가 결정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은 안갯속에 가려진 2024년 반도체 시장의 방향성을 조망하기 위해 시장에 Wafer를 공급하는 Foundry, 메모리 업체들의 2023년 4분기 실적과 2024년 1분기 가이던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주요 반도체 기업 2023년 4분기 Earnings Conference Call 일정
- TSMC : 2024년 1월 18일
-. SK hynix : 2024년 1월 25일
-. UMC : 2024년 1월 31일
-. Samsung : 2024년 1월 31일
-. SMIC : 2024년 2월 7일
-. Global Foundries : 2024년 2월 13일